산행

부산갈매기의<동면 우체국-이하봉(222m)-284봉-계명봉(599m)-갑오봉(718m)-장군봉(737m)-고당봉(801m)-원효봉(687m)-의상봉(641m)-동문>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3. 3. 5. 17:01

*산행일시: 2013. 3. 2(토). 맑음

*함께 한 사람: 부산백산회원 19명(즐거운 산행, 성길, 해곤, 여행, 태영, 현진, 서희, 은수, 성산, 흔적, 윤슬, 와니, 운해, 노홍철, 붉은노을, 유유산속, 해월정, 피네, 부산갈매기)

 

*산행코스(시간): 동면 우체국 들머리(09:24)-이하봉(222m)(09:38)-284봉-녹동육교(10:24)-계명봉(599m)(11:24)-갑오봉(718m)(12:29)-장군봉(737m)-고당봉(801m)(14:25)-원효봉(687m)(15:30)-의상봉(641m)-동문(16:40)

*산행시간: 7시간 16분(점심 30분, 기타 휴식 45분)

*교통편: 301번 버스

 

*산행 tip: 전체적인 코스에 대해서는 동면우체국에서 녹동육교까지 1시간 정도의 능선을 오르내리는 산길은 푹신한 낙엽길이라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그리고 녹동육교에서 계명봉까지의 산행은 가파른 비탈길이나 앞서 1시간 정도의 워밍업에서 달궈진 몸을 풀 가동하는데 최적의 시간이 된다. 그리고 계명봉에서 갑오봉까지의 등산은 다소 완만한 가운데 몸을 조절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나, 조금 질퍽한 길이라 심적으로 언짢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장군봉 아래의 갑오봉 평원은 땀 흘리고 인내한 시련과 고통을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와 경치가 다 보상해 준다. 그리고 거기서 고당봉까지는 쉬엄쉬엄 가노라면 잣나무 숲속에서 삼림욕을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하늘 릿지에서 창조주가 만들어 놓은 조각품을 무료로 감상하고, 고당봉에 오르면 금정산 정기를 듬뿍 안을 수 있다. 에너지를 보충받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하산을 하면서 원효봉과 의상봉의 기암괴석의 풍광을 즐기고, 산성을 밟으며 동문까지 가노라면 이 산행은 끝이 난다. 그 기분으로 하산을 해서 막걸리를 한 사발 하게 되면 온 몸은 다 풀어지고 세상은 우리의 품에 안긴다.

 

즐거운산행님이 주관한 번개산행은 노포동 지하철역에서 15명이 301번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가서 동면우체국 건너편에서 내렸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동면 우체국 앞을 지나 인어상이 서 있는 도랑을 따라 50여 미터를 올라가서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고 나무와 돌무더기가 놓여 있는 곳까지 간다. 거기서부터 산행 들머리가 시작된다.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는 찾기가 조금 애매할 수 있다.

 

동면 우체국 부근에서 해곤님과 성길님이 합류를 해서 17명이 산행을 시작했다. 초입에서부터 조금 가파른 비탈길을 12~13분 오르니 이하봉(222m)이다. 거기서 잠깐 숨고르기를 한다. 거기서부터 284봉까지 가서 조금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게 된다. 대체로 능선으로 부엽토로 되어 있고, 낙엽도 깔려 있어 산바람 나게 걸을 수 있어서 콧노래를 부를만 하다. 이제 야트막한 바위를 돌아가면 시야가 훤히 트이는 너럭바위가 나타나고 그 너머로 양산으로 달리는 도로가 보인다. 일행 중 누군가 꺼낸 과일을 돌린다. 그 너럭바위가 포토 존을 형성하여 자연스레이 그 위에 올라서서 포즈를 취한다. 이제 녹동육교까지는 하산길인데, 왼쪽에는 골프장이 있기에 대나무 숲을 지나 하산하면 녹동육교가 나타난다. 그 다리를 건너면 양산으로 가는 국도를 만난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알맞게 바뀌어져 양산 방향으로 100여 미터를 올라간다.

 

이제 계명봉을 오르려면 그 도로변에서 자두농장 쪽의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그 도로변 언덕에 운해님이 반갑다고 손짓을 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와니님이 있었다. 일행들은 반가워서 함성을 지른다. 와니님과 태영님은 시골 동창이라서 그런지 태영님이 더 반가운 것 같다. 예상된 만남 보다 번개의 만남의 뭔가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모두 얼굴이 매화처럼 활짝 피어난다. 지난 삼봉산 산행에서 만나고 1주일만인데, 정말 반갑다고 야단이다. 죽은 부모형제가 살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백산인들은 정감이 있고, 애정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거기서부터 250여 미터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서 쭉 걸어 올라가야 한다. 드디어 산행을 시작하게 되니 조금 길이 질퍽거리고, 산속의 나무들은 벌목을 하여 듬성듬성 서 있다. 비탈길을 25분여 조금 숨 가프게 올라가 산 중턱에서 발걸음 멈춰본다. 거기서 또 15분을 오르니 계명봉 정상이다. 녹동육교에서 계명봉까지 산길을 지그재그로 1시간 걸려 올라온 것이다.

 

계명봉 돌무더기 위에 서서 일행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 컷씩 한다. 서쪽으로 고당봉(801m) 정상이 올려다 보이고, 동쪽으로 우리가 걸어 온 이하봉과 284봉이 보인다. 그리고 북쪽에는 갑오봉 능선이 보인다. 쉴 때마다 누군가가 과일을 꺼내서 입을 즐겁게 해준다. 20대의 사랑은 멋모르고 한 사람에게만 올인하는 사랑이라면 사오십 대의 사랑은 사랑에 빠지지 않고 사랑을 하는 세대다. 모든 것을 초탈한 사랑. 그 진정한 사랑의 참뜻을 알고서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20대의 사랑의 소유하고픈 사랑이라면 사오십 대의 중년의 사랑은 무소유의 사랑인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함께 시간을 공유하기만 해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세대의 사랑.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른 사랑을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우리 백산인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함께 시간을 내어 같이 걸어보고, 웃고 떠들어 본다. 해맑은 웃음을 던져 보기도 하고.

 

계명봉에서 다시 갑오봉으로 가려면 15분여를 내려가야 한다. 하산길은 비탈이 심하고, 안부에서 갑오봉으로 오르는 길은 진창이라 쉽지가 않다. 미끄럽고 진흙물이 고여 있어서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갑오봉으로 오르는 중턱에서 5~6분을 쉬었다. 안부에서 갑오봉까지 50분 정도 걸려서 올랐다. 일행들은 대부분 장군봉에 간다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장군봉 아래의 갑오봉 평원은 억새가 봄바람에 일렁거린다. 꽃샘추위에 약간 싸늘한 것 같다. 태영님, 해곤님, 윤슬님, 그리고 나는 장군봉에 가지 않고 그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려서 장군샘으로 갔다.

 

장군샘 옆에 자리를 깔고 19명이 앉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마련한다. 큰 자리는 해곤님이 특별히 장만해 왔다. 여행님이 따라주는 땀 흘린 후 마시는 첫 잔의 토종 요구르트(?).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어쩌면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맛에 조금은 친숙해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어서 장 운동에도 참 좋은 것 같다. 이어서 가지고 온 갖가지 비장의 술들을 꺼낸다. 집에 담근 술을 유유산속님이 한 순배 돌렸다. 봄산님이 감기 몸살로 아파서 합류하지 못했단다. 오랜 지기처럼 보여 줄 것, 안 보여 줄 것 없이 친숙한 모습으로 점심을 함께 하니 더 친밀감이 생긴다. 백산인들이 모두가 배려하고 관심을 가지는 그 마음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당봉까지 가는 길은 그렇게 높은 능선은 아니건만 배를 가득 채우고 오르는 길은 버겁다. 고당봉 가기 전의 하늘 릿지의 암능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는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인생에 남길 발자취들이라 소중하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밟아보고 손으로 더듬어 머리에 담아 두어야 하기에 표정들이 진지하다. 고당봉의 나무계단을 다리에 힘주어 오른다. 많은 산꾼들로 왁자지껄하다. 고당봉 정상석에는 다른 산악인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부산하다. 우리 일행이 용케도 정상석을 차지한다. 하지만 삼삼오오 몇 컷을 하고 나니 다른 산악회에서 자리를 비켜 달라고 아우성이다. 언제나 금정산은 부산 시민들로 넘쳐난다. 왜 넘쳐날까? 그것은 어머니의 품속 같기 때문이 아닐까?

 

북문에서 운해님은 저녁 숙직을 위해 와니님과 함께 산성마을 방향으로 내려가고, 여행님은 저녁에 상가집에 간다고 범어사 방향을 내려갔다. 나머지 일행들은 원효봉으로 향한다. 동문까지 가야 할 길은 3.5km 정도가 남아 있나 보다. 잘 정리된 임도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주위가 소란스럽다. 그래서 그냥 우리 일행도 조망도 하며 그 옛길을 걸어보았다. 사람의 손길이 너무 닿고 인공적인 냄새가 풍겨서 아쉽긴 하지만 선조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한 번 걸어본다. 수백 년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 걸었고, 또 다른 사람들이 걸어 왔으며, 오늘 우리가 걸어가고 있다. 인생의 역사는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 이 해 아래에서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이다. 의상봉 부근의 기암괴석에 정신이 팔린다. 앞서 일행들은 동문으로 가버렸는지 사위가 조용하다. 피네님은 나에게 의상봉 쪽으로 올라가 보자고 권한다. 부산 사람이라면 몇 번 와 보지만, 누군가가 꼭 집어 말하기 전에는 사실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올망졸망한 암능의 경치가 새로이 다가온다. 시간이 있으면 그 위에 올라가거나 더 가까이 가고 싶다. 그러나 아쉽다. 빡빡한 시간의 제약 때문에.

 

제 3망루에서 앞서 간 일행들이 쉬고 있었다. 걸음이 느린 나로서는 맨 후미를 따라 간다. 시야에서 일행들은 사라졌고, 옆에는 노홍철님만 남았다. 2km남짓 둘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내려간다. 무릎이 조금 시린 것 같다고 했더니 노홍철님이 자신의 무릎 보호대를 손수 꺼내준다. 그와 힘겨운 자영업 이야기를 나누며, 그 배려하는 마음씨에 또 한번 감동을 받는다. 인생에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때로는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백산에 와서 느끼는 점은 산을 좋아해서 그런지 모두 다 열린 마음이다. 호연지기를 길렀기에 그래서 그런지 말이다. 자신의 입에 들어가는 것마저도 나누어 줄 수 있는 아량 있고 도량 있는 백산이기에 정이 간다.

 

노홍철과 내가 서둘러 동문 위까지 내려오니 먼저 간 일행들이 평상에서 쉬고 있다. 이제 몸과 마음을 추슬러 본다. 목을 축인다. 출발해서 7시간에 걸친 대장정의 여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동문에서 성길님과 해곤님, 유유산속님이 화명동 방향으로 내려간다고 헤어졌다. 우리는 동문에서 조금 내려와 승합차를 얻어 타고 온천시장의 뒤풀이 장소로 향했다. 자가용 영업차인데 2만 원을 달라고 했다. 태영님이 협찬을 했다. 그리고 온천시장에서 가마솥 돼지국밥집에서의 뒤풀이는 참 잊을 수가 없다. 그 분위기 탓에 노홍철이 거금을 더 보탰다. 보다 더 진솔하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게 번개 산행의 매력인 것 같다.

 

사랑에 빠지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백산인이기에 늘 그리워하며 사는 것이다. 한 주일이 그렇게 기다려지는 것이다. 세상에 찌들고 멍든 한 주일의 삶을 이 하루에 다 풀고 간다. 번개산행을 주관한 즐거운산행님, 그리고 후미에서 늘 신경을 쓰는 붉은노을님, 함께 한 일행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을 말씀을 드리고 싶다. 피가 식지 않을 때 사랑할 수 있다고.

 

*산행지도

*산행사진

 

        *산행 준비에 바쁜 일행들...

       *출발하여 6분 후 전망 바위에 오르고... 개 짖는 소리가 아직도 들리고

       *이하봉(222m)에 어깨를 맞대보고

       *토종 요굴트로 목도 축이고... 아이고 목이 타누만...

       *누군가 도 닦다 바위를 쪼개어 놓아더만....

       *골프장 옆의 대나무 숲을 지나고...

       *녹동 육교를 지나서...

       *자두농장 옆의 포장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계명봉에 올라서 닭이 우는지 안 우는지도 들어보고... 봄 햇살도 받아보고...

       *계명봉아 내가 왔노라!

       *계명봉에서 내려와 안부에서 잠시 숨고르기

       *갑오봉으로 오르는 산 중턱에서 한 컷 했시유~~

       *뒤돌아 본 계명봉

       *갑오봉에 오르고

       *갑오봉아 내 하고 놀자!

        *장군봉을 뒤로 하고 태영 장군님께서 폼을 잡으시고...

       *먹는 시간은 행복하여라~~

       *요굴트 한 사발이라면 세상이 내 끼고...

       *아니 웬 스님이 식사를...

       *고당봉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 릿지 옆에서 시끌벅적하게시리...

        *하늘 릿지

       *고당봉 동쪽에 위치한 바위

       *고당봉 나무계단.. 다리가 벌벌 떨려도 올라가야제!

       *고당봉아 오늘도 잘 있었제~~

       *고당봉은 내 끼라~~

        *고당봉 정상석 몸살 나겄데이~~

 

  *하산을 해 볼까나..

 

         *원효봉으로 가는 능선...

       *뒤돌아 본 고당봉, 내가 없더라도 슬퍼하지 말거레이!

       *원효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찰카닥!

 

 

       *우쨰 만리장성 같노!

       *의상봉 부근

       *진짜 만리장성 같지요?

       *부산갈매기 능선에서 길을 잏다

의상봉

       *제 4망루

 

       *나비암

 

동문 부근에서 산행을 끝내고

       *동문

       *온천시장의 가마솥 돼지국밥짐에서 그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