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셔요∼ 동요 ‘자전거’ 쓴 목일신을 아시나요

부산갈매기88 2013. 5. 16. 10:29

탄생 100주년… 산문-동요집 나와
윤이상이 곡 붙인 동요 4편 첫공개

1970년대에 목일신(가운데)이 정구대회 우승 트로피를 모아 놓고 자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목일신은 교사를 본업으로 하면서 동요작가, 정구 감독, 탁구 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소명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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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셔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친숙한 동요 ‘자전거’를 작사한 동요작가 목일신(1913∼1986)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쓴 동요와 동시, 산문을 모은 ‘목일신 전집’과 ‘목일신 동요곡집’(소명출판)이 동시에 출간됐다.

목일신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1930년대에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으나 문단과 거리를 두고 작품집도 남기지 않아 오늘날 잊혀진 인물이 됐다. 그는 보통학교 5학년이던 1928년 동아일보에 동요 ‘산시내’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화여중고에 교사로 재직하던 1950년대에는 탁구선수이자 코치, 감독으로 위쌍숙 위순자 자매를 탁구 국가대표로 키웠고, 1960년에는 배화여중고 연식정구부 감독으로 동아일보 주최 제38회 여자연식정구대회에 출전한 적도 있다.

목일신은 목사였던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다 동요 ‘자전거’의 가사를 지었다. 그가 쓴 ‘자전거’ 가사는 오늘날 널리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르다.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셔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찌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영감 꼬부랑 영감. 어물어물 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이번 전집과 동요곡집을 엮은 이동순 전남대 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자전거’의 가사가 후대에 구전에 의해 자연스럽게 바뀐 것인지, 누군가가 개사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목일신 선생은 가사가 바뀐 것을 다소 섭섭해했다”고 말했다.

동요곡집에는 목일신의 글에 작곡가 윤이상이 곡을 붙인 동요 4편이 처음 공개됐다. 곡목은 ‘푸른 수풀’ ‘해지는 강변’ ‘불어라 봄바람’ ‘빤딧불’로, 1930년대 ‘윤이상 동요작곡집’에 실렸으나 동요작곡집이 유실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목일신은 중학교 2학년이던 1929년 광주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한 달간 감방 생활을 했던 일화를 1974년 배화여중고 교지 ‘배화’에 남겼다. 한창 창작욕이 왕성하던 그는 감옥에 몽당연필 하나를 몰래 감추고 들어가 하루에 한 장씩 배급되는 휴지 조각 위에 작품을 썼다. 감방 안에서는 창문을 통해 하늘과 구름만 보였기에 ‘하늘’ ‘구름’ ‘꿈나라’ 등의 작품을 써서 출옥 후 동아일보에 발표했다는 일화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