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정선 함백산(1,573m) 산행기◈(2014. 2.22)|

부산갈매기88 2014. 2. 28. 14:39

◆산행일시: 2014. 2. 22. 토, 맑은 후 오후 3시 이후 흐림

◉산행코스: 정선 만항재(11:58)-기원단-함백산(1,572m)(13:15)-중함백(1,565m)-은대봉(1,442m)(15:30)-싸리재(15:55)-두문동재터널 입구 삼거리(16:19)

▶산행시간 및 거리: 4시간 21분(점심 25분, 기타 휴식 25분), 10km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25명(운해, 붉은노을, 태평양, 와석, 키종, 은수, 해월정, 차돌이, 슬로우 외 5명, 해곤, 앞마당 부부, 흔적, 피네, 수희, 부산갈매기 외)

 

 

◩산행 tip: 올 겨울의 마지막 눈 산행. 부산 사람으로서 어찌 하얀 눈을 그리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쏜가? 하얀 눈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첫 애인을 만나는 듯 달려가고 싶은 함백산이다. 그래서 그 하얀 속살 위에 마음껏 드러눕고 또 그것을 껴안고 싶은 것이다.

 

 

산행 초입은 정선군 고한읍의 만항재(1,330m)에서 시작한다. 사실 만항재가 해발 1,330m이기에 함백산과의 표고차는 불과 242m밖에 안 난다. 그리고 만항재-함백산-싸리재까지 능선을 따라 4시간 걷는(점심시간 포함) 산행이기에 휘파람을 불면서 내달릴 수 있고, 여기저기 조망과 눈 장난을 쳐가면서 여유 있는 산행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산행 신청자 중에는 강원도 산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를 한 사람이 제법 많다고 들었다.

 

 

사실 강원도 태백산, 민주지산, 소백산 등 설악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겨울 산행은 높은 고원지대까지 차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게 겁을 먹지 않아도 되는데, 도전도 해보기 전에 도전의지를 꺾어버리고 만다. 어쩌면 나이가 들었기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사라진 것인지, 아님 체력이 달릴 거라고 미리 지레짐작으로 포기하고 만 것인지. 인생에 도전을 하지 않고 쉽게 얻어지는 게 있던가......

 

 

만항재에서 기원단으로 가는 코스는 조금 가파른 등로를 오른 후, 20여 분을 쉬엄쉬엄 느긋하게 하산하는 기분으로 내려가면 편평한 곳에서 기원단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 기원단의 의미를 되새기며 조금 가면 임도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북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함백산 허리를 왼쪽으로 40여 분 휘감아 올라가면 함백산 정상에 이른다. 임도라서 힘겨운 것도 없다. 함백산 바로 아래의 경사진 곳에 오래 된 주목 군락들이 여기저기 도깨비처럼 서서 발걸음을 유혹한다. 그래서 일행들은 그 도깨비에 홀려서 주목나무 아래 서서 추억의 시간을 남긴다.

 

 

함백산 정상에는 타 산악회원들과 자리다툼도 만만찮다. 게다가 동남아 여행객까지 가세를 하고, 노란 머리 외국인도 제법 보인다. 설국의 경치에 취한 외국인들의 혀꼬부라지는 소리에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읽는다. 인증샷을 마친 일행들은 정상 바로 아래 마련된 쉼터로 가서 식사를 한다. 다행히 바람도 불지 않아서 좋다. 그런 덕분에 앞마당님이 끓여주는 따끈한 라면 국물에 온몸에 전율이 인다.

 

 

식사를 끝마치자마자 북쪽 능선을 향해서 내려선다. 주목 군락지에 한번 더 홀린 일행들은 사진을 찍는다고 분주하다. 또 슬로우님의 게스트분들은 내리막길에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기도 한다. 어릴 적의 동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일행은 즐거워 웃음소리를 차가운 하늘로 날려보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온몸이 움찔거린다.

 

 

거기서 중함백까지는 비슷한 시간대에 움직이는 타지에서 온 몇 팀의 산악인들과 함께 하니 보니 병목 현상이 일어난다. 중함백으로 오르는 등로는 햇살에 눈이 녹아서 제법 눈 녹은 물이 흐르고 다소 질펵거린다. 장난기가 발동한 흔적님이 피네님에게 눈을 뒤집어 씌우다가 되레 공격을 당해서 눈가루가 머리와 온 몸에 뒤집어 써서 허옇다. 또 은대봉 가기 전에 흔적님이 운해님에게 눈 장난을 걸었는데, 이것을 눈치 챈 운해님은 재빨리 피하려 했으나 미리 여자회원끼리 짜 둔 그물에 걸렸다. 은수님이 뒤에서 눈을 뒤집어 씌워 결국 운해대장님은 눈가루를 뒤집어썼다.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은 겨울 산행의 백미를 맛보았다.

 

 

중함백에서 은대봉으로 가는 도중에 슬로우님의 게스트 여자분들은 비닐 봉지 하나로 미끄럼을 타 본다고 시도해 본다. 그저 소녀시절로 돌아간 모습들이다. 은대봉에서 일행들은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구름이 끼고 추워지기 시작한다. 걸음을 재촉하여 싸리재를 지나 두문동재 터널 입구 삼거리까지 달려간다. 싸리재에서 두문동재까지는 20여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임도를 따라 하산하지 않고 샛길로 바로 내려가니 조금 가파른 비탈길의 눈 때문에 신경을 조금 써야 했다. 모두 휘파람을 불듯 가볍게 산행을 하고 아이젠을 벗는다.

 

 

식사는 40여 분을 달려 태백시의 식당으로 갔다. 얼큰한 김치찌개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일부 일행들은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싶었으나 가야 할 길이 멀기에 바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 식당의 두 벽면에 세워져 있는 수십 개의 큰 술병에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 큰 술병에 담은 술 가짓수가 너무나 많아서 그 식당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산행 참석인원이 적어서 많은 적자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저녁식사비는 피네 부회장님과 해월정 부회장님께서 함께 대납해 주었다. 두 분께서 미리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계산을 해 주었다. 누군가 헌신하고 섬기고 봉사하고, 또 배려하는 사람이 있기에 백산은 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면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자주 함께 하기에 우정이 돈독해지고, 삶에 활력이 넘치게 됨을 느낀다. 이번 산행도 같은 방향, 같은 목적, 같은 꿈과 희망으로 달려갔다 왔다. 그래서 백산인들은 더 상대를 잘 알아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황혼 인생에 친한 친구 6명만 있다면 외롭지 않다고 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 함께 하고 싶다.

 

 

가야 할 산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인생의 도화지에 그려야 할 친구의 얼굴도 많이 남아 있다. 때가 되면 그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땀방울에 맺힌 진솔한 이바구를 듣고 싶다. 그러나 도전 없이는 공짜로 그 이바구를 들을 수가 없다.그러하기에 언제까지나 몸 관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이다. 해묵은 된장이 깊은 맛을 내듯 오랜 시간 같이 한 산꾼이 더 인생의 향기를 발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산행지도

*산행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