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산청 정수산(841m) 시산제 산행(2014. 3. 8 .토)

부산갈매기88 2014. 3. 20. 14:17

◈산행지: 산청 정수산(841m) 시산제 산행

◆산행일시: 2014. 3. 8.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8명(운해, 와니, 윤슬, 금호지 부부, 붉은 노을, 흔적, 태평양, 스마트, 은수, 슬로우, 해곤, 꽃돼지 외 3명, 해월정, 갈바람. 효리, 돌뫼, 혜영, 백산남친, 바람숙, 산들바람, 숙이, 동근, 청림, 수니, 여니야, 보라매, 수희, 영원한 부산, 햇띵구, 다람, 박수택,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

10:20 율곡사 주차장

10:28 율곡사 주차장 출발

10:37 율곡사 들머리 산행 시작

11:15 새신바위

12:14 정수산

12:29 시산제 시작

13:00 시산제 종료

13:40 식사완료

15:29 철수교

15:35 주차장 차장

 

▶산행시간 및 거리: 쉬엄쉬엄 5시간(시산제 및 식사 1시간 25분, 기타 휴식 25분), 7.6km

 

◎산행tip: 시산제를 위한 산행. 봄바람도 쏘일 겸해서 그렇게 멀지 않은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의 정수산(841m). 3시간 남짓 걷고, 유유자적하면서 회원 간의 우의를 다진 멋진 시간을 만들었다.

 

봄바람이 산들거리는 율곡사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에서 1km 이상 좁고 구부러진 시멘트 길을 오르기에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강남고속 김 소장님은 여유 있게 우리를 도착시켜 주었다. 주차장에서 100여 미터만 올라가면 율곡사. 경내를 둘러볼 사람은 절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다. 산행 들머리는 율곡사 서편에 있는 산행 안내도가 그려진 표지석 바로 뒤다.

 

등산로는 새신바위 아래까지 30분 정도는 완만한 편이어서 휘파람을 불고 간다. 그리고 마지막 15분 정도는 된비알이 나오고 새신 바위 왼쪽을 돌아올라 갈 때에는 입에 단내가 조금 난다. 그리고 새신 바위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동쪽으로 황매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합천향우회원님들이 많은지 무리를 지어 사진을 찍는다고 부산을 떤다. 4개월 만에 나타난 돌뫼님의 표정도 싱그럽다. 위암 절제로 10kg이나 감량을 한 탓인지 몸도 가벼워 걷는 모습이 예전에 땀을 삐죽삐죽 흘리며 힘겨워 하던 모습이 아니다. 그동안 서울에서 중부권을 누비던 영원한 부산님도 참석하여 산꾼으로써의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새신바위다. 그곳에서의 조망과 분위기를 빼고 나면 나머지는 시산제를 위한 걸음걸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 경관에 압도되어 주위를 둘러보고 바위 위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는다고 시끌시끌하다. 저마다 나름대로 친한 사람끼리 무리를 지어본다. 암벽 위의 좁은 공간에 30여 명이 북적거리며 사진을 찍는다고 고함을 질려대고 웃고 떠들어대니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새신바위를 지나 능선을 조금 오르다 안부에 이르고, 잣나무 단지가 있는 된비알을 15분여 올라간다. 의외로 그 오르막길은 길어서 애간장을 타게 한다. 그래서 일행들은 등로 중간중간 멈춰서기도 한다. 드디어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나고 정수산 표지석을 만난다. 나누어 짊어지고 온 시산제 제물을 일행들은 꺼내서 모은다. 마음과 뜻과 정성을 모두는 시산제다. 그래서 그런지 일행들의 표정은 밝으면서도 뭔가 진지함이 묻어나오고 있는 것 같다.

 

시산제를 한다는 플랭카드가 앞쪽에 걸리고 그 앞에 자리를 펴서 제물을 진열한다. 그리고 초헌, 아헌, 종헌의 순서로 헌작을 한다. 굵직한 목소리의 영원한 부산님의 제문 읽는 소리가 정수산의 정기를 깨운다. 제례가 끝난 후 회원님들의 헌작이 이어진다. 늦었지만 올해의 시산제에서 안전산행과 백산의 발전을 기원해 본다. 시산제의 유래는 <삼국사기> 제사편에 나온다고 한다. 통일신라는 5악을 숭배했는데, 북으로 백두산, 남으로 지리산, 동으로 금강산, 서로 묘향산, 중앙으로는 계룡산을 숭배하여 제사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 백산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서 시산제를 올린다는 것은 깊은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무리지어서 점심식사를 한다. 제물이 무리별로 나누어진다. 과일과 떡은 특별히 여니야님이 정성을 들여 준비를 했다. 그 마음을 천지신명이 감복하여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마음과 정성을 모둔 시산제 뒤의 식사에 토종 요굴트가 어찌 빠지랴. 돼지수육도 아주 잘 삶아져서 맛이 있다. 그리고 와니님이 손수 담아온 김치는 모든 것을 압도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김치 달라고 아우성이다. 누군가 배려하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있기에 행복의 시간을 맛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둔철산으로 가기 위해 이곳으로 오는 도중 먼저 내렸던 다람님이 막 도착을 했다. 다람님은 정수지맥을 찾아 나섰다 온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시산제를 지내는 동안 둔철산을 돌아와 합류한다고 조급한 마음으로 왔으리라.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알바도 했다고 한다. 늦어진 것에 미안해하는 다람님에게 막걸리를 한 잔 건네 본다. 첫 산행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다소 좌불안석이 될 수가 있기에 천천히 드시라고 채근을 해 본다. 같이 자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억만 겁의 인연의 끈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 아래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는 것이 인연이 아니겠는가.

 

식사 후 일어서서 북쪽으로 50여 미터를 가니 정수산 표지석이 하나 더 세워져 있었다. 그 표지석은 남쪽을 향해 세워져 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 역광으로 되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아마 그런 것을 배려해서 다른 산악회에서 세운 것이다.

 

이제 능선을 따라 차황 방향으로 쭉 내려간다. 합천사람들이 많은 만큼 황매산을 올려다보며 많은 얘기가 오가는 것 같다. 죄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탓으로 장난을 치면서 능선을 따라 하산을 해 본다. 멀리 황매산 자락 아래로 우리가 타고 온 붉은 색 버스가 보인다. 하산로는 제법 가파랐다.

 

황매산 식당 부근의 주차장에 서 있는 버스에 오른다. 먼지를 털고 얼정거려 보았자 4시도 되지 않았지만, 예약해 둔 단성면의 식당을 찾아 갔다. 식당에는 우리를 위해 식탁마다 그득하게 차려 놓았다. 시산제를 한다고 정상에서 돼지고기 수육에 잔뜩 배를 채우고 왔는데.....

 

백산에 와서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모두 배가 부른 탓에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운해대장님이 강남고속 김소장님과 협의를 하여 노래 부를 시간을 마련했다. 모두 뻘쭘 할 것 같았는데, 어색한 분위기는 일신되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어깨도 덩실덩실하면서 춤을 추었다. 여흥은 차 안에서만이 아니고 노래방까지 연결이 되었으니.

 

마음과 뜻과 정성을 모둔 시산제였는데, 끝까지 한 마음으로 뭉치게 되어서 분위기도 좋았다. 그리고 올해의 안전산행 기원을 위해서 함께 하고자 하는 열의가 높았다. 가족과 함께 한 나들이 같은 분위기. 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운해님과 운영진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수고하는 분이 있기에 누군가는 젓가락 하나만 걸쳐 놓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오늘도 외친다. 산이 좋다! 사람이 좋다! 백산이 좋다!

늘 외쳐도 싫증이 나지 않은 상큼한 구호인 것 같다.

산을 좋아 하다가 사람이 좋고, 그러다 보니 백산에 정을 붙여 들락거리는 인생이 되어가는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기에 우리도 기지개를 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