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 중에 (해녀) 엄마가 굴을 따러 나간 뒤, 섬마을 아이는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스스로 잠이 든다는 노래가 있다.
부드럽고 편안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해 부르는 이의 마음마저 편안해지는 동요다. 이처럼 파도소리나 갈매기음 같은 바닷가 소리가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하게 해준다는 [경험적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논문이 나왔다.
1998년 6월 서울 쉐라톤워커힐서 열린 [제8차 태평양 해양과학기술회의]에서 일본 니혼대 겐지호타 교수팀은 [파도가 치면서 만들어지는 초음파가 사람 뇌속의 알파를 활성화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파도가 파도끼리, 또는 파도가 해안가에 부딪치면서 가청 영역에서 들을 수 없는 초음파까지 여러 가지 음파를 만들어 내고, 그 중 초음파가 사람의 두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
겐지 교수는 [해안가에 서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사람이 많다]며 [이는 시야가 확 트이는 데다, 파도소리 (정확히는 파도가 만드는 초음파)가 알파파를 만들어내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알파파(9~13Hz)는 사람이 편히 쉬거나 명상에 몰입할 때 많이 나타나는 뇌파로, 뇌학자들은 알파파가 지속되면 정신 집중력이 높아지고, 피로 회복도 빨라진다고 보고 있다.
겐지호타 교수팀은 5년 전부터 일본 지바현 근처의 해안가를 돌아다니며, 파도소리를 녹음했다. 주파수가 높은 초음파를 잡아낼 수 있도록 특수 마이크와 녹음기를 썼다. 이렇게 모은 파도소리 테이프가 2백여개. 이중 가장 효과가 좋은 파도소리를 골라서 실험에 사용했다. 절벽에 강하게 부딪치는 파도소리보다는 넓게 퍼진 백사장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더 효과가 컸다.
실험에는 34명의 남녀 학생들이 동원됐다. 학생들은 뇌파측정용 헤드셋을 쓰고, 한동안 마음을 평정하게 했다. 2분이 경과한 후, 파도 초음파를 3분간 들려주면서, 이때 나타나는 뇌파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분석했다. 1차 실험에서11명의 학생 중 남학생(7명)은 평균 8.12%, 여학생은 평균 2.68% 정도 알파파가 활발해졌다. 두 번째 실험에서 25명의 학생 중 15명에서 알파파 반응이 나타났으며, 최소 5.0%에서 최고 1백18%까지 알파파 방출이 심해졌다.
겐지 교수는 [파도 초음파가 환자들의 병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며 [바닷가야말로 자연의 치유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라고 강조했다. 겐지 교수팀은 파도초음파가 심전도, 맥박 등 인체에 다른 생리현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모태준 기자. taim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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