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가을 전어, 본전 생각 절대 하지 말라

부산갈매기88 2009. 9. 4. 16:34

가을 전어[錢魚], 본전 생각 절대 하지 말라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요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 온다는 옛말이 전해지는 걸 보면 우리 서민과 참 가까웠던 생선이었던 것 같다.

 

먹을꺼리가 부족했던 옛 날 그토록 맛있다는 전어는 헐값에 팔렸는데 왜 인기가 없었을까?

별로 거들떠보지 않는 이 생선에 이상한 수식어는 어째서 이렇게 많이 붙여 놓았는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전어 대가리는 물론 전어 몸 어디에도 깨가 서말 들어있지 않고, 암만 둘러봐도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 맡고 새삼 집이 그리워 돌아오지도 않는다. 이 모두 어찌 보면 허황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인기 없는 전어를 팔아 치우기 위하여 만들어 낸 수식어 치고는 어쨌든 그 효과는 엄청나다. 드디어 그렇게 흔하게 잡히던 전어에 대한 수요가 치솟아 그 가격이 광어나 우럭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가을의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 전어는 생선계의 신데렐라로 변신했다.

 

전어는 깻잎과 잘 맞는다. 깻잎은 고소하지만 향이 진하기 때문에 자칫 전어 맛은 구경도 못하고 깻잎 맛만 실컷 보게 될 소지도 있다. 그래서 깻잎 반장에 뼈째 썰기 한 전어 몇 점을 올리고 순수한 재래 된장을 떠서 마늘 반쪽, 매콤한 고추 한 조각으로 쌈을 싸서 입에 쏙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그 고소한 맛을 음미한다. 이것이 전어회의 참맛이다.

 

전어를 구우면 자글자글 익으면서 기름이 불에 떨어진다. 때문에 전어는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야 한다. 전어구이 먹고 어디 가서 깨가 서말이더라고 자랑하려면 직접 적쇠에서 굽고 있는 전어를 구우면서 나는 냄새와 연기를 맡아야 그 고소함의 맛을 겨우 혀끝에 적실 수 있다.

 

전어는 내장 째 구워야 제 맛이 난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구우면 맛의 영혼이 빠져나간 것과 같아서 앙꼬 없는 찐빵으로 비유할 수 있다.

 

*전어, 본전 생각 안 하는 생선

 

전어는 청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서 서식장소는 수심이 30미터 이내의 얕은 연안이므로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서식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남쪽에서 월동하고 4-6월에 난류를 타고 북상한다.

여름에는 남, 서해안 연근해의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등을 섭취하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월동을 위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때의 전어는 몸길이가 20cm정도로 자라 가장 영양가 풍부하고 맛이 좋게 된다.

 

남쪽바다에서 다 자란 전어가 9월 중순경부터 잡히기 시작해서 12월까지 잡히는데 가장 맛이 좋을 때가 10월이며, 그래서 가을전어는 10월 전어라고도 한다. 오죽했으면 돈 생각 안 한다고 해서 전어(錢魚)라고 했을까.

 

전어가 많이 잡히는 곳은 광양, 고흥, 보성등 전남 남쪽해안이다. 광양에서는 전어축제도 열고 있다.

 

전어는 100g중 수분 71g, 단백질 25g, 지방 2g. 열량도 많지 않아 다이어트에 좋다고 한다.

전어회는 숙취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먹는 방법도 회, 무침, 구이 등 다양하다.

 

전어는 낱마리로 거래되지만 예전에는 열 마리를 한 묶음으로 가느다란 대나무에 끼워서 팔기도 했다. 자연히 가느다란 대에 끼워서 엮어야 했는데 바로 여기에서 전어(箭魚)의 이름이 유래됐다. 전어(箭魚)에서 사용된 전(箭)이란 대와 관련이 있으며, 대로 엮어 팔았기 때문에 이름이 전어가 된 것이다. 가을이면 바다가 허옇게 될 정도로 많았던 전어가 요즘은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최고의 전어 어장으로 알려진 경남 삼천포의 마도 사람들도 전어가 별로 안잡혀 맘이 편치 않다. 제철이 되면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 예약이 폭주하지만 양이 적어 수요에는 맞출 수 없다고 한다. 요즘에는 대에 꿰어 팔기는 커녕 잡히기만 하면 곧 바로 돈이 된다. 산채로 실려 횟집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전어 이름도 이제 전어(箭魚)가 아니라 전어(錢魚)가 됐다.

 

 

출처(일부) : 조영제(趙英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