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250차 정기산행: 지리산 천왕봉(1,915m) 산행기 ◈(2015. 1. 10. 토)

부산갈매기88 2015. 1. 15. 17:13

◎산행지: 지리산 천왕봉(1915m)

★산행일시: 2015. 1. 10.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3명(금호지, 동무, 윤슬, 흔적, 해월정, 갈바람, 청파, 보라, 신우, 앞마당, 붉은노을, 팅커벨, 태영, 파도, 한사랑, 와석, 배일식, 슬로우 부부, 수희, 은수, 영원한부산, 키종, 탱기스, 가평, 쥬뗌므, 미주, 형제, 부용, 헤르메스, 신상신, 제천, 진주, 수정, 종현, 햇살, 산하, 수산나, 김순화,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백무동 주차장~백무동 탐방지원센터~하동바위(900m)~참샘~소지봉(1,312m)~장터목 산장(1,653m)~제석봉(1,806m)~통천문(1,814m)~천왕봉(1,915m)~천왕샘~개선문~법계사~로타리 대피소~망바위~칼바위~통천길/중산리 야영장~중산리 탐방지원센터

 

◔시간대별 산행코스:

09:30 백무동 주차장 도착

09:41 백무동 주차장 출발

09:50 백무동 탐방지원센터

10:39 하동바위(900m)

11:04 참샘

11:30 소지봉(1,312m)

12:05 이정표(장터목 산장 1.5km/백무동 4.3km)

12:41 장터목 산장(식사 40분)

13:40 제석봉

14:10 통천문(1,814m)

14:28 천왕봉

14:48 천왕샘

15:05 개선문

15:41 법계사

15:42 로타리 대피소

16:09 망바위

16:35 칼바위

16:57 통천길 안내소/중산리 야영장

17:04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산행 시간 및 거리: 백무동 주차장~중산리 탐방지원센터까지 7시간 24분(점심식사 40분, 기타 휴식 40분)<순수 산행시간: 6시간>

◍산행거리: 백무동 주차장~중산리 탐방지원센터까지 12.93km(GPS)

              백무동 주차장~중산리 대형버스 주차장까지 14.36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주) 관광버스

            *순두류로 가서 버스를 타는 경우→중산리 탐방지원센터: 오후 4시, 5시, 6시 출발

             <차량운행 문의: 두류여객(주)  010-2825-3001>

 

▶산행 tip: 새해에 들어서게 되면 산우들은 엄마의 품속 같은 지리산 천왕봉에 안기길 기대한다. 지리산의 정기를 듬뿍 받아 한 해를 시작하고, 또 한 해 설계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천왕봉 정상을 목적지로 사방팔방에서 모여들어 정상은 늘 북적거린다.

 

백산 산악회에서도 신년을 맞이하여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로 했다. 천왕봉은 산우라면 몇 번씩 등정을 해 왔을 것이다. 이번에는 백무동에서 장터목을 경유해서 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백무동 주차장에서 하동바위~참샘~소지봉~장터목 산장~천왕봉~법계사~망바위~칼바위~중산리 탐방지원센터까지의 7시간 20여분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겨울이라 땀을 흘리기는 하나 여름 보다는 적게 흘리게 되지만, 필요한 물 보충은 참샘과 천왕샘에서 할 수가 있다. 새해 첫 정기산행은 눈길을 걸으며 멋지게 인생 설계를 해 본다.

 

 

▶백무동은 왜 백무동일까?

백무동 주차장을 출발한 산우들은 백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단체 인증샷을 공원 관리인에게 부탁하여 한 컷을 한다. 하지만, 사진의 구도는 땅바닥을 너무 많이 드러내게 하여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시간을 내어서 찍어주는 것에 감사하다. 도대체 백무동의 유래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백무동은 백명의 무당이 있던 곳(百巫洞), 높은 지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는 마을(白霧洞), 백명의 무인들이 머무른 곳(百武洞) 등 몇 가지 유래가 있다고 한다.

 

등로는 탐방지원센터 조금 위 천왕봉 5.8km라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돌계단이 나오고 개울을 건너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하동바위까지 오르는 돌계단 길은 빙판이라 걷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모두 아이젠을 여기저기 멈춰 서서 착용한다. 백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하동바위까지 아이젠 착용 및 껴입은 옷을 다시 벗어서 배낭에 넣는다고 시간이 10분여 걸려서 50분이 소요되었다.

 

 

▶함양 땅에 웬 하동이라는 이름이 쓰인겨?

이 함양 땅에 하동바위라는 하동이 쓰인 것은 웬일일까?

하동바위의 유래는 옛날 장터목에 장이 서던 날 함양원님과 하동 원님이 산 좋고 물 좋은 지리산상의 장날을 둘러보기 위해 장터로 향했다. 풍류를 잘 알았던 두 원님은 뜻밖의 만남에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장기를 두게 됐는데 하동 원님의 압승으로 끝났다. 내기에 진 함양 원님은 수중에 내놓을 만한 변변한 것이 없던 터에 승자를 놀려줄 요량으로 눈앞에 우뚝 선 바위를 가져가라고 말했다. 설마 바위를 가져갈 수야 있겠느냐 하는 심산이었다. 하동 원님은 이에 뒤질세라 고맙다며 나중에 사람들을 동원하여 가져가기로 하고, 우선 이름을 하동 사람들의 바위란 뜻으로 [하동바위]로 이름지어버린 것이 그만 함양 땅에 있으면서도 산 너머 하동바위가 되고 말았다 한다.

 

하동바위에서 개울에 걸려있는 출렁다리를 건너서 오르는 등로는 조금씩 고도를 높이어 간다. 하동바위에서 참샘까지는 10여 분이 걸린다. 참샘 위의 빈터에 서서 일행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간식을 먹어본다. 그리고 참샘에서 물 한바가지를 떠서 뜨거운 가슴을 식혀본다. 백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1시간 20여 분을 올라왔으니 에너지를 조금 충전해야 할 시간이다.

 

 

▶깔딱고개

사실 참샘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에 접어든다. 겨울 이 가뭄에도 졸졸 흘러나오는 샘물이기에 선조들은 참샘이라고 이름 지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워밍업의 전초전이었다. 참샘에서부터 소지봉 바로 아래의 산등성이까지 올라서는 200여 미터의 깔딱고개가 첫 시련의 시간을 맞게 한다. 대략 12~13분 정도 걸리는 이 깔딱고개는 된비알이라 끈기를 요한다. 이 된비알을 올라서게 되면 장터목산장 가기 전 1km까지는 신바람 나게 올라갈 수 있다. 이 구간에 다소 힘이 부치어 일행 한 사람이 조금 힘든 귀로에 섰다. 하지만 이런 상황 하에서 응급조치를 취하고 다소 완급을 조절하여 등성이에 올라설 수가 있었다. 거기서 2~3분을 올라가게 되면 너른 공간이 나타나고 왼쪽에 소지봉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표지판이라 인증샷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번 산행은 이 소지봉에 올라서게 되면 마음이 턱 놓이게 된다. 이제 장터목산장까지 식은 죽 먹기다. 닭모가지는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 군데군데 나무계단이 나오고 등로가 U자식으로 패여 있어 눈이 쌓여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오르기에는 수월한 코스이다. 다만 장터목산장 1km 정도를 남겨두고 조금 가파른 비탈이 나오기 했으나 전반적으로 완만한 경사의 등로가 한결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왼편 비스듬히 장터목이 빼꼼이 보이기에 산행을 다한 기분이 든다.

 

 

▶장터목에서 배를 두들겨라!

산꾼들은 하나 둘씩 건물 안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들어간다. 안에 들어가니 아뿔싸 안경에 김이 서려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아 요걸 두고 자갈치 돛떼기 시장이라 했던가. 취사장 안은 학교의 수도시설 같이 만들어져 있다. 수도꼭지만 달면 수도설비라고 과언이 아니다. 배꼽 높이에 스텐레스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배낭을 넣을 수납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다행히 가평님이 자리를 잡아서 부른다. 그래서 은수님, 수희님과 함께 그 옆으로 다가 서본다. 그 북새통에 밥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만 해도 다행이다. 용케 우리 백산팀들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자리를 잡아서 식사를 한다. 옆에서 금호지님이 어묵을 끓이고 있는데, 불이 기압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제때 끓치 않는다. 이미 밥그릇은 다 비웠는데 북쪽 문 입구에 자리를 잡아 라면을 끓인 앞마당님이 부른다. 앞마당님에게로 가서 라면을 조금 얻어먹는다. 뜨거운 라면 국물이 배 안에 들어가니 실내의 공기와 뒤섞여 볼때기도 후끈거린다. 이곳저곳에서 흩어졌던 일행들은 식사가 끝났는지 배낭을 챙기고 밖으로 나간다. 바깥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댄다. 일행과 함께 장터목산장의 간판을 배경으로 한 컷을 한다.

 

장터목의 유래는 예로부터 산청군 시천면 사람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이 이곳에서 물물교환과 물건을 사고팔던 장소다. 두 군의 중간지점이 바로 이곳이었기에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만나 물건을 교환하기도 하고 또 사고팔기도 한 모양이다. 사실 시천면은 나의 외가이기에 초딩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몇 번을 왔던 기억이 새롭다. 비포장도로 따라 십리 길을 가노라면 하루에 몇 차례밖에 다니지 않던 시골버스가 하얀 먼지를 뒤집어씌우고는 달려가던 그때. 지금은 포장도로라 너무나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만삭이 된 몸(?)으로 제석봉으로

장터목에서의 식사가 좀 거했다. 보온밥통의 밥도 다 비우고, 앞마당님이 주는 라면과 토종요굴트도 두 잔, 또 일행이 주는 커피 한 잔까지 마셨으니 정량 초과다. 화장실을 부리나케 다녀온 일행은 산장 뒤의 제석봉으로 오르는 계단 입구에서 단체 인증샷을 한 컷 한다. 시작지점부터 눈은 녹아서 질퍽거리는데다 완전 깔딱고개라 힘이 든다. 게다가 점심은 뒷생각 없이 먹어댔으니 그 된비알을 오르기에는 두꺼비 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천왕봉에서 하산하는 산꾼들이 있어 기다려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 장터목산장에서 제석봉까지는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몸이 천근만근인데다 능선에 올라서니 매서운 칼바람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구상나무의 고사목이 여기저기 세월을 버티고 있다. 오래 전 도벌꾼들이 이곳에서 나무를 도벌하고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불을 질렀기에 그 울창하던 나무들은 거의 사라지고, 식목한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다. 멀리 산들이 겹겹이 층을 이루어 다가선다. 함께 걸어 올라가는 청파님도 심한 감기로 온전한 몸이 아닌데 산행신청을 하여 약속을 지킨다고 참석했다. 목소리는 센 소리가 나지만, 코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어서 참가했단다. 몸은 온전치 못하지만 마음만은 조금 편해 보였다. 이번 산행 후에는 빨리 쾌차해야 될텐데.....

 

 

▶천왕봉은 엄마의 품인가 아님 계모의 품인가?

제석봉에서 일행은 천왕봉을 배경으로 한 컷을 한다. 매서운 칼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대니 장갑을 벗고 사진을 찍기도 부담스럽다. 손끝이 얼얼하고 감각이 무디어진다. 그래도 추억 만들기의 열정이 더 강렬했기에 함께 어깨를 맞추어본다.

 

거기서 통천문까지는 30분 채 안 되는 거리이나 통천문 가기 전의 눈이 가득 쌓인 너른 눈밭에서 흔적님과 윤슬님이 한바탕 눈 장난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꽃을 피워본다. 눈 속을 뛰노는 사슴 같기도 하다. 나이 들어도 함께 이렇게 어울리고 장난을 쳐본다는 것은 서로가 마음이 열려진 상태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통천문을 지나면서 오르는 등로는 더욱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댄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나무라기라도 하듯.

 

천왕봉 정상에는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산우들로 발딛을 틈이 없다. 그 틈새를 비집고 인증샷 한 장을 찍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지리산 정상석의 글자가 동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서 동쪽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역광이다. 그렇듯 어쨌든 산우들은 다른 사람이 정상석 자리에서 벗어나기라도 할라치면 재빨리 서서 인증샷을 찍는다. 정상석 글자가 안 되면 서쪽의 뒷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산우들도 많다. 칼바람에 정상에서 5분 이상 지체하기는 볼때기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서 얼른 하산을 한다. 지리산이 엄마의 품속 같다고들 하지만, 오늘은 완전히 계모의 심술이 덕지덕지한 것 같다. 뒤에 올라오는 앞마당과 정상 사진을 찍고 또 찍어준다고 지체했더니 일행들은 이미 천왕샘으로 하산을 하고 없다. 태영님은 정상 바로 아래에서 천왕샘까지 눈 속에 미끄러질 듯 말 듯 하더니 재빠르게 내려가고 모습을 감춘다. 허겁지게 뒤따라 가본다. 이러다 낙동강 오리알 될까봐.

 

 

▶악 소리나는 돌계단길의 하산

천왕샘 가기 전에 눈이 녹아서 미끈미끈하기에 아이젠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미끄러져 엉덩이로 눈썰매를 4~5미터 탄다. 먼저 간 일행은 천왕샘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법계사로 내려가는 하산길에 극기훈련을 하러 온 다른 단체가 있어서 정체가 많이 되어 시간이 다소 지체된다. 게다가 비탈진 암벽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서 뒤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선두조는 이미 가고 없고 중후미조가 한 덩어리가 되어 느긋하게 내려간다. 법계사 가기 전 너럭바위에 앉아서 간식거리를 꺼내어 놓고 신선의 참맛을 느껴본다. 정상부근만 바람이 세차지만 산허리 아래는 포근한 봄 날씨 같아서 좋다. 로타리 대피소에서의 회오리바람을 빼고는 그런대로 날씨가 많이 도와준다. 로타리 대피소에서의 회오리바람은 심술궂은 놀부처럼 한바탕 휘저어 놓고 사라진다.

 

로타리대피소에서 망바위와 칼바위 가기까지 30여 분씩은 돌밭길이라 무릎에 많은 부담감을 준다. 무릎을 오래 써먹을까 싶어 무릎 보호대를 했지만 돌계단의 위력 앞에서는 고통이 찌릿찌릿하게 전해져 온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일행 중 많은 사람이 순두류쪽으로 하산을 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중산리탐방지원센터까지 오려고. 그래도 외국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새해 첫 산행의 지리산 정기를 받으러 온 종현님, 대전에서 달려온 파도님, 그리고 몸이 성치 않은 청파님, 앞마당님과 신우님 부부, 정기산행에 첫 참석한 제천(이종덕)님, 백산에 얼굴을 처음 들이 민 김순화님 부부, 후미대장 붉은노을님, 그리고 태영님은 의지를 꺾지 않고 줄곧 함께 후미조를 이루며 이 돌계단을 내려왔다. 처음 온 김순화님 부부는 기존 회원들에게 다가서기가 조금 멋쩍었는지 말도 붙이지 않다가 내가 망바위 부근에서 말을 건네니 얘기도 잘 한다. 그래서 칼바위와 통천길 날머리에서 사진을 한 컷 같이 찍었다.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는 것으로 7시간 20여 분의 산행은 종료된다.

 

새해의 멋진 첫 정기산행을 무사히 잘 해냈다. 백산님들 참 대단하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다. 게스트 마저 아주 가볍게 해냈다. 올해 백산의 산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운해대장님이 빠진 산행이었지만 완벽하게 해냈다. 무전기도 없었지만, 모두 마음과 뜻을 함께 모두어 아름답게 대미를 장식했다. 중산리 지리산 기사식당에서의 건배는 하루의 피로를 잊는 외침이었다. 함께 한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건강한 몸으로 한 해 쭉 달려보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한 해를 만들어 보자!!!

 

▶산행지도chiri-jungsanri-baegmudong.jpg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