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71차 정기산행: 순창 강천산 산행기 ◈(2015. 11. 14)

부산갈매기88 2015. 11. 19. 09:40

◎산행지: 순창 강천산(583.7m)

★산행일시: 2015. 11. 14. 토. 이슬비, 안개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5명(금호지, 동무, 윤슬, 청림, 옥여사, 행운이, 슬로우, 퀵, 탱탱구리, 송향, 해룡, 붉은 노을, 새콤달콤, 팅커벨, 동해, 일식, 수정, 해월정, 갈바람, 청송, 산오디, 블랙이글, 숙이, 야초, 구정본, 동방, 병주, 가연, 은수, 호두, 은방울, 차돌이, 송이, 산하, 스마트,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주차장~매표소~병풍바위~495봉~깃대봉(571.9m)~왕자봉(강천산 583.7m)~형제봉 삼거리~북문~강천저수지 갈림길/송낙바위~강천호~구장군폭포~구름다리(현수교)~강천사~매표소~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0:38 주차장 도착

10:45 주차장 출발

10:49 광덕교

10:54 매표소

11:00 매표소 출발

11:04 병풍폭포

11:08 금강교

11:53 깃대봉 삼거리

12:14 깃대봉(571.9m)

12:20 무덤(중식 30분)

13:01 왕자봉 삼거리

13:07 왕자봉

13:29 형제봉 삼거리

14:23 북문

14:41 강천저수지 갈림길(북문 1.8km/구장군 폭포 1.8km)

15:04 제2 강천호 삼거리

15:15 제2 강천호수

15:37 구장군 폭포

16:02 구름다리(현수교)

16:13 강천사

16:52 주차장 도착

 

★산행 시간: 6시간 7분(중식 30분, 기타 휴식 47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50분>

◍산행거리: 13.5km

◎교통편: 뉴부산고속투어 버스

 

▶산행 tip: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강천산. 그 명성을 찾아 나서는 산행이다. 누구나 오색찬란한 단풍을 보기를 기대했지만, 서산을 넘어가는 해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듯 그렇게 늦가을의 끝자락만 부어 잡고 왔다.

 

대다수의 산악인이라면 강천산의 단풍과 기암괴석, 폭포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 풍경이 계절과 날씨에 따라서 달라지는 맛을 체험할 수가 있다. 전체 산행시간은 6시간 남짓 황금 낙엽으로 수놓은 능선을 아기자기하게 걸을 수 있고, 안개 자욱한 곳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하루였다. 능선에서 마음껏 힐링하고 제2 강천호수와 구장군폭포에서 벅찬 감동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또 그 여세를 몰아서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골짜기의 비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계곡을 따라 지고 있는 단풍이지만 그 울긋불긋한 모양에 가슴에 전율이 인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고 젊을 때의 열기가 치솟아 오르는 시간이 된다. 이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이 진정되고 강천사를 지나 전개되는 황금색 메타세콰이어와 폭포수에 마음이 정리된다. 이 가을은 그렇게 우리의 가슴을 스쳐지나가고 있다.

 

▶공짜가 없는 불변의 진리

잔뜩 흐린 날씨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인파로 혹시 강천산 주차장 입구가 밀려서 붐비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다소 늦은 탓도 있겠지만 일기불순에다 강천산 단풍이 져버렸다는 사실. 그래서 주차장은 이미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만원이었지만 등산객들은 적었다. 많은 관광객들은 구름다리나 구장군폭포까지의 산책코스를 이용하는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올라 간다. 길가에 늘어서 있는 노점의 특산물을 구경하면서 매표소까지 진행한다. 일행이 올라오는 중이라 매표소 입구의 [순창군민헌장] 표지석 앞에서 잠시 개인 사진을 찍어본다. 그 뒤의 개울 옆으로 단풍나무들이 늘어서 있으나 이미 겨울채비에 들어갔기에 나무들은 이파리를 많이 떨구고 있다.

 

매표소 앞에서 단체 인증샷을 하고, 곧바로 매표소를 지나가면 병풍폭포를 만나게 된다. 병풍폭포수의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배경삼아 일행들은 인증샷을 하기에 분주하다. 그런데 입장료가 3,000원 거금이다. 공원관리비치고는 제법 센 느낌이다. 그러나 폭포를 구경하는 물값이라 생각하면 기꺼이 내야 할 것 같다. 병풍폭포와 구장군폭포의 물을 절벽 꼭대기로 올리는 전기료라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그렇게 인공폭포를 만들어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순창군의 발상이 가상하기까지 하다. 농산물로써 군의 재정을 부담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물을 전기로 기암절벽 위로 올려서 인공폭포를 만들고, 계곡에 산책로를 만들어 그 옆에 단풍나무를 심고, 구름다리(현수교)까지 만들어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피눈물 나는 전략이 아니었겠는가. 공짜로 입에 들어오는 것은 없음을 실감케 한다.

 

산행초입은 금강교를 건너서 오른쪽에서 시작된다. 거기서 골짜기를 따라 올라간다. 초입에 문지기처럼 서있는 붉은 단풍나무에 정신을 잠시 빼앗겨 본다. 그나마 그 단풍나무를 위안삼아 그 속에 안긴다. 아직 이파리를 떨쳐내지 않고 우리를 기다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늦가을의 정취가 그 단풍잎에 다 묻어난다. 계곡에 들어서자마자 간밤에 비가 온 탓으로 등로는 질척거린다. 조금 완만하게 시작되는가 싶더니 된비알이 시작된다. 30분 정도 치고 올라가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일행 중 누군가 돌리는 과일을 입에 넣는다. 눈에 가을이, 입에도 가을이 묻어난다. 타산악회에서 온 산꾼들과 뒤섞이게 되어 빨리 앞서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거기서 10여 분 비탈을 오르는데 이슬비가 소리없이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백산이 가는 길에 이슬비가 내리다니. 하늘도 웬 심술인가. 깃대봉 삼거리 조금 못 미쳐 일행은 비옷을 입기 시작한다. 비 같지 않은 비에 마음만 괜스리 조급해진다. 안개가 자욱한 등로에 황금색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비에 젖은 낙엽이 반짝거린다. 그 황금길을 걸어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깃대봉 삼거리 이정표에 기대어 본다. 일행의 비옷 패션이 가을단풍보다 더 화려하다. 남쪽 방향으로는 등산로 폐쇄구간이다. 깃대봉 삼거리에서 640미터 15분여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깃대봉에 이른다. 초입에서 깃대봉 삼거리까지 올라서게 되면 신바람이 난다. 이후는 능선길을 쭉 따라가는 산행이기에.

 

▶비에 젖은 낙엽은 무엇을 의미할까?

깃대봉을 조금 지나 비에 젖은 낙엽길을 걷는다. 본래 비에 젖은 낙엽의 의미는 50대 이후 마누라 치맛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남자를 일컫는 말이다. 직장에서 명퇴를 하고 오갈데 없는 남자의 신세를 두고 하는 말인 것이다. 나뭇가지의 잎새는 제 갈 길로 흩어져 등산로 여기저기에 뒹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의 분위기가 웬지 황량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가슴이 텅 비어갈 즈음 등로 양옆으로 조릿대(산죽)가 파릇파릇하게 펼쳐진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없으면 뭔가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뭔가 절망이 엄습할 때 희망이 샘솟는 것 같은 그런 거. 그 조릿대가 눈을 시원케 한다. 그 파란 색의 조릿대를 보니 피로가 싹 가신다. 조릿대가 끝난 지점에 너른 빈터가 펼쳐지는데 그곳이 무덤이다. 그 무덤의 후손들이 이곳까지 생여를 메고 온다고 비지땀을 흘렸으리라. 그 무덤은 온통 낙엽으로 이불을 덮은 듯 하다.

 

그 무덤 옆에서 앞서간 동방님, 미산님, 탱탱구리님 등 일행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이번에도 해군에 복무 중인 동방님의 자제분인 병주가 휴가를 맞추어 산행에 동행해주니 참 반갑다. 자식이 아버지를 이해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세근이 들어간다는 뜻이 아닐까. 아버지의 고생하는 모습을 아는 것이 대견스럽다. 또 두어 달 정도 허리를 다쳐서 오랜만에 나온 미산님의 오늘 산행도 컨디션이 좋은가 보다. 선두조에 섞여서 여세를 몰아가고 있으니.....

 

후미조 16명은 무덤 옆에 식탁보를 펼친다. 서두르지 않아도 함께 갈 수 있고, 또 서두른다고 해서 더 빨리 차가 출발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이기에 오늘이란 시간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간디는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너무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얼굴을 맞대고 마주앉아 먹는 점심시간이 즐거운 것이다. 안개가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이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마음의 힐링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마음 편한 사람끼리의 친교 또한 중요하다. 이 귀중하고 행복한 시간은 돈으로 살 수가 없기에.

 

 

▶왕자와 공주가 되고 싶어~~!

점심식사를 하고 5분여를 가면 왕자봉 삼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거기서 5~6분 완만한 비탈길을 오르게 되면 왕자봉 정상에 다다른다. 오늘은 안개비 속에 모두 왕자와 공주가 되고 싶을 것이다. 왕자봉에 왔으니까. 정상은 안개에 휩싸여서 사면은 너무 고요하기만 하다. 유명한 산임에도 산꾼들이 적으니 마음은 평화스럽다.

 

왕자봉에서 왕자봉 삼거리를 다시 내려가 20여분 형제봉 삼거리로 진행을 한다. 형제봉 삼거리에서 북문까지는 조릿대가 등로 양옆에 하늘거리고, 황금색 낙엽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능선길을 쭉 따라가게 된다. 안개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어 가을의 우수에 젖어본다. 분위기가 센티멘탈하게 만든다. 낙엽이 다 져버린 능선, 자욱한 안개가 휘감고 있으니 어찌 늦가을의 정취에 빠져들지 않겠는가. 무리지어 등로를 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워본다. 왕자봉 삼거리에서 북문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어가야 한다. 북문을 에워싸고 있는 안개로 불과 4~5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북문에서 잠시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북문에서 강천저수지 갈림길로 약간 올라서서 제2 강천호수 방향으로 내려선다. 원래 북문에서 운대봉~북바위~비룡폭포/비룡계곡~제2 강천호수 방향으로 하산하려고 했다. 그런데 안개가 자욱하여 사방을 분간할 수 없고 조망도 할 수 없어 이곳을 생략하고 곧바로 제2 강천호수로 내려서게 된 것이다.

 

 

▶그래도 강천산은 강천산이여!

제2 강천호수 다리 위에서 일행은 단체로 추억의 시간을 만든다. 다리 위쪽으로 전개되는 호수와 산비탈을 누렇게 물들이고 있는 가을의 향연에 가슴도 물든다. 그리고 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계곡의 풍경도 좋다. 여기저기 가을의 입김에 밀려가기 싫은 단풍나무들이 여기저기 버티고 서있다. 또 곰 머리같이 생긴 기암괴석에 마음이 간다. 500여 미터 아래 산 암벽을 타고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정경이 아련히 보인다.

 

농어촌공사에서 이 강천호수를 만든다고 고생을 한 것을 엿볼 수 있다. 가뭄에 저수량이 적은 호수는 그래도 가을 경치를 담고 있다. 그 호수를 빙 돌아서 계단을 내려서면 길가에 단풍나무들이 몇 그루 서서 자신의 자태를 보아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다. 그 길은 자연스레이 구장군폭포 아래로 이어진다. 군데군데 붉은 단풍나무 몇 그루에 마음이 고조된다. 그 단풍나무로 가연님과 은방울님은 신이 났다.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양팔을 벌려 춤을 춰 본다. 또 석조상 앞에서 추억 만들기도 한다. 산 위의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구장군 폭포수는 안개와 함께 서정시를 읊게 한다. 그 아홉 장수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가 남기고 난 이바구는 가느다란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비록 그것이 인공폭포이긴 하나 이제는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서. 수많은 관광객들은 여기까지 올라와서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주위의 소란스럽다.

 

이제 남은 것은 구름다리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구름다리(현수교)로 탱탱구리님과 함께 올라가본다. 여느 구름다리보다 폭이 좁은 것 같다. 현수교라 조금 흔들리긴 하지만 심하지는 않는데, 타지에서 온 아가씨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럽나 보다. 겁을 내면서 걸어가고 있다. 구름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계곡 위 아래의 경치가 압권이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강천산의 단풍은 지고 있어도 아직 울긋불긋하게 남아 있는 나뭇잎들의 향연이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역시 강천산은 강천산이여!

 

구름다리를 내려와 강천사 부근으로 향하는 길가의 단풍잎도 아직 연인의 사랑을 받을 시간이다. 그리고 강천사를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메타세콰이어의 황금빛에 마음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또 그 옆 절벽 위로 떨어지는 폭포 물줄기에 내 마음도 함께 따라 떨어져 내린다. 세상사노라면 수많은 걱정, 근심, 불안, 초조, 긴장감 등이 엄습하고 조여와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잠시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삶의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주차장으로 되돌아오게 되면 오늘의 시간은 갈무리된다. 일행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하루는 우리 인생의 보석과 같은 시간이다. 에너지 충전의 시간인 것이다. 행복 충전소에서 행복 보따리를 찾아 온 것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음이 울적한 사람은 여행을 통해서 마음이 환해지고, 산행 중 누군가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에 함께 박장대소를 할 수 있다면 이미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또 백산에서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아 받은 사랑과 행복이 넘쳐난 회원이라면 그 사랑에 겨워 뭔가 회원들에게 되돌리고 싶기도 하다. 백산에 온 1주년 기념으로 야초님이 특별히 떡과 포도즙을 선물해서 부산 출발을 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 형제, 자매처럼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백산이다. 그 가족 같은 애정과 우정이 우리를 묶어 놓는다. 한 동안 보이지 않으면 괜스리 궁금해지는 것은 이런 연유가 아닐까.

 

뒤풀이 저녁식사는 남원에서 가마솥 추어탕으로 목마름을 해결했다. 모두가 하나 된 산행. 운해대장님이 안 계셨지만, 붉은 노을님과 윤슬님이 잘 진행해주어서 감사하다.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사람이 있기에 백산은 그렇게 나날이 발전해 가고 있다. 웃음과 행복이 이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초석이다. 그 중심에 백산이 있다. 산이 좋다, 사람이 좋다. 백산이 좋다!!!

 

 

♣산행지도: 산행코스는 다르기에 지형만 참조바람.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