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81차 정기산행: 창녕 관룡산, 화왕산 진달래 산행기 ◈(2016. 4. 9. 토)

부산갈매기88 2016. 4. 14. 19:51

◎산행지: 창녕 관룡산(754m), 화왕산(756m)

★산행일시: 2016. 4. 9.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3명(영원한 부산, 종현, 행운이, 금호지, 윤슬, 솔뫼, 옥여사2, 건이, 진이, 송향, 붉은 노을, 와석, 한사랑, 청파, 산들바람, 피네, 숙이, 나무, 수정, 새콤달콤, 준현, 호두, 동방, 현진, 야초, 슬로우, 은수, 부용, 홍종태, 가연, 수피아, 청림, 백합, 미산, 태영, 탱탱구리, 수희, 인선, 폼생폼사,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A)옥천매표소~관룡사~구룡산 갈림길~관룡산~동문~화왕산~ 도성암~주차장

(B)옥천매표소~관룡사~구룡사 갈림길~관룡산~동문~화왕산~서문~배바위~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후미 기준):

  09:48 옥천 주차장 도착

  09:58 산행시작

  10:25 옥천사

  11:27 이정표 갈림길(관룡사 1.0km/관룡사 1.3km/노단이마을 0.9km)

  12:13 구룡산 정상부근 헬기장(이정표 화왕상 정산/부곡온천)

  12:51 관룡산(754m)

  13:20 이정표 (화왕산 3.2km/용선대 1.2km/청룡암 2.2km)

  13:40 옥천 삼거리/이정표 (화왕산 2.2km)

  13:58 허준 세트장

  14:13 동문

  14:42 화왕산 정상(756m)

  14:52 이정표(3등산로 2.8km/동문 0.7km)

  15:49 도성암

  16:27 주차장

 

★산행 시간(A코스 후미 기준): 6시간 28분(점심식사 28분, 기타 휴식 53분, 세족 9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58분>

◍산행거리(A코스 기준): 10.5km(GPS)

              B코스 기준: 11.6km(GPS)

◎교통편: 신부산 고속투어 버스

 

▶산행 tip: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봄철 산행

(1)구룡산과 관룡사의 암릉미에 취하다.

이번 관룡산~화왕산 산행은 암릉과 진달래꽃의 향연을 즐긴다는 점에 초점이 모아졌다. 그리고 산행 후 남지 유채꽃을 보고 오는 것이다. 재작년에도 마산 무학산을 산행하고 오면서 남지 유채꽃을 보고 왔다. 부산덕천동에서 창녕까지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소요되기에 다른 산행에 비해서 훨씬 체력낭비가 덜 하기에 좋다.

 

옥천 대형주자창에 버스를 내린 후 곧바로 가야 할 마루금을 올려다보면 산세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그 암릉에 약간의 위압감이 든다. 주차장은 넓고 아주 깨끗하게 마련해 놓아서 좋다. 주차장에서 관룡사를 향해서 오르는 길옆에는 봄의 전령사인 벚꽃이 활짝 웃고 있다. 바람이 불면 꽃비가 되어 내리고, 도로 옆 도랑의 물소리는 작은 폭포를 이루며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잘 정비된 도랑을 보게 되면 우리의 삶도 잘 정리정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룡사 조금 아래에서 벚꽃은 끝이 나고, 그 위의 관룡사 주차장 입구에는 석장승 둘이 문을 지키고 있다. 이 장승은 나무가 아니라 돌로 만들어져 있어 조금 특이하다. 그리고 주차장을 지나 관룡사 돌계단을 올라가면 석문이 나타난다. 신라 증평왕 때 증법국사가 절을 지을 때 화왕산 세 개의 연못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관룡사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곧 다가올 석가탄신일을 위해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요란스럽다. 요즘 산사는 수도 정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뭔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겉치레 문화가 어느 틈에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 왜 그처럼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독경소리를 골짜기에 울리는지. 예불을 드릴 때의 정숙함, 진지함, 순결함이 상실되어 가고 있어서 많이 안타깝다.

 

그 절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면 구룡산으로 오르게 된다. 처음 시작은 아주 가벼운 흙길로 접어들어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야 한다. 관룡사에서 25분여 비탈길을 올라가야 산등성이의 바람을 쏘일 수 있다. 거기서부터 바위 틈새를 따라 올라가면 이제 바위는 암봉으로 바뀐다. 그 바위 틈 사이사이로 진달래가 숨바꼭질을 하면서 산꾼을 환하게 맞이한다.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한 송이 따서 입에 넣어 봄 체취를 느낀다. 그렇게 척박한 땅 위에서 그네들은 생명의 빛을 발하고 있다. 큰 바위들이 산등성이 길에 버티고 있어서 앞서간 남자 대원들이 손으로 잡아 끌어주고 있다.

관룡사에서 암봉의 능선까지 1km이지만, 경치 조망과 암봉을 따라 이곳까지 온다고 1시간 가까이 걸리게 된다. 본격적인 암릉의 형상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기암괴석의 암봉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암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시간이 다소 걸리게 된다. 그리고 명상을 하기에 좋은 고인돌 너럭바위에 앉아 어깨동무를 한다. 건강한 웃음이 하늘로 솟구친다. 하늘의 천사도 흠모할 아름다운 모습이다. 거기에서 구룡산 정상 부근의 갈림길까지 40여분이 소요된다. 그런데 구룡산 정상석 인증샷을 빠트렸으니. 헬기장에서 부곡방향으로 100여 미터 진행하여 정상석 사진을 찍고 와야 하는데, 죄다 관룡산 방향의 능선으로 달려가고 있다. 맨 꼴찌로 따라가고 있지만, 꽁무니를 겨우 따라 잡게 된다. 관룡산 방향은 미지정 탐방로라고 갈림길에 표시를 해 두었다. 창녕군에서 등산로를 잘 정비해두고 왜 그렇게 표시를 해두었는지 알고 싶다.

 

구룡산 정상 헬기장에서 조금 진행하여 오른쪽으로 화왕산으로 가라는 팻말이 있다. 그리고 관룡산 방향은 미지정 탐방로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산꾼들은 그 미지정 탐방로로 향한다. 그 암릉을 조금 진행하니 앞에서 앞서간 대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또 바로 옆에는 암릉을 내려서기 위해서 대원들이 밑에서 발 딛을 자리를 봐 주거나 내려서는 여자회원들을 돕고 있다. 그 구간도 창녕군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 주면 편안하게 진행할 수가 있는데 왜 그처럼 내버려 두었는지 알고 싶다. 대형 주차장을 거창하게 잘 만들 자금이 있다면 이런 부분까지 좀 세밀하게 신경을 썼으면 좋을 텐데. 행정편의주이고 탁상공론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알려진 이 구룡산과 관룡산에 많은 산꾼들을 오게 하기 위해서는 세밀하게 등산로를 정비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화왕산 못지않게 이 구룡산과 관룡산 암릉은 빼어나기에 조금만 더 정비가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또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그 암릉의 단차로 인해 여자회원들이 건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하지만, 수정님은 그 암릉의 단차에도 불구하고 남자 이상으로 훨훨 날아가듯 건넜으니. 쳐다보던 일행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관룡사로 오르기 전 암릉미를 더 즐기고 관룡사 헬기장에 도착을 하게 된다. 거기서 점심 식사를 한다.

 

(2)화왕산의 진달래를 찾아서

관룡산에서 식사를 한 후 20여 분 정도 샤방샤방한 능선길의 진달래꽃을 감상하면서 옥천 삼거리까지 간다. 거기서 허준 세트장까지는 2.2km의 임도를 따라 간다. 임도 양옆으로 개나리꽃이 만개해 있다. 그리고 어떤 곳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꽃이 사이좋게 피어 있는 곳도 있다. 봄꽃을 보게 되면 나지막이 땅거죽에 붙어사는 녀석들이 노랑, 보라색, 하얗게 피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위의 나뭇가지 이파리가 연초록으로 돋아나기 전부터 땅에 붙어서 꽃을 피우고 있다. 만일 이파리가 여름같이 무성하면 햇빛도 제대로 못 받고 꽃도 화려하게 피우지 못할 텐데, 땅거죽에 붙어사는 앉은뱅이 봄꽃들은 미리 꽃을 피운다. 그 주위의 잎을 떨군 나무들의 햇빛을 양보 받아서 이파리가 돋아나 커지기 전에 꽃을 피운다. 그래서 그네들도 자연에서 서로 양보와 타협이라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생명체를 키워나가고 있다. 우리 인간들이 본받아야 할 요소다. 인간들은 남이야 죽든 말든 자신의 배만 살찌우면 그만이라는 사람이 부지기수니까.

 

허준 세트장 맞은편의 진달래 군락지에는 진달래꽃들이 불붙은 듯 벌겋다. 온 산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다. 우리의 마음도 분홍빛으로 타 오른다. 한 두 송이의 진달래꽃이 아니다. 수십만, 수백만 송이의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그 진달래꽃들은 각자 색상이 다르다. 매 한가지로 똑같지 않다. 일행들은 진달래꽃 터널 사이로 들어가 추억의 앨범 제작에 여념이 없다. 작가님들의 손이 바빠진다. 여기저기 환희의 환호성이 터진다. 봄은 그렇게 우리의 가슴에 찾아와 있었고,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꽃이 사람에게 갈 수 없기에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 온 것이다. 그 마음에 봄의 향기가 내려앉는다. 나이가 많든 적든 꽃을 보면 즐겁다. 마음이 천사처럼 순진하고 이쁘게 변한다. 또 일행은 허준 세트장에 들러서 괜스레 기웃거려 본다.

 

화왕산 동문에서 다시 한 번 어깨높이를 맞추어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그 산성 위에 올라서서 진달래 군락지를 배경으로 한 컷씩 한다. 배 바위 쪽 산자락이 핑크빛으로 여기저기 물감을 뿌려놓고 있다. 동문에서 오른쪽 산성을 따라 화왕산으로 오른다. 빛바랜 억새들도 이제 봄소식에 제 빛을 잃어가고 자리지킴을 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오전에 점심을 먹었던 관룡사 정상이 동쪽에 다가온다. 화왕산 동쪽 능선을 따라 화왕산 정상으로 접근해간다. 북쪽 사면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절벽 위에 진달래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아직 정상의 능선은 추위 탓인지 봉우리만 맺혀 있는 것도 많이 보인다. 화왕산 정상에서의 인증샷이 타산악회와 어우러져 갑자기 치열해진다. 타지에서 온 산꾼들에게 조금씩 양보를 하면서 단체 및 개인 인증샷은 마무리를 잘 짓는다.

 

앞서서 배 바위 방향으로 진행한 선두조를 위해 잠시 무전으로 호출을 해 본다. 그쪽으로 간 산우 중에는 시간 안배가 조금 염려되는 산우도 있기에. 그러나 함께하노라면 잘 갈 거라고 믿고 3등산로를 따라 하산을 한다. 준현님의 게스트는 첫 산행임에도 평소 요가를 한 탓에 체력에 큰 무리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신발이 안 맞는지 발에 물집이 잡혔다고 한다. 하산하는 도중에 두 번 정도 숨고르기를 한다.

 

도성암 부근의 벚꽃은 봄을 노래하고 있다. 꽃비가 되어 날리기도 한다. 계절의 시간표대로 자연은 그렇게 철따라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람만이 얼굴에 분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메마른 산자락에 울긋불긋한 봄꽃들이 화장한 얼굴로 자리매김하고, 그 속에서 온갖 새들은 소프라노로 노래한다. 그리고 시냇물은 베이스와 테너로 화음을 맞춘다.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주차장까지 가야 하지만, 개울에 앉아서 몸의 식초 내음(?)을 해소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청파님, 와석님과 함께 개울로 내려선다. 드디어 알탕의 계절이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기에 발을 씻고 머리만 감는다. 그래도 이런 봄날에 개울에 앉아보는 것만으로도 보너스가 아닌가.

 

(3)남지 유채꽃과 뒤풀이

자하골 주차장에서 20여 분을 달리면 남지 유채꽃밭에 당도한다. 부산으로 가는 길이라 노란 유채꽃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남지 유채꽃을 보기 위해 주변 도로 양옆에는 수많은 차들이 도열해 있다. 엄연히 주차장이 있는데, 도로변에 그냥 세워 두었다. 양심에 털이 난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지자자체 관리인들도 은근 슬쩍 눈을 감아주는가 보다. 지자체의 홍보를 위해서 눈 감아 줄 것이 따로 있지. 그건 아니다 싶다.

 

뒤풀이 예약시간이 있기에 유채꽃을 구경할 시간은 30여 분 정도다.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유채꽃밭 사잇길로 쏘다니며 사진도 찍고 웃음꽃을 피울 수 있어서 좋다. 이것이 마음의 힐링이다. 생고생을 하면서 다니는 것보다 편한 마음으로 마음 맞는 사람끼리 어울려서 시간을 즐기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귀중하다. 중년의 인생은 행복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세상살이에 늘 물음표(?)를 안고 하이에나처럼 뛰어다니다 모처럼 느낌표(!)를 부여받고 양처럼 온순해지는 시간이다. 노란 유채꽃밭을 거니는 동안 모두 노란 병아리처럼 마음이 싱그러워진다. 몇 사람씩 어울려 사진도 찍는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더 좋겠지만, 인생은 늘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좋다. 마주쳐 지나가는 KTX 열차처럼 스쳐가는 것이 인생이다.

 

뒤풀이는 칠서IC 부근의 식당에서 마음을 모두었다. 식당 안에 우리 일행만 오롯이 앉을 수 있어서 좋다. 봄철 나들이의 마무리. 함께 땀을 흘리기도 했고, 또 행복과 고통을 나누기도 했다. 손이 필요할 때는 손을 빌려주기도 했고, 웃음이 피어날 때는 함께 웃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의 만남은 삶에 활력소가 된다. 우리 백산에 한 사람씩 식구가 늘어가는 것은 산만 쳐다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산과 사람 속에서 이바구를 입히기(story telling)에 점차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만난 울산의 모 산악회는 역사가 20년 되었지만, 한 차를 채우지 못하고 27명이 왔다고 한다. 거기에 비해 우리 산악회는 산행공지를 올린 후 사흘이 지나기가 무섭게 대기자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다. 번창하는 집은 나날이 번창하게 되어 있나 보다. 되는 집은 이래도 되고, 안 되는 집은 핑계가 많아서 안 된다. 진정 서로를 존중해주고 가치를 인정해 줄 때 백산은 더 활기가 넘치고 발전할 것이다. 오늘도 외친다. “백산을 위하여!!!”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