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79차 정기산행: 제천 작성산, 동산 산행기 ◈(2016. 3. 26)

부산갈매기88 2016. 3. 31. 17:34

◎산행지: 제천 작성산(848m), 동산(896m)

★산행일시: 2016. 3. 26.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4명(윤슬, 영원한 부산, 청파, 금호지, 동무, 스마트, 라라, 블루 마운틴, 수피아, 수희, 슬로우, 퀵, 붉은 노을, 일식, 해월정, 방랑자, 동방, 송향, 새콤달콤, 피네, 수정, 산우, 현진, 청림, 야초, 호두, 은수, 블랙이글, 미산, 산메아리, 와석, 준현, 탱탱구리, 산아, 나무, 종현, 태영, 건이,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성내리~무암사~소(쇠)뿔바위~작성산~새목재~동산~중봉~성봉~남근석~무암사~성내리

 

◔시간대별 산행코스(후미 기준):

   10:45 성내리 도착

   10:56 출발

   11:01 산악체험장/오토 캠핑장

   11:28 무암사(10분 휴식)

   11:38 산행 시작

   11:58 소뿔바위

   12:37 이정표(작성산 0.8km/무암사 1.05km)

   13:04 이정표(작성산 0.1km/무암사 1.75km)

   13:06 작성산(848m) 정상석

   13:10 작성산 정상에서 100m 지난 지점(식사 25분)

   13:38 까치산(848m) 정상석

   14:05 새목재

   14:45 동산 갈림길 이정표(중봉 0.22km/동산 0.39km)

   15:01 중봉(886m)

   15:55 성봉(825m)

   16:10 남근석 갈림길(남근석 0.6km/성내리 3.5km)

   17:06 남근석

   17:26 무암사

 

 

★산행 시간(중간팀 기준): 6시간 (점심식사 25분, 기타 휴식 55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40분>

◍산행거리: 12.0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버스

 

 

▶산행 tip: 이번 제천 작성산, 동산 산행은 육산의 부드러움과 골산의 암릉미를 마음껏 즐긴 하루였다. 제천 성내리 금수산송어장에서 무암사까지 30여분을 도로를 따라 가볍게 워밍업을 하면서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무암사에서 소(쇠)뿔바위 위 전망바위까지 30여 분은 된비알을 오르면서 조금씩 몸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그런 다음 작성산(848m) 정상까지 30여 분은 육산의 부드러움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작성산 정상에서 100여 미터 지나 너른 장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새목재를 내려서기까지 30여 분은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야 한다. 낙엽이 바위 위에 깔려 있어서 주의를 조금 요한다. 새목재 안부에서 몸 컨디션이 안 좋은 산꾼은 소부도골을 따라 무암사로 하산을 하면 된다. 새목재 안부에서 동산/중봉 갈림길까지 500여 미터의 된비알이 이번 산행에서 다소 힘겹게 한다.

 

동산/중봉 갈림길의 산등성이에 올라서게 되면 성봉(825m)까지 30여 분 능선길을 따라 가볍게 내려갈 수가 있다. 성봉에서 남근석/성내리 갈림길까지 서서히 암릉이 장애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남근석/성내리 갈림길에서 남근석이 있는 6백 미터가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그 6백 미터의 암릉 구간은 20여 개의 밧줄과 씨름해야 하고, 또 바위 틈새를 헤집고 내려와야 하기에 다리에 오금이 저리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남근석에 접근을 하게 되면 잘 생긴 거시기(?)와 충주호가 아스라이 보이는 암릉 위에서의 멋진 풍광에 희열이 일어난다. 들머리에서 성봉까지 그렇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없어서 이번 산행은 ‘그렇게 끝나나 보다’라고 생각한 것이 그 6백 미터의 암릉 구간에서 스릴과 감동, 희열이 폭발한다. ‘아 ~ 이래서 암릉 산행을 하게 되구나’ 하는 느낌표를 부여받는다.

 

그 감동을 안고 남근석에서 무암사 방향으로 내려서려면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대형 건물의 공사장 계단처럼 층층이 내려다보이는 데크 계단에 혼이 좀 나가게 된다. 그 데크 계단 끝자락에 눈을 맞추어 좀 멀리 바라보면 무암사 경내가 납작 엎드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데크 계단과 비탈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오면 무암사 아래의 계곡을 만난다. 그 맑은 물에 어찌 얼굴 한번 훔치고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산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산우와의 우정은 개울물의 물소리처럼 정겹게 들린다.

 

▶어딜 가시려구여~ ~

부산을 출발한 버스는 칠곡군의 동명 휴게소에 잠시 엔진을 식힌다. 그리고 북으로 향하여 달려간다. 마침내 버스는 단양군 성내리 금수산 송어장의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주차장은 대형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너른 공간이 있다. 무암사 방향은 도로가 있으나 대형버스는 통행금지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조금 더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45인승 이상 대형버스는 진입금지다.

 

그 주차장에서 잠시 산행채비를 한다고 일행은 분주하다. 그때 SUV 차량 한 대가 바로 옆에 정차한다. ‘이 송어장의 일꾼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스프링 노트와 볼펜을 주더니 산악회명, 회장 외 몇 명, 전화번호 등을 적으라고 한다. 도대체 어디서 번개처럼 나타났단 말인가.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하루에 적어도 평균 6개의 CCTV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 말을 실감케 한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어도 일거수일투족을 기계가 다 감시를 하고 있으니......

 

이미 마음은 작성산(848m)과 동산(896m)의 정상에 마음이 가 있다. 그래서 대충 몸을 추스르고 무암 저수지 좌측의 자드락길을 따라간다. 무암 저수지 우측의 포장도로를 따라 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너무 따분하기에. 들머리에서 5분여를 가면 오토캠핑장이 나온다. 요즘 레저 문화가 가족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이렇게 수익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곳이 많다. 오토캠핑장 사이로 도로가 나 있고, 캠핑장이 끝나는 지점에 ‘무암계곡’이라는 표지석이 육중한 덩치로 서 있다. 일행은 그 표지석 앞에 인증샷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5~6분을 도로를 따라가면 좌측에 노거수가 사방팔방으로 팔을 벌리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줄곧 포장도로를 따라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따분하게 12~13분을 올라가면 좌측에 배바위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그래서 좌측 능선으로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배 모양의 바위가 산등성이를 지키고 있다. 거기서 일행은 그 배바위를 배경으로 추억의 시간을 가둔다. 거기서 5분여를 오르면 ‘무암사’ 표지석과 마주친다. 오늘 산행의 진짜 들머리인 셈이다.

 

▶왜 무암사(霧巖寺)인고?

일행은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무암사로 향한다. 무암사로 오르는 주차장 앞에서 라라님과 블루 마운틴님을 만난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두 사람의 분위기 사진을 찍어준다. 두 사람은 백산에서의 첫 산행이다. 어디서나 처음이라는 말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새로운 산행지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첫 만남. 그 추억과 시간은 오래 기억되기에.

 

무암사 입구에 화장실이 있지만 너무나 초라하다. 인원 초과라 남자들은 그 근처에 얼씬도 못한다. 무암사(霧巖寺) 입구 좌측에 바위 아래 굴 같은 것이 있고, 그 우측으로 돌계단이 놓여 있다. 무암사(霧巖寺)는 창건연대를 알 수 없으나 1740년(영조 16년)에 중창을 하여 사찰에서 서남쪽 능선에 높이 5m, 둘레 3m의 암봉이 참선을 하는 노스님을 닮았다고 하여 노장암(老丈巖)이라고 불렀다. 이 암봉이 맑은 날에는 산과 암봉이 겹쳐 보여 뚜렷하지 않고, 안개가 가리어져 산을 가릴 때만 팔짱을 낀 스님의 모습을 한 바위가 뚜렷하게 보인다 하여 안개 무(霧), 바위 암(巖)자를 따라 무암사(霧巖寺)라고 불렀다고 한다.

 

무암사 표지석 앞에서 단체 인증샷을 남긴다. 유일한 단체 사진이 될 수 있기에 서둘러 한 덩어리가 된다. 무암사 아래의 담벼락을 우측으로 감돌아 소(쇠)뿔바위로 오를 수가 있는데, 여기 무암사 표지석에 모인 것은 바로 이 인증샷 때문이리라. 인증샷이 끝난 후 개울방향으로 전진을 하여 개울을 따라가다가 좌측으로 들머리를 잡는다. 서서히 된비알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도로를 따라 30여 분 올라왔지만 10분 정도 휴식을 취했기에 워밍업 효과가 감쇄된다. 인원이 많기에 조금씩 지체되기 시작한다. 위에서 뭔가 신나는 소리가 비탈을 타고 흘러내린다. 뭔가 있기는 있나 보다.

 

▶쇠뿔은 단김에 빼라(소뿔바위)~ ~

좁은 비탈길에 일행이 등산로를 가로막고 서 있다. 등산로 왼쪽에 올라서서 일행은 사진박기에 여념이 없다. 역광이라 그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는 없다. 조금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그게 소(쇠)뿔바위다. 영락없는 소의 뿔 모양이다. 그 바위에 올라서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아님 기어서 올라가야 할 정도로 약간 높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리이기에 일행들은 순서를 기다리며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된다. 그 상황, 그 장면을 보면 허투루 스치기에는 훗날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자리다. 인원이 많아 어떤 이는 두 명과 한 조를 이루어 사진을 찍기도 한다. 미적거리다 보니 어느 덧 꼴찌다. 쇠뿔은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소(쇠)뿔바위에서 5분쯤 오르면 전망바위쉼터가 나온다. 하지만, 이제 더욱 등로는 산꾼의 힘을 빼고 있다. 그 소뿔바위 조금 위에 비탈진 암벽을 따라 밧줄이 하나 걸려 있다. 위에서는 또 웃음소리가 하늘로 퍼져나간다. 전망쉼터에서 사진을 찍으며 희열을 느낀 일행의 소리다. 그 전망쉼터에 올라서니 아래로 골짜기가 내려다보이고, 도로를 따라 올라 왔을 때 보았던 그 배바위 쪽 능선의 암벽들이 허연 속살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또 건너 남쪽으로 남근석 능선의 암릉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고, 오늘 하산해야 할 중봉과 성봉의 마루금이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이제 시야가 트이니 가슴의 답답함이 실타래처럼 풀려나간다. 온 몸이 조금씩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 환경에서든 적응을 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소멸할 수밖에 없는 게 자연의 이치이거늘.

 

전망바위 쉼터에서 일행은 두 팔을 벌려 한 마리의 인간 독수리가 된다. 그 독수리는 꿈과 희망과 비전을 안고 날고 싶다. 또한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고, 욕망의 날개짓을 하고 싶기도 하다. 좀 더 멀리, 좀 더 높이, 뛰고 싶고 날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면서 유한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문제라(작성산 능선을 오르며)~ ~

그 전망쉼터에서 조금 올라가면 바로 앞에 거암이 우리의 갈 길을 막아선다. 그 거암의 높이와 크기에 압도된다. 그 암벽의 오른쪽으로 등로가 이어지고 있다. 장난끼 많은 청림님이 그 암벽 위를 조금 기어올라 가본다. 포즈를 잡아 잠시 일행의 피로감을 잊게 한다. 일행은 어린아이처럼 치기가 발동하여 깔깔 웃어본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순진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것이 몸에 보약이다. 마음의 정화를 가져오는 걸레질 같은 것이다. 자연을 닮아가려는 순수한 마음이 때묻은 마음을 도배질을 한다.

 

그 암벽을 조금 돌아서 올라가면 그 위에 물이 괴어 있는 동굴을 만난다. 그 동굴은 아마 그 옛날 광석을 시험적으로 캔 곳 같다. 시험 삼아 굴을 파다가 아무 쓸모가 없기에 그냥 내버려둔 동굴이다. 그 동굴은 괴물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있고, 그 입구에 나뭇가지들을 누군가 던져 놓았다. 사람들이 실수로 그곳에 빠질까봐 뒷사람을 위해 표식을 해 둔 것 같다.

 

차츰 길은 낙엽이 깔리고 제법 부드러운 육산으로 변해가고 있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긴 하나 심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청파님 앞쪽의 나무님은 오늘 마수걸이 산행이라 다소 힘겹게 내 뒤를 따라 오고 있다. 종아리에 약간의 경련이 일어나는 듯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인다. 나무님은 청파님과 출발지부터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산행을 하게 되어 많은 얘기를 하고 왔다. 노련한 선배의 도움으로 마음을 열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이 삭막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세상살이에 관심과 배려를 해주는 선배가 있다면 그것은 천사를 만난 것이다. 마음의 교감과 안락함 있다면 산행에서 나무 한 그루, 풀뿌리 하나, 돌멩이 하나까지 속속들이 볼 수가 있기에. 마음이 편치 않다면 불잉걸처럼 이글거려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산등성이에 올라가면서 청파님은 가능한 한 나무님과 보조를 맞추며 천천히 비탈길을 오른다. 작성산 정상은 아직 8백 미터는 남아 있다. 절벽에 걸린 노송에 마음을 빼앗겨 송향님이 사진을 찍는다. 앞서 일행은 작성산 정상으로 가고 없고, 이제 후미조 다섯 명만 남았다. 거기서 비탈길을 오르면서 나무님의 발걸음이 황소걸음이라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이제 후미는 청파님, 나무님, 게스트 준현님, 그리고 나, 네 명만 남는다. 첫술에 배부르겠는가. 첫 산행은 그렇게 마수걸이를 하는 것이다. 첫 정기산행에 온 준현님도 맨 뒤에서 보조를 맞추어 온다. 2주 전 복호산과 지룡산 번개산행에 암벽타기를 해서 혼쭐이 좀 나긴 해도 산행의 재미에 빠져서 오늘 첫 정기산행 신고식이다. 모두 그렇게 마음은 하늘을 날아오를 듯하지만 육신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힘겹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문제로다.

 

▶까치가 노는 작성산(848m) 정상에 웬 인간 까치떼들이

작성산 정상 도착하기 전 운해대장님에게서 무전이 온다. ‘작성산 정상에서 100미터 진행하여 식사를 하고 있다’고. 두꺼비 걸음으로 작성산에 도착하여 인증샷을 한다. 푹신한 등로라 마음마저 편해진다. 서늘한 바람이 덤으로 불어준다. 이제 일행들이 어디서 식사를 하고 있을까?

 

작성산 정상에서 새목재 방향으로 100여 미터 진행한 낙엽이 깔린 나무 아래 점심을 먹고 있는 인간 까치떼를 만난다. 식사를 하고 있다가 우리가 나타나니 환호성을 지른다. 꼴찌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들은 이미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으니. 목이 타서 갈증은 나는데 일행의 토종 요굴트(?) 병은 전부 엎드러져 있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요굴트는 바닥이 나있다. 그들 옆에 자리를 깔고 배낭에서 먹거리를 꺼낸다. 이런 좋은 곳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 산행의 요소 중 하나다.

 

후미조가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벌써 배낭을 메고 일어서는 팀이 보인다. 땀이 식어가는 상황이라 잡을 수도 없다. 또 질주본능인 사람은 그대로 자신의 갈 길을 내버려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산행은 자신이 살아 온 여정과 같은 주파수를 그리게 된다. 그래서 삶의 궤적이 산행 중 은근히 드러나게 된다. 언행 중에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이 드러나듯.

 

순서대로 조를 이루어 새목재 방향으로 떠나간다. 식사한 장소에서 3~4분 야트막한 능선을 조금 올라서면 이리저리 가지가 뒤틀린 노송을 만난다. 그 노송의 가지형태로 보아서 척박한 땅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친 흔적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그 노송의 몸부림에 우리 또한 위로자가 되어 본다. 우리 비록 노송에게 필요한 수분을 공급해 주지는 못하고 우리가 그 노송에게서 오히려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세상은 어떠한 상황 중에도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라’고. ‘사노라면 좋은 일이 생기게 된다’고.

 

이제 새목재까지 낙엽이 깔리고 바위들이 군데군데 머리를 쳐박고 있는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한다. 비탈길이라 다소 위안이 된다. 그러나 한 번 득을 보았으면 반드시 한 번은 손실을 봐야 하는 것이 삶의 원리다. 새목재 안부까지 조금 신나게 내려왔다. 여기서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한다. 나무님이 새목재의 안부에서 소부도골 무암사 방향으로 하산을 해야 하느냐, 아님 동산으로 오르느냐 하는. 새목재에서 나무님의 의향을 물어본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 본인의 의지와 마음이다. 새목재에서 나무님의 몸 상태는 약간 호전되어 보여 동산으로 오르기로 한다.

 

 

▶동산(東山 896m)은 뒷동산이 아니더라 ~ !

새목재로 내려서기 전 운해님에게서 무전이 온다. '어디쯤 오고 있느냐'고. 또 새목재에서 동산으로 오르고 난 후 다시 한 번 무전이 온다. 동산쪽으로 올라오고 있는지. 새목재에서 동산으로 오르는 비탈은 급한 경사는 아니지만, 은근히 산꾼의 힘을 빼게 한다. 새목재에서 동산/중봉 갈림길까지 500여 미터는 정상적인 백산의 산우들에게는 평범하게 오를 수 있는 등로이다. 하지만 오늘 첫 산행을 하는 나무님에게는 장애물이 가로놓인 허들 경기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몸이 무거워 보인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홀로 새목재에서 무암사로 내려 보내기에는 너무나 야속한 느낌도 들고, 또 첫산행에 경치다운 경치도 보지 못하고 간다면 산행의 참맛을 상실할 것 같다. 그래서 본인의 의지와 우리의 마음을 보태어 함께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옆에서 청파님도 할 수 있다는데 힘을 실은 것이다.

 

까마득히 보이는 비탈길을 지그재그로 서너 번 쉬면서 오른다. 등로는 약간 질척거려 미끄럽기까지 하다. 뒤를 돌아보면서 겨우 동산/중봉 갈림길 능선에 올라서니 스마트님과 수정님이 보인다. 수정님이 땅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약간 심상찮음을 느낀다. 가끔 체력이 달린 적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니 두 사람이 일어나 중봉 방향으로 내려간다. 그때 운해님으로 무전이 온다. 동산(896m)으로 간 산우가 몇 사람 있고, 나머지는 중봉으로 하산을 했노라고. 아니나 다를까 중봉으로 간 라라님과 붉은 노을님의 일행 셋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후미조 네 명은 동산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중봉으로 향한다. 새목재에서 동산으로 오르는 비탈길에 나무님이 힘을 많이 뺏기에. 역시 동산은 뒷동산이 아님을.....

 

 

▶우째 이런 일이(중봉~성봉)~ ~

동산/중봉 갈림길에서 5~6분을 내려가 중봉에 거의 다 왔는데, 수정님이 종아리에 쥐가 나서 가지 못하겠다고 주저앉는다. 게스트 준현님이 잠시 무릎을 주물러 본다. 그리고 다리를 폈다 당겼다 한다. 그래도 차도가 없어서 청파님이 사혈침을 꺼내 열 개의 발가락에 피를 낸다. 심지어 무릎 위에 허벅지까지 침을 찌르니 시꺼먼 피가 솟구쳐 올라온다. 그 동안 나무님도 처음 따라와서 눈치를 보았는데, 수정님이 아파서 주저앉으니 자신도 아프다고 한다. 첫 산행에 눈치가 보여 아프면서도 아프다고 할 수 있었겠는가. 나무님의 무릎 또한 준현님이 주무른다. 그리고 청파님의 사혈침으로 피를 뽑아낸다. 이제 약간의 차도가 있어서 다시 일어나 중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성봉으로 내려간다.

 

중봉에서 7~8분 정도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수정님이 다시 다리에 쥐가 내리기 시작한다. 땅바닥에 다시 주저앉는다. 청파님이 수정님의 허벅지에 사혈침을 찌른다. 나무님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바닥에 앉는다. 이제 붉은 노을님이 나선다. 나무님의 다리를 잡고 주무르고 발끝을 힘을 다해 젖혀본다. 백산 산행에서 두 사람이 한꺼번에 이렇게 파울 볼을 날린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 응급 도우미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다. 앞서간 운해님과의 거리도 20분 이상 늘어난 것 같다. 무전도 감이 제대로 좋지 않아 잘 들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시간이 해결하는 것이다. 시간이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니까. 다행히 두 사람은 일어선다. 수정님의 배낭은 붉은 노을님이 앞에 하나 더 달고 내려간다.

 

 

성봉에서 인증샷을 하고 내려가는 길은 암릉이다. 때론 암릉의 절벽길을 휘감고 돌아간다. 나무님도 조금 상태가 호전되어 간다. 남근석 갈림길까지는 그런대로 잘 내려왔다. 그 갈림길에서 남근석까지는 6백 미터다. 6백 미터라면 다 온 셈이라고. 얼씨구~! 그게 아니니......

 

▶워매 ~ 유격이여~? 등산이여~?

남근석/성내리 갈림길에서 조금 내려서니 급경사의 비탈에 밧줄이 걸려 있다. 아래로 내려다볼수록 힘이 빠진다. 과연 나무님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되었을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다행히 뒤에서 청파님과 준현님이 나무님의 상태를 보아가면서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운해님의 무전기에서 붉은 노을님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지점쯤 오고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서.

 

남근석까지의 6백 미터 구간은 암릉 전시장이다. 이런 저런 모양의 암릉이 기다리고 있다. 그 암릉 틈 사이로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비탈진 바위 위를 휘감고 도는 코스도 있다. 그리고 약간의 여유를 부릴 만한 우뚝 솟아있는 바위 위에서 잠시 인어상이 되어 보기도 한다. 아스라이 보이는 충주호반의 경치를 그냥 외면하고 갈 용기가 없다. 무암사의 승려들이 도를 닦으며 이곳도 올라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갔으리라. 부처의 설법에 앞서 자연의 설범에 귀를 기울였으리라. 생로병사의 순리 속에 고해도 알고 갔으리라. 희미하게 내려다보이는 무암사가 보이는 이곳에서.

 

 

붉은 노을님과 수정님은 남근석을 지나 내려간다는 무전이 온다. 이제 우리 넷만 덩그란히 암릉에 남겨졌다. 남근석 조금 위의 암릉에 여러 형상의 바위들이 즐비하여 잠시 마음이 녹아내린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이 시간을 즐겼으면 하건만.... 운해님의 무전기는 후미가 몇 명인지를 물어 온다.

 

 

아무리 시간이 급박하더라도 이 아름다운 경치를 눈에만 넣고 갈 수 없기에 각자 카메라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본다. 이제 모두 네 사람은 자연에 몰입하고 있다. 언제 또 다시 여기로 올지는 모르는 일. 아니 여기는 생의 마지막 산행이 될지도 모르기에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남근석 뭄뚱이는 세월에 갈라지고 몰골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은 하늘이 만든 아름다운 명작이다. 아 ~ 이것을 보기 위해 숱하게 고생을 했지만 남근석의 모습과 그 주의의 풍광을 보니 땀 흘린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남근석/성내리 갈림길에서 여기 600m의 구간이 없었다면 큰 흥밋거리가 없는 밋밋한 산행이 될뻔 했다. 그런데 이 암릉 구간이 이번 산행의 백미다. 앞에 지나온 모든 것이 잊혀지고 용서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런 모습이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인생 또한 인내와 고뇌, 고통과 시련의 불가마를 통과하고 세월이 흘러가야 인격이 완성되고 자신의 참모습이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을.

 

남근석 아래의 데크 계단을 내려다보고 또 다시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 많은 계단. 그 계단 끝에서 건너편 대각선으로 무암사는 봄기운에 졸고 있다. ‘그래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저기지 ~’. 정신이 든다. 아직 뒤의 걸음걸이는 약간 무디다. 어쩌면 후미의 산우들은 암릉미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나무님과 준현님의 첫 정기산행은 어떤 느낌일까.

 

데크 계단과 비탈진 하산로를 무암사까지 가게 되면 10분 채 걸리지 않는다. 무암사 계곡의 졸졸 흐르는 개울물소리와 맑은 물에 모두 마음이 흔들린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얼굴은 훔치고 가야 하지 않을까. 그 개울물의 속삭임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는다. 발까지 씻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기다리는 산우들을 위해서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의 마음도 편하지가 못하다. 그래서 한 걸음이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다.

 

 

▶하늘이시여! 감사하나이다 ~ ~

무암사 아래의 포장도로를 바지런히 달려간다. 1km 정도는 내려왔지 싶다. 앞에서 SUV 차량이 한 대 다가온다. 창문이 열리는데 운해님이다. 워매 ~ 반갑고 반갑다. ‘하늘이시어! 감사하나이다.’ 거기서 주차장까지 20~30분 정도는 걸어가야 하는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기다리던 일행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올린다. 속절없이 기다리게 했으니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 그때 붉은 노을님이 토종 요굴트 한 잔을 가져온다. 그 목 타는 가슴을 알기라도 하듯. 정말 갈증이 심했는데 그 한 잔으로 갈증이 해갈되었다. 그런데 우리 후미를 위해 버섯 파는 아줌마의 차를 빌려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럼 우리 또한 답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앞서서 표고버섯과 송로버섯을 사 주어서 아줌마에게 성의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사는 것이 어디 그런 것만은 아니다. 베푼 정은 갚을 줄 알아야 하고, 후한 인심은 표시를 해야 하거늘. 이미 파장이 된 상태에서 차에 실려진 더덕을 역부러 내려놓게 한다. 셋이서 만 원씩을 갹출하여 더덕을 샀다. 아니 아줌마의 인정을 산 것이다. 이어서 누군가 또 더덕을 더 사주었으니. 주고받은 정 때문인지 아줌마도 오늘 행운의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도 넉넉하고 후한 하루 저녁을 함께 했다.

 

뒤풀이는 손두부로 유명한 [양화식당]으로 가서 우정을 나누었다. 오늘은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무리가 좋아 얼씨구! 절씨구! 신바람이 났다. 모두 화기애애한 가운데 우리의 인생도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건배는 ‘차차차’로 했다. 이 말의 어원은 ‘잘 될 겁니다’, ‘밝아질 겁니다’라고 하니 우리 회원들의 인생도 차차 잘 풀리고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대하며 소망한다.

 

 

산행 준비를 위해 수고해준 운해님, 와니님, 그리고 운영진 여러분, 특히 청파님, 준현님, 후미대장 붉은 노을님, 그리고 마수걸이 산행을 잘 치른 나무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회원의 관문이 힘겨웠지만 점차 좋아지리라 믿는다. 백산에서 오래도록 우정을 쌓아가기를~!!!

 

 

♣산행지도

♣산행사진

 

 

 

 

 

 

 

 

 

▲배바위를 배경으로

 

▲무암사 입구 굴

▲무암사 경내

 

 

 

 

 

 

 

 

 

 

 

 

 

 

 

 

 

 

 

 

 

 

 

 

 

 

 

 

 

 

 

 

 

 

 

 

 

 

 

 

 

 

 

 

 

 

 

 

▲동산/중봉 갈림길

 

 

 

 

 

 

 

 

 

 

 

 

 

 

 

 

 

 

 

 

 

 

 

 

 

 

 

 

 

 

 

 

 

 

 

 

 

 

 

 

 

 

 

 

 

 

 

▲남근석 능선에서 당겨 본 장군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