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경북 문어·전라 낙지… 글로벌 밥상에도, 八道 입맛은 불변

부산갈매기88 2017. 3. 7. 07:00

[이마트 매장 147개 전수 조사… 작년 신선식품 판매량 분석]

- 물려받은 식성은 그대로
부산은 가자미·대구는 갈치…
구이용으로 인기 있는 임연수어, 강원·충북서 3~4배 더 팔려
랍스터 등 외국서 들여온 어종은 수도권 판매량 압도적으로 높아
제주, 육지 돼지고기 반입 안 돼… 삼겹살 대용으로 앞다리살 인기

'경북 문어, 강원도 임연수어, 제주 돼지 앞다리살….'

물류와 유통 산업이 발달하면서 '먹거리의 국경(國境)'이 없어지는 시대지만, 수산물·축산물 판매에 있어 지역별 특색은 여전하다. 본지가 전국 147개 이마트 매장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신선식품(수산물 35종, 축산물 6종)을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문어의 경우 판매 1~3위 매장은 각각 대구 만촌점, 대구 월배점, 대구 칠성점이었다. 전국 매출 순위 9위인 월배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점포는 매출 10위권 밖이지만, 문어 매출에 있어선 수도권의 대규모 점포를 압도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제사상에 동해안 문어를 올려왔고, 자연스럽게 문어 숙회 등 문어 관련 요리가 발달했다.

전라도에서는 낙지가 인기다. 낙지 판매는 전북 전주점, 광주광역시 광주점, 경기 수지점, 광주광역시 봉선점 순으로 조사됐다. 서해안을 중심으로 잡히는 낙지의 경우, 호남권을 중심으로 요리가 발달했다. 강원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임연수어의 매출은 강원 원주점, 충북 충주점, 강원 강릉점, 강원 춘천점 순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껍질이 두껍고 고소한 임연수어는 강원·충북 지역에서 오랫동안 즐겨온 생선이라 타 지역에 비해 3~4배 매출이 높다"고 했다. 갯벌에서 다양한 조개가 채취되는 충청권에선 조개류 매출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부산에선 가자미 미역국, 대구에선 갈치국 인기

가자미 판매 순위에선 부산 해운대점, 부산 금정점, 부산 연재점이 1~3위를 휩쓸었다. 타 지역에선 가자미를 주로 구이용으로 즐기지만, 부산·경남에선 미역국이나 찌개에도 가자미를 쓴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갈치지만, 대구에선 더욱 인기가 높았다. 갈치 판매에선 대구 월배점, 대구 만촌점, 대구 칠성점이 전국 1, 3, 5위를 차지했다. 대구·경북권에선 갈치를 구이뿐 아니라 조림이나 국으로도 즐겨 먹는다. 경북 일부 지역에선 김치를 담글 때 생갈치를 넣어 숙성시켜 먹는다.

8도8미 지역별 인기 상품 지도

 

해외에서 들어온 어종은 서울·경기권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의 캐나다산 랍스터 매출은 타 지역에 비해 43% 높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도권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해산물에 대한 경험 비율이 높다"고 했다.

돼지고기 반입 안 되는 제주에선 앞다리살 인기

제주도에선 돼지고기 앞다리살 판매가 많다. 제주도의 이마트 서귀포점, 신제주점은 전국 매출 순위에선 각각 75위, 22위에 불과하지만, 돼지고기 앞다리살 판매에선 각각 9, 10위를 기록했다. 제주도는 육지에서 생산된 돼지고기가 제주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육지 돼지고기의 반입을 금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이·수육용 삼겹살이 상대적으로 부족, 삼겹살 대용으로 앞다리살 소비가 많다. 오징어, 새우, 꽃게, 주꾸미 등은 지역별 판매 격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판매 인기 품목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예로부터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물량이 많고 가격이 저렴해
판매량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통이 발달하고 외국산이 늘면서 '산지가 가까우면 가격이 싸다'는 등식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실제 이마트·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가격은 점포별로 차이가 없다. 박상현 음식칼럼니스트는 "과거보다 지역별로 입맛이 상당히 평준화됐다지만, 여전히 지역별 음식 문화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17.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