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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은 가족 중 1명만 있어도 가족력, 예방하는 방법은?

부산갈매기88 2017. 7. 11. 06:54

MEDICAL | 심층기획

가족력이 있으면 ‘나도 질병에 걸릴까’ 하며 겁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겁낼 필요는 없다.
가족력이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가족력 질환과 대처법

1. 가족력이란

가족력(家族歷)은 의학적으로 ‘3대에 걸친 직계가족 혹은 사촌 이내에서 같은 질환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현실적으로 사촌의 병력까지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의사는 가족력이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 3대 직계가족 위주로 문진한다. 암, 당뇨병 등 대사성질환, 정신질환 등은 직계가족의 가족력이 주요 지표가 된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가족력의 강도가 친가냐 외가냐, 직계(예를 들어 부모)냐 방계(부모의 형제자매 등)냐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명확하게 분석된 것이 없으며, 일가 중에 같은 질병이 둘 이상 있으면 일단 가족력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일가 중 자신의 아버지에게만 위암이 있었는데 자신에게 위암이 생기면 가족력이 새로 형성됐다고 본다. 따라서 자신의 자녀나 가까운 친척은 위암에 대비해야 한다.

 

가족력이 두려워서 검진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러면 안 된다. 가족력은 특정한 질병에 미리 대비하면 그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긍정적인 신호’로 생각해야 한다.

 

가족력은 유전질환과 달라
가족력과 유전질환은 다르다. 혈우병, 다운증후군 등 유전질환은 염색체나 DNA 이상 등 단일한 유전적 원인이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만, 가족력은 유전의 영향과 한 가족의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돼 있다.

가족력의 유전 요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유전질환은 비교적 어릴 때 발견되지만, 가족력 질환은 대부분 성인이 돼서 나타난다.

 

사례로 보는 가족력
이모씨(39)는 유방암, 고혈압, 당뇨병 등 3가지 가족력을 안고 태어났다. 부모는 당뇨병을 앓았고, 아버지와 작고한 할아버지는 고혈압이었다. 이씨는 5년 전 아기를 낳은 뒤 고혈압과 당뇨병 검사를 받아봤다. 남보다 이른 나이였지만, 초기 고혈압과 당뇨병 직전인 내당능장애가 나타났다.

약물요법은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였고, 그 뒤로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으로 혈압과 혈당 모두 정상을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이씨의 이모가 3년 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3개월 후에는 어머니까지 유방암으로 수술하게 됐다. 이씨는 즉시 대학병원 유전성유방암클리닉을 찾아가 유전자검사를 받았는데, 유방암 유전자(BRC A1·2)에 돌연변이가 있었다.

 

이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이 60~80% 정도 된다. 6개월 뒤 유방 초음파검사에서 초기 유방암을 발견해냈다. 아주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암세포만 떼어내고 유방을 보존할 수 있었다.

 

2. 가족력과 관련 있는 질병

 

암(癌)은 가족 중 1명만 있어도 가족력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암 가족력 연구는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와 독일 암연구센터의 2004년 공동 연구이다.

연구팀은 1932년 이후 출생한 스웨덴인 1000만 명을 대상으로 가족력과 암발병 위험에 대해 조사했다. 부모가 암에 걸린 경우 자신의 암 발병 위험은 위암·대장암·유방암·폐암에서 1.8~2.9배에 달했다. 형제자매가 암에 걸린 경우는 2.0~3.1배, 부모와 형제자매가 모두 동일한 암에 걸린 경우는 3.3~12.7배 많았다.

 

부모보다 형제자매 간의 가족력이 강한 것은 같은 세대인 형제자매가 암을 유발하는
환경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수치를 한국인에게 100% 그대로 적용할 수 없지만, 실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이 한국인 7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위암 가족력 위험도가 2.9배로, 스웨덴인의 2.2~3.3배와 유사하게 나온 바 있다. 생활패턴·식사습관 등에 따라서 한국인과 외국인의 수치는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암이 가족력을 가진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하다.

암 가족력의 기준은 다른 질병과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암은 직계가족 3대에서 1명만 발병해도 가족력으로 보고 정기검진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

 

암 가족력 있을 때 대처법

 

1 ——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 헬리코박터균을 철저히 없애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 암 가족력만 있는 사람의 암 발병 위험은 2.9배지만, 가족력과 함께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은 5.3배, 흡연 경력이 있는 사람은 4.9배 발병 위험이 높다.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 담배를 피우지 말고, 20대부터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해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한다.

 

2 —— 대장암
대장 내시경검사를 규칙적으로 받으면 가족력에 의한 대장암 사망 위험이 70% 줄어든다(영국 암연구소).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가족 중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발병한 나이보다 열 살 일찍부터 2~3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육류를 즐기는 가정이면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꿔야 한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의대 연구 결과, 하루 6시간 이하 자는 사람은 7시간 이상인 사람에 비해 대장암 전 단계인 대장선종이 생길 위험이 50% 정도 높았다.

 

3 —— 유방암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유전자검사가 필요하다. 이 경우 약 20%에서 유전자(BRCA1·2) 돌연변이가 확인되는데, 캐나다 프린세스마가렛병원 연구 결과, BRCA 1·2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의 유방암 발병률이 50~85%였다. 미국에서는 유방암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면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을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거나 유방을 미리 절제한다. 모유 수유도 가족력 발병 억제에 도움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대가 간호사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머니가 유방암을 앓은 여성이 출산한 뒤 모유 수유를 하면 나중에 유방암에 덜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4 —— 난소암
난소암은 유방암과 가족력이 상호 관련돼 있다. BRCA 1·2 유전자 돌연변이가 두 암발병에 모두 간여하기 때문이다. 프린세스마가렛병원 연구 결과, BRCA1 ·2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의 난소암 발병률은 20~44%였으며, 돌연변이가 없는 사람의 난소암 발병률은 1.4%였다. 또 미국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 유방암 가족력이 있으면 난소암 위험이 2배가량 높아졌다. 어머니나 자매 중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난소암 발병 위험이 40%나 높았다. 마찬가지로 난소암 가족력도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난소암은 임신·출산 경험이 많거나, 모유 수유를 오래 하는 등 무배란 기간이 길수록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

 

5 —— 폐암·전립선암·담낭암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2~3배 높다. 가족력이 있는 10년 이상 장기 흡연자는 40세 이전부터 저선량 흉부 CT(전산화단층촬영)를 매년 한 번씩 찍어보도록 한다. 일반적인 흉부 X레이로는 초기 폐암을 제대로 찾아내기 어렵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4.5~8배 높다. 가족력이 있으면 보통 50세부터 받는 PSA(전립선특이항원)검사를 40세부터 받는다. 이외에 담낭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담석이 생기면 예방적으로 담낭을 절제하기도 한다. 담낭절 제술을 하지 않는 경우,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담낭암 검진을 받는다.

 

가족력 인정되는 6가지 질환 & 관련성

 

고혈압 29% ↑

부모보다 형제자매 간의 가족력이 강하다. 부모 모두 고혈압이 있는 한국 성인의 29.3%는 고혈압이고, 형제자매가 고혈압인 사람의 57%는 자신도 고혈압이다(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황환식 교수는 “부모 모두 고혈압이면 50%가 고혈압이라고 설명하는 외국 자료보다는 수치가 다소 낮지만, 한국인이 서양보다 가족력이 덜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어떻게 막나 고혈압은 대부분 정확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다고 해도 발병을 의학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으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살을 빼고, 짠음식을 피하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가져야 한다. 체중을 10kg 감량하면 수축기 혈압은 25mmHg, 이완기 혈압은 10mmHg 정도 내려간다. 30대부터는 최소 1년에 한 번씩 혈압을 재서 혈압 상승을 초기에 파악해야 한다.

 

당뇨병 30~40% ↑

서양에서는 부모 중 한쪽이 당뇨병이면 자녀의 발병률을 15~20%, 부모 모두이면 30~40%로 본다. 우리나라의 식생활은 상당 부분 서구화돼 있기 때문에, 서양의 가족력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한다.

어떻게 막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으면 체중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당뇨병 환자 219명 을 조사한 결과, 과체중(체질량지수·BMI 25이상)인 사람 중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평균 49.3세에 당뇨병이 나타나, 가족력이 없는 사람(57세)보다 8년 빨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당뇨병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어릴 때부터 식습관을 조절할 필요 없다. 반찬은 고기보다는 채소가 좋은 정도고, 또래들과 뛰노는 수준의 운동을 하면 된다. 20대부터는 혈당검사를 주기적으로 받고, 내당능장애 수준이 되면 식단을 미리 당뇨식으로 바꾸는 게 좋다.

 

심혈관질환 50% ↑

캐나다 맥매스터의대에서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 1만2000명과 일반인 1만5000명을 비교한 결과, 부모가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은 심장마비 겪을 위험이 심장마비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1.5배 높았다. 남성이 40대 이전, 여성이 50대 이전에 동맥경화가 생길 경우 자녀에게 동맥경화가 나타날 위험이 2배 높아 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떻게 막나 일찍부터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이 핵심이다. 가족력이 있으면 30대 초반부터 1년에 한 번씩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를 받고, 40대부터 1년에 한 번씩 심전도검사를 받도록 권장한다. 가족력이 있으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을 동반한 사람은 1~2년에 한번씩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를 받는 게 좋다.

 

조울증 50% ↑

조울증은 부모 중 한 명이 조울증이면 25%(양친 모두는 50%), 형제 17%, 일란성 쌍둥이는 50~90%까지 가족력을 보인다. 조울증 외에 신경성대식증, 공황장애, 알코올중독, 우울증 등도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다.

어떻게 막나 뇌에서 도파민 분비량이 과도해지면 조증(燥症)이 발생하고, 체내에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울증(鬱症)이 나타난다. 세로토닌은 몸안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100% 탄수화물 등 음식물을 통해 외부에서 공급된다. 따라서 조울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균형 있는 식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 반면, 도파민 분비 과다는 일반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토피피부염 80% ↑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70% 정도가 가족력이있다. 부모 모두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경우 자녀의 80%, 부모 중 한 명만 있으면 40~60%가 아토피피부염이 나타난다. 국내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머니가 아토피피부염을 앓았을 때 자녀의 발병률이 아버지가 앓은 경우보다 높다.

어떻게 막나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 아기를 낳으면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하도록 권장한다. 모유에 포함된 다양한 면역 성분이 아기가 균형 잡힌 면역력을 갖도록 해줘 아토피피부염 억제에 도움이 된다. 모유 먹일 여건이 안 되면 가수분해 단백질 함유 분유를 먹이는 게 좋다.

 

치매 100% ↑

부모가 알츠하이머성치매를 앓았으면 자녀도 노년기에 알츠하이머성치매 발병에 가능성이 2배(100%) 정도 높다. 알츠하이머성치매는 아포지단백 4형이라는 유전자와 관련 있는데, 이 유전자형을 1개 물려받으면 2.7배, 2개 물려받으면 17.4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어떻게 막나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 노년기에 들어서면 혈액검사를 통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 김영열 박사팀의 연구 결과, 치매 환자는 사이토카인 IL-8의 혈중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기존에 치매와 관련 있다고 밝혀진 물질들과 더불어 이 물질의 혈중농도도 검사가 가능해진다.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전국 보건소에서 치매 조기검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간단한 문진과 혈액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3. 가족력 가계도 그려보기

가족력 가계도를 그려보면 나도 모르는 가족력이 있는지까지 알아볼 수 있다. 가계도를 그려보면 가족과 친인척의 과거를 이용해 자신은 물론 자녀에게 잠재된 질환의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 가족력 가계도를 그려뒀다가 건강검진을 받거나 건강상담할 때 의료진에게 보여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질병의 정확한 흐름을 알려면 광범위하게 그리는 게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본인을 중심으로 직계가족 3대와 삼촌~사촌 범위까지만 그려도 충분하다. 단, 그리는 범위는 부계와 모계를 동일하게 해야 한다. 가계도를 혼자 그리면 윗대로 올라가거나 직계에서 멀어질수록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 가족 모임이나 명절 때 물어봐서 완성하면 된다.

남성은 정사각형, 여성은 원형으로 그린다. 자녀가 2명 이상이면 왼쪽에서부터 출생 순으로 배열한다. 고혈압, 당뇨병, 암 등 가족력 질병마다 일정한 색깔을 정해서 해당자에게 칠하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부모·조부모 등 직계가족이 주는 영향력과 삼촌·사촌 등 방계가족이 주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 차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질병마다 가족력의 강도가 다를 수 있으며, 집안의 촌수에 따라 전해지는 가족력의 정도 등까지 세밀하게 연구된 결과는 없다.

 

가족력 가계도 예시

 


출처 : 조선일보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