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혈관 노화로 생기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위험도 커진다. 그 외에 고혈압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짜게 먹는 습관’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짜게 먹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과체중·비만은 나트륨 과다 섭취보다 고혈압을 유발할 위험이 더 크다. 비타민D 부족·스트레스도 나트륨 섭취만큼 고혈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권창희 교수는 “고혈압 유발 원인은 다양하므로, 여러 생활습관을 함께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체중·비만하면 고혈압 발생 6배
비만은 고혈압의 가장 큰 적이다. 체중이 정상보다 많이 나가면 고혈압이 발생할 확률이 2~6배 증가한다(대한의학회). 나트륨 섭취량이 늘었을 때 고혈압 발생 위험은 약 1.56~2배(국립보건연구원 연구)임을 감안하면 짜게 먹는 습관보다 비만이 더 위험한 셈이다. 지방조직에서는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염증반응이 혈관 노화를 앞당긴다. 권창희 교수는 “불필요하게 많아진 지방 조직에는 그만큼 혈관이 자라고, 심장이 혈액을 보내야하는데 이로 인해 심장이 생리적으로 무리하면서 혈압이 높아지는 이유도 있다”며 “고혈압 위험을 낮추기 위해 비만은 필수적으로 조절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도 짜게 먹는 습관만큼 고혈압을 유발한다. 이화의료원 순환기내과 정익모 교수는 “스트레스는 나트륨 섭취 못지 않게 고혈압에 원인을 주는 주요 인자”라며 “스트레스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스트레스가 나트륨 섭취만큼 위험하다는 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혈액 내의 생리 활성 물질인 안지오텐신이 활성화된다. 교감신경과 앤지오텐신이 활성화될수록 혈압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반복적으로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직장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압이 높고, 절망감을 느끼는 성인은 고혈압 위험이 약 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D가 부족도 고혈압 위험인자다. 비타민D 혈중 농도가 15ng/mL미만인 사람은 30ng/mL인 사람에 비해 4~8년 후 고혈압 발생위험이 3.2배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미국심장학회학술지). 비타민D는 우리 몸에서 정상 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스템(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체계)을 활성화시키고, 혈관 석화화를 억제해 부족하면 고혈압 발생위험이 커진다. 권창희 교수는 “비타민D 부족이 혈압을 상승시킨다는 연구가 많다”며 “폐경기 여성에서 특히 잘 발생하는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폐경이 되면 비타민D 수용체가 감소해,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서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 수면부족, 흡연, 음주 등도 고혈압의 원인으로 꼽는다.
◇체중 줄이고, 칼륨 많은 과일·채소 먹어야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 외에, 혈압을 잘 관리하려면 체중 조절과 식습관에 신경써야 한다.
과도하게 늘어난 체중 10kg을 줄이면 수축기 혈압은 25mmHg, 이완기 혈압은 10mmHg 까지 감소한다(국민고혈압사업단 자료). 체중 조절로는 일주일에 5~7일 유산소운동을, 근력운동은 2~3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체중 감소 측면과 별개로,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수축기 혈압이 평균 6.9mmHg, 이완기 혈압은 평균 4.9 mmHg 감소한다(대한의학회).
칼륨 함량이 풍부한 음식을 끼니마다 곁들여도 좋다. 칼륨 섭취량을 하루에 1.8~1.9만 늘려도 수축기 혈압이 평균 4mmHg, 이완기 혈압이 평균 2.5mmHg(인간고혈압저널) 줄어든다. 칼륨은 몸 속 나트륨을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일부 제약사들은 이런 칼륨의 작용을 바탕으로 고혈압 치료제(ACEI, ARB 계열) 약물을 만들기도 했을 정도다. 사과, 콩, 시금치 같은 과일·채소에 칼륨이 많다.
비타민D 보충을 위해서는 ▲일주일에 2~3번 ▲하루 20~30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팔·다리를 노출해 햇볕을 쬐고, 우유·연어·계란 등을 자주 섭취해주면 좋다.
출처 : 조선일보/201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