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세상사 모든 게 고맙고 감사한 일

부산갈매기88 2020. 4. 23. 09:51

가장 아름다운 형용사로 꼽혀
한국인에게 부족한 감사 인사
최고의 항암제 해독제 방부제
자기한테도 고마움 표시를

형용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나는 ‘고맙다’와 ‘감사하다’를 꼽는다. 고맙다의 사전(표준국어대사전)적 의미는 ‘남이 베풀어준 호의나 도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이다. 감사하다가 ‘고마운 마음이 있다’이니 두 단어는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음 갖고 표현까지 자주 하면 세상이 얼마나 밝아질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본다.

나는 이 단어를 비교적 자주 사용하는 편이긴 하다. 카톡할 때도 답신으로 ‘고마워’와 ‘생큐’ ‘감사감사’를 많이 사용한다. 쥘 르나르의 아침기도(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와 성경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표현 때문 아닌가 싶다. 설령 진심을 담지 않더라도 남이 들어서 기분 나쁠 리 없을 것이란 생각에 사용 빈도를 더 늘리겠다고 다짐해본다.

이 부문 모범 사례 하나. 우리집 근처에 사시는 구순 장인, 장모께선 고맙다란 단어를 참 잘 사용하신다. 주말에 사위가 문안 인사 하러 갔다 돌아올 때면 어김없이 ‘와 줘서 고마워’라고 하신다. 딸이나 손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방에 사실 때 안부 전화를 하면 말미에 꼭 ‘전화해줘서 고마워’라고 하셨다. 몸에 밴 것이 확실하다. 지금은 저 연세에, 자녀들에게까지 굳이 저런 말 안 해도 될 텐데 싶지만 흐뭇하고 즐거워서 하는 멘트란 생각에 듣는 사람 역시 즐겁다.

외국 생활 많이 한 지인들 얘기 들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맙다,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데 매우 인색한 편이라고 한다.

외국 항공사 국내 책임자로 일하는 친구가 얼마 전 동창 단체 카톡방에 이런 글을 올렸다

“한국인이 고맙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다. 출입증을 가슴에 달고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도움말을 주거나 안내해주면 외국인은 거의 100% 고맙다는 인사를, 그것도 상냥하게 웃으면서 한다. 그런데 한국인은 상당수가 인사하지 않는다. 그걸 알기 때문에 가끔 아침에 한국인이 뭘 물어보려고 접근하면 슬쩍 피해버리기도 한다. 도움 받고는 인사도 없이 휑하니 가버리면 하루 종일 내 기분이 다운돼서다.”

이 정도라면 정말 문제 아닌가. 감사 인사 하기 범국민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왜 이럴까를 생각해 본다. 기본적으로 국민 의식의 문제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낮다는데 기인하는 것 같아서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커진데다 민주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절대 평등 의식’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큰 편이다. 매사 남과 비교하다보면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으니 고맙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리 없다.

감사하는 마음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다. 존 밀러는 “어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감사의 깊이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 쉐퍼는 “감사하는 가슴의 밭에는 실망의 씨가 자랄 수 없다”고 했고, 존 헨리는 “감사는 최고의 항암제요 해독제요 방부제”라고 했다. 그러니 감사하는 마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도는 단 두 단어인데 그것은 ‘생큐’라고 한 신학자 마이스트 에크하르트의 말이 참으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유대인 사회에서는 매일 100가지 이상 감사할 거리를 찾는다고 한다. 100가지를 찾으려면 인생사 모든 게 감사할 일 아니겠나. 불평불만이 있을 리 없고 웃음꽃이 피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불평불만이 없으니 감사거리 찾기가 그만큼 쉬울 것이다. 감사가 최고의 항암제라는데 100가지가 아니라 10가지라도 찾아보면 어떨까. 나를 태어나게 해 준 부모, 나한테서 태어나준 자녀는 매일 감사 항목에 넣어도 될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음에도 표현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윌리엄 아서 워드는 “감사를 느끼기만 하고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선물을 포장한 채 주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가족한테 그런 말 하는 걸 쑥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 가족에게 그런 표현 가장 많이 해야 함에도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억지로 연습해서라도 말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마음 갖는 데 있지 싶다. 내 몸에 고마워하고, 내 영혼에 감사하는 마음 가져보면 어떨까. 아침에 눈을 뜨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고, 내 발로 땅에 버티고 설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니 크고 작은 세상사 모든 게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나는 아침에 잠시 기도하며 ‘고맙다, 감사하다’를 10회 정도 되뇌는 게 습관처럼 돼 있다. 그때마다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성기철 경영전략실장 겸 논설위원 kcsun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20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