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국민가수 톱7′ 3위 이솔로몬; 하루 10시간 연습으로 창법 터득, 1년간 1000권 목표… 930권 읽어

부산갈매기88 2021. 12. 31. 07:11
/장련성 기자

“스물세 살 때 군대에서 세웠던 목표가 있어요. ‘10년 뒤엔 TED(세계적인 강연 플랫폼)에 나가 영어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것이죠. 한 부모 가정에서, 가진 것 없이 자라도 스스로 믿고 노력한다면 적어도 나만큼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국민가수’를 통해 그 목표에 한층 다가선 것 같아요.”

 

TV조선 오디션 ‘내일은 국민가수’ 3위에 오른 이솔로몬(28)은 그가 최종 결선에서 ‘인생곡’으로 불렀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읊으며 “어린 시절 힘겨웠던 시간이 ‘국민가수’를 통해 보상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목사셨던 아버지가 열세 살 때 혈액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진단받으신 지 두 달이 채 안 돼서…. 학창 시절 내내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겠는데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겠는 거예요. 현실적인 여건이 안 좋으니 모든 걸 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 생각했죠.”

 

그때 그에게 힘을 준 건 노래였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하루에도 밤새 10시간씩 따라 부르며 기교와 창법을 스스로 터득해 내갔다. 스무 살에 아이돌 소속사 오디션에도 뽑혔지만 결국 1년여 만에 재정 문제로 해체됐다. 대구로 내려와 휴대폰 조립 공장에서 일하다 군에 입대했다. 그게 이솔로몬의 인생을 다시 바꿨다. 운전병으로 모시던 연대장이 진중한 그를 지켜보고는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한 것. 제대하기 9개월 남은 동안 100편의 시를 쓰고, 100권의 책을 읽었다.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단어 뜻도 모르면서 무작정 원서를 읽었다. 하루 종일 읽은 적도 있다. ‘네이버 나우’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유창한 영어 실력에 ‘해외 유학파’ ‘금수저’ 등 각종 추측성 댓글이 달렸던 그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제대 뒤 글을 쓰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에 도전했다. 일용직부터 페인트칠, 외장 철거, 기계 설비, 내장 목수, 외장 목수, 벽지, 택배 상하차… 그러면서 매일 글을 썼고, 틈틈이 문예지에 기고했다. 2016년 문예지 신인상을 받았고 지난해 산문집도 냈다. 2017년엔 책 1000권 읽기 목표를 정해 930권까지 읽어냈다. 영화 ‘노팅힐’ 등 좋아하는 대본을 통째로 외웠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요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20대 중반까지는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아서 우울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노력은 자신을 배반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증명해 내고 있잖아요.”

 

조선일보 2021.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