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설날 먹는 떡국은 우리나라에만 있을까?

부산갈매기88 2021. 2. 9. 14:03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떡국의 형태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아시아의 농경 문화권에서는 대부분 곡식으로 만든 떡의 형태를 새해 첫날 음식으로 먹는 풍습이 있다.

일본에서는 찹쌀가루로 소위 ‘모찌’를 만들어 나무 제기에 켜켜이 쌓아 신에게 바치는 공물로 두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불에 구워 먹거나 살짝 녹인 후 ‘조니’라는 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일본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쭉 늘어나는 새해 음식으로 길게 늘어나는 만큼 장수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중국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중국 남부지역에서는 보통 새해에 ‘탕원’을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새알옹심이와 비슷한데 찹쌀가루로 만든 경단을 설탕으로 달게 끓인 국물에 넣어 먹는 요리로 홍콩 등지에는 디저트로 판매하는 전문점도 있다. 탕원의 발음이 단원(團圓)과 같아서 가족의 단란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경단처럼 둥글고 원만하고 화평한 한 해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찹쌀 속 안에 돼지고기와 완두콩을 넣고 쪄낸 떡과 같은 형태의 음식을 먹는데,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 손님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는 대표적 슬로푸드다. 10시간 동안이나 쪄야 해서 찌는 동안 친척들과 밤새 덕담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반면 라오스, 태국,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계절적 영향으로 4월에 설날을 맞아서 이런 문화가 상대적으로 별로 없고 축제를 여는 경우가 더 많다.


전은 왜 살이 많이 찔까?=우리나라 명절 음식으로 빠지지 않는 전은 보기에도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게 열량이 높다. 호박같이 칼로리가 적은 음식으로 만들어도 결과는 같다. 원재료와 계란이나 밀가루로 만들어 낸 껍질이 기름을 머금고 있으며, 이 기름에는 포화지방산이 많기 때문이다.

명절에 마시는 한 잔은 괜찮지 않을까?=명절에는 자연스럽게 음주의 기회도 늘어난다. 대부분 명절에 조심해야 할 것이 과음이라고 하지만 사실 과음만큼 좋지 않은 음주 습관이 하나 더 있다. 하루 종일 조금씩이라도 계속 먹는 것이다. 제사 지내고 한 잔, 성묘 가서 한 잔, 저녁에 한 잔, 밤에 얘기하면서 한 잔 하다 보면 뇌의 중추신경이 서서히 마비되면서 취기도 덜 느끼게 되므로 총 음주량은 늘어나고 몸은 더 망가진다. 특히 안주로 먹는 기름진 명절 음식은 간에 더 무리가 된다.

 

식혜도 조심?=우리나라의 대표적 음료인 ‘식혜’는 명절에 주로 등장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에서 당분이 많이 생성되므로 칼로리가 높아 주의할 음식으로 꼽히곤 한다. 실제 칼로리상으로는 한 잔에 100㎉ 정도로 공기밥의 1/3 정도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당뇨 환자를 제외하고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제대로 만든 식혜는 효소의 함량이 높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소화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므로 칼로리 소모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식혜의 주재료인 맥아는 현대 한의학에서도 소화기능을 돕는 약재로 사용된다.

 

[임성용의 보약밥상] 경향신문 2021. 2.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