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106세 노인, 젊은 뇌 유지한 비결 5가지. 76세 할머니는 62세때 암벽 등반 시작

부산갈매기88 2020. 12. 1. 07:10

나이가 들고 늙는다는 것은 얼굴이나 몸의 변화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노화에 따라 뇌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가장 큰 변화는 뇌를 빽빽하게 채우던 신경세포들이 성겨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신경세포를 서로 이어주는 ‘시냅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냅스 수가 줄어들면 뇌의 활동성도 떨어져 뇌가 점점 더 빨리 늙게 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두뇌 활동도 안하고 산다. 이렇게 보통 사람들이 사는 대로 그냥 살게 되면 생각보다 빨리 뇌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뇌가 늙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몇년전 KBS-TV '생로병사의 비밀'에 소개된 장수인 두 명의 뇌 건강 비법을 알아본다.

 

◇ 106세에 강연에 나가는 교육학자

쇼치 사부로 씨가 강연하는 모습

 

일본에서 ‘행동하는 106세’로 불렸던 쇼치 사부로 씨(지금은 작고)는 나이보다 30년 젊은 뇌를 가졌던 장수인이다. 쇼치 씨의 주치의였던 시마 후미오 씨는 쇼치 씨의 뇌 MRI를 공개하며 일반적인 70대의 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류큐대학교에서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쇼치 씨의 106세 때의 뇌는 90대 때의 뇌와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즉 나이에 비해 30년 젊은 뇌를 유지하고 있고, 뇌의 노화나 위축도 진행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매우 발달한게 특징이었다.

 

쇼치 씨의 뇌는 일본 뇌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쇼고 이시우치 류큐대의학부 뇌신경외과 교수는 “나이가 들어 뇌가 위축되고 닳아버리는 것은 삶의 방식에 따라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노력만 한다면 인간의 뇌에는 예방할 능력이 있다는 걸 쇼치 할아버지가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1. 냉수마찰로 하루 시작하기

쇼치 사부로 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건에 차가운 물을 묻혀 온 몸을 닦아냈다. 날씨와 상관없이 매일 이렇게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냉수마찰은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하다 보면 열이 올라와서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2. 체조로 아침 운동하기

쇼치 씨는 노인 건강을 위한 ‘봉 체조’를 직접 개발했다. 봉을 들고 팔을 옆으로 쭉 뻗는 동작, 한쪽 손으로 봉을 어깨 너머 등 뒤로 보내고 다른 한 쪽 손으로 옆구리 쪽에서 받는 등의 동작이 포함되어 있다.

 

3. 식사할 때는 30번 씹기

식사는 일본 전통 가정식으로 꾸려서 먹는다. 한 숟갈을 입에 넣으면 30번 씹는 게 쇼치 씨의 식습관 특징이다.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102년 동안 지켜왔다고 한다.

 

4. 새로운 외국어 배우기

강연이 없는 날에도 쇼치 씨는 혼자서 외국어를 하나씩 꼭 공부한다. 일기는 매일 영어로 쓴다. 그는 한국어, 라틴어도 독학했다. 95세부터는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100세가 된 해부터는 포르투갈어와 러시아어를 새롭게 배웠다. 자신의 기억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새로운 외국어를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5. 새로운 아이디어 떠올리기

자신이 만든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는 쇼치 사부로 씨 / KBS생로병사의비밀

 

저녁에 시간이 나면 쇼치 씨는 집에서 장난감으로 놀이를 했다. 모두 재활용품으로 자신이 직접 발명한 장난감들이다. 그는 95살부터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장난감을 만들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해 장난감을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했다.

 

쇼치 씨는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항상 내 아이디어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 것이 장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76세의 암벽 등반가

황국희 씨는 방송이 나간 2013년 당시 76세의 나이에도 활발하게 암벽을 오르는 산악인이었다. 황 씨는 사실 53세 때 자궁암이라는 건강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산을 오르며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황국희 씨가 암벽을 오르는 모습

 

1. 꾸준히 암벽 등반하기

황 씨는 62세에 암벽 등반을, 65세 빙벽 등반을 시작했다. 72세에는 히말라야를 오르기도 했다. 황 씨는 “암벽 등반을 하면서 지구력도 좋아지고 뇌도 좋아졌다. 암벽 등반은 항상 (돌을) 잡고 올라가고, 추락을 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많이 쓰게 되는 운동이라 두뇌 활동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2. 새로운 외국어 배우기

황 씨도 쇼치 씨와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배우며 뇌를 단련하고 있었다. 황 씨는 40대 초반부터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70대 후반인데도 어떤 날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본어 숙제를 하기도 한다. 황 씨는 “자꾸 반복하다 보니 입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꾸준한 외국어 공부와 운동은 뇌의 노화를 막아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뇌를 검사해 분석한 결과, 황 씨의 뇌에서는 치매를 일으키기도 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이 다른 70대의 뇌에 비해 매우 적게 나왔다. 즉 뇌가 젊고 건강하다는 것이다.

나덕렬 교수는 “뇌를 자극하다 보면 운동을 통해 알통이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뇌에 산소와 영양이 많이 공급되고, 조그만 혈관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뇌세포 활동이 활발해져 뇌가 두꺼워진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황 씨는 지난 2018년 북한산 암벽 등반 중 동료 산악인의 실수로 함께 떨어져 고인이 됐다.

조선일보 2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