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

부산갈매기88 2009. 10. 28. 13:03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

 

6.25 전쟁 때 있었던 일이다. 미군을 따라서 취재차 왔던 종군기자가 1.4후퇴 때 미군과 함께 한 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다리 아래서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의 울음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다리 밑에 가봤더니 어떤 여인이 그 추운 겨울에 발가벗고 몸을 웅크리고 죽어 있었다. 이 추운 겨울에 저 여인은 왜 이렇게 발가벗고 있는가? 가까이 가 보니까 보퉁이를 껴안고 죽어 있었다. 그 보퉁이 곁에는 여인 속옷이 있었고 그것을 들추자 그 속에서 여인의 내복이 나왔고 그것을 들추자 그 속에서 여인의 겉옷이 나왔다. 그리고 그 속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남자아이가 포대기에 쌓여서 가늘게 울고 있었다. 그 종군기자는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피난 가던 그 여인은 너무나 지쳐서 다리 밑에서 밤을 새우기 위해서 웅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아이가 싸늘하게 식어간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어머니는 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아이를 감싸주었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아이가 추위 때문에 점점 죽어가자 이 어머니는 자신의 속옷까지 벗어서 그 아이를 감싸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추위에 여인은 죽고 말았다. 그러나 그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의 결과로 아들은 그 순간까지 살아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애처로운 장면을 보고 그 기자는 감동을 받아 그 여인을 근처에 임시로 매장한 다음 아이를 안고 피난을 갔다. 9.18 수복 때 이 여인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삼아서 미국에 데려갔다.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자란 이 아이는 점점 철이 들면서 자신의 눈빛이 아버지 눈빛과 다르다는 것, 다른 아이들은 흰 피부와 노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은 노란 피부와 새카만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소년은 자신이 버려진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버려 타국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당하는 처지에 빠트린 부모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양아버지가 너는 결코 버림받지 않았다고 설명해주었으나 소년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빗나가기만 했다. 열심히 공부도 하지 않고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양아버지의 속을 썩였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 양아버지는 이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그리고 어머니의 무덤가에 가서 그날 밤 있었던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에 대해서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양아버지의 모든 설명을 들은 소년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때도 추운 겨울이었는데,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어머니의 무덤을 덮어주면서 이같이 말했다.

 

“어머니 얼마나 추우셨습니까? 저를 위해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다 벗어주실 때 얼마나 추우셨습니까? 저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가 죽으셨군요. 제 대신 어머니가 죽으셨군요.”

 

흐느껴 울면서 이같이 고백한 이후로 소년의 삶은 달라졌다. 자신이 얼마나 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인지 깨닫고는 열심히 공부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결코 헛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명커뮤니케이션 <천국가는 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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