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어떻게 하면 자선 모금이 많이 될까?

부산갈매기88 2009. 10. 29. 17:56

 

자선 모금함을 요령 있게 꾸며서 모금액을 더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영국의 보더스 서점 체인의 협조로 일주일에 걸쳐 영국 전역에서 은밀한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한 서점들에는 자선 모금함들을 네 개씩 보냈다. 모금함은 모양과 크기가 동일했고, 영국국립독서재단이라는 자선단체에서 모금을 하는 것으로 가장했다.

 

각 모금함에는 심리학자들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네 가지의 문구 중 하나가 적혀 있었다. 그것들은 각각 ‘관대한 기부를 바라니다.’, ‘단돈 1페니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단돈 1파운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의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였다. 각각의 모금함을 무작위로 선택한 네 곳의 계산대 중 한 곳에 놓아두고, 돈이 얼마나 모금되는지 조사해보았다.

 

문구에 따라 모금 액수가 차이가 있을까?

 

그랬다. 실험이 끝난 뒤에 네 종류의 상자에 담긴 액수에는 큰 차이가 났다. '단돈 1페니도 큰 도움이 됩니다‘ 모금함이 전체 기부액 중 62%를 차지해 1위였고, ’단돈 1파운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모금함은 17%로 꼴찌였다.

 

어떻게 사소한 차이가 이렇게 큰 효과를 낳을까?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차알다니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모금함에 아주 적은 돈을 넣으면 쩨쩨해 보일까 봐 아예 돈을 넣지 않는다. 그런데 ‘단돈 1페니도 큰 도움이 됩니다’라는 문구는 적은 기부도 할 수 있게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단돈 1파운드도 큰 도움이 됩니다’라는 문구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그것보다 적은 돈을 넣으려고 했던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의 기부가 초라한 것으로 여겨져 기부를 포기하게 된다.

우리는 또 조금 변형된 실험을 통해 빨간색 모금함이 가장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빨간색이 긴박함을 호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지역에 따라 기부금 액수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 런던의 고객이 가장 관대했는데, 가장 적은 액수를 기부한 버밍엄의 고객보다 20배나 많은 액수를 기부했다.

 

 

리처드 와이즈만 지음 <5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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