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파블로의 청혼

부산갈매기88 2009. 10. 23. 09:28

러시아의 과학자 파블로는 서른두 살에 결혼을 했다. 그는 여자 친구에게 자신의 연구논문처럼 매우 독특한 청혼을 했다고 한다.

 

1880년 12월의 마지막 날, 그는 여느 때처럼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를 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에서 함께 파티를 열자며 집에서 그를 기다렸지만, 파블로는 실험실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시계가 어느덧 열한 시를 가리키자 한 친구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이 녀석은 아무도 못 말린다니까! 학교도 졸업하고 여러 차례 상도 받아서 편하게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뭣 하려 돈도 안 되는 어려운 연구를 도맡아 하는 거야! 인생은 우리가 웃고 즐기기에도 너무나 짧은걸.”

 

파블로의 친구들 중에는 교육과를 졸업한 세라피나라는 여학생도 있었다. 그녀가 방금 짜증을 낸 친구에게 말했다.

 

“넌 아직 그를 몰라. 인생은 너무나 짧다는 네 말은 맞지만, 파블로는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인생은 한 번뿐이니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가치 있지 않니?”

어느덧 밤이 깊어 친구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녀는 혼자 남아 여전히 파블로를 기다렸다. 시계는 곧 열두 시를 가리켰고 1881년 새해가 다가왔다. 파블로는 그제서야 실험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문 앞에서 홀로 자신을 기다리는 세라피나를 보자마자 큰 감동을 받았다. 둘은 손을 잡은 채 눈이 소복히 쌓인 거리를 걸었다. 그런데 순간 파블로가 그녀 손목의 맥박을 짚더니 웃으며 말했다.

 

“넌 심장이 아주 튼튼하구나. 힘찬 맥박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것 같아.”

 

그러자 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심장이 안 좋으면 과학자의 아내가 될 수 없어. 과학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하는 데 보내고 월급도 작아서 가정을 꾸리기가 어려울 때가 많거든. 그런데 그런 과학자의 아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어떻게 혼자서 집안일을 하여 아이들을 돌보겠어?”

 

그녀는 그제서야 그의 의중을 알아차린 듯 대답했다.

“그런 걱정하지 마. 내가 진짜 좋은 아내가 되어 줄게.”

 

그녀는 파블로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그 둘은 그해 결혼식을 올렸다.

 

때로는 마음속의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가 부끄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표현의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어 보라.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그 말의 의미와 깊이가 달라진다. 사랑을 표현할 때는 이성적이지 못해도 좋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고 신중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민미디어 <이야기로 배우는 하바드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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