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오늘도 여유를 가지고

부산갈매기88 2009. 11. 23. 16:52

오늘 오후 25여 년이란 세월을 지나 대학 다닐 때의 은사님으로부터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나의 이름을 물으며 맞느냐고 확인했다.

 

목소리는 과거 25년여 전의 교수님 그대로였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잔심부름을 하면서 공부를 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대학데모 때 사회를 본 관계로 교수님을 틈틈이 짬을 내서 시국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시곤했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나에 대해서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다고 한다. 이 교수님이 경기대학교로 나의 대학원 1년차에 전근을 가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지금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 대학원 1년차 봄에 갑자기 경기대학교로 가시는 바람에 새로운 지도교수 밑에서 연구를 하게 되었고, 나의 인생은 내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말았다.

 

돌아오면 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참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결혼도 배우자를 잘 만나느냐 못 만느냐에 따라서 인생길은 엄청나게 달라지게 된다.

 

학창시절의 아이들은 공부할 때 만난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기 마련이다. 나도 30년 전에 야학을 할 때 만난 까까머리 아이들과 지금도 1년에 가끔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그네들의 길흉사에도 참석해 보기도 한다.

 

이제 인생을 정리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변변찮게 장만해 놓은 것이 없다. 이 세상에서 자랑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관 두껑 받으면 별 것 아닌 것을, 사람들은 저토록 뻐기며 살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남을 밟고 일어서려고 하고, 없는 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괄시한다.

 

이런 세상 속에서 이름 석자를 남기고 가는 것도 만만찮다. 그래서 버나드 쇼는 죽어 묘비에 “어영부영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썼지 않았던가?

 

오늘 아침 부산 송도 바닷가의 떠오르는 태양이 너무나 빨갛더니 이런 소식도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한다.

 

늘 빈손인 인생을 더 움켜지려고 애쓴다.

어차피 너도 밥 한 그릇, 나도 밥 한 그릇인데,

밥을 한끼에 두 그릇 세 그릇 먹을 것 같이 설쳐댄다.

 

인생의 노을이 지누나!

조금 쉬었다 가게나.

늘 인생은 그렇게 허전한 것임을 알아야 하겠지.

 

자신에게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손에 있는 그것으로 만족을 하게나!

그게 행복이란 것을 알면 행복한 거고, 그것마저 모른다면 더 헛수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행복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음을 알아야 하겠지.

 

어차피 인생은 끄트머리에 가서 평가받는 것이고, 그 끝 너머에서 모든 것을 놓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리라.

 

사는 동안 좀더 여유롭게 살자.

마음의 여유,

생활의 여유,

친구와의 여유,

동료와의 여유,

후배와의 여유,

친척과의 여유,

 

그렇게 내 것에 아닌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배려하는 자세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