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왜 사무실에 화분을 두어야 하는지?

부산갈매기88 2009. 11. 24. 08:02

1948년 스위스의 조르주 드 메스트랄은 시골길 산책에 나섰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옷에 작은 우엉 씨가 잔뜩 붙어 있었다. 그것을 하나하나 귀찮게 떼어내면서 그는 도대체 우엉 씨가 어떻게 생겼기에 이렇게 단단하게 들러붙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우엉 씨에는 작은 갈고리 같은 게 많이 붙어 있어 이것이 천에 있는 고리 모양의 구조들에 잘 들러붙었던 것이다. 그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발명했다.

 

그의 이야기는 창조성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로 자주 인용된다. 그 원리란 하나의 상황에서 얻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다른 곳에 응용하는 것이다.

 

자연 환경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해본 연구는 아주 많다. 이 연구들을 통해 식물이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병원에서 환자가 창문 밖으로 나무를 볼 수 있게 했을 때 회복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고, 교도소에서 수감자가 창을 통해 논밭이나 숲을 볼 수 있을 때 건강문제가 더 적었다.

 

식물은 반사회적 행동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더 창조적으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의 심리학자인 시바타 세이지와 스즈키 나오토는 정밀하게 통제된 사무실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창조적 활동을 하게 했다. 한 연구에서는 일부 사무실의 경우 참여자의 앞이나 옆에 화분을 놓아둔 반면, 다른 사무실에는 식물을 전혀 놓아두지 않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식물 대신 비슷한 크기의 잡지걸이로 바꾸어보았다. 실험 결과 식물이 창조성을 향상시킨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텍사스 A&M 대학의 로버트 울리치는 작업장에서 8개월 동안 창조성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 꽃이나 식물을 놓아두는 남자는 아이디어 제안 건수가 15% 증가하고, 여자는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한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어린이들을 황량한 옥외 공간보다는 식물이 가득한 뜰에서 놀게 했을 때 훨씬 창조적인 놀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은 어떻게 이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일부 학자들은 그 원인이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세대가 지나면서 우리가 살아남기 유리하거나 나아가 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의 행동이 발달한다고 설명한다. 그들에 의하면 건강한 나무(식물)는 먼 옛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느꼈던 것과 같은 안도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환경은 근처에 식량이 많이 있다는 것을 뜻하므로, 다음 끼니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즐거운 느낌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고 창조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속에서 창조성을 끄집어내려면 시골길을 오랫동안 산책하거나 주변을 화분으로 가득 채워야 하는 걸까?

 

로체스터 대학의 앤드류 엘리엇 연구팀은 창조성과 색깔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이들은 빨간색은 일반적으로 위험이나 실수의 느낌과 연관되고, 초록색은 긍정이나 편안한 느낌과 연관되기 때문에, 단지 그런 색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창조성을 방해하거나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표준적인 애너그램(anagram: 한 단어나 어구를 구성하는 단어 철자들의 순서를 바꾸어 원래의 의미와 논리적으로 연관이 있는 다른 단어 또는 어구를 만드는 일)이 들어있는 소책자를 주었는데, 각 페이지 구석에는 빨간색이나 초록색 펜으로 실험 참여자의 개인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실험 참여자들에게 각 페이지에 적힌 숫자가 맞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 뒤에 소책자에 있는 애너그램들을 풀게 했다.

 

모든 실험 참여자들은 그 숫자를 몇 초 동안만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빨간색 숫자를 본 사람들은 초록색 숫자들을 본 사람들에 비해 3분의 1밖에 애너그램을 풀지 못했다. 이것을 창조성을 높이고 싶다면 주변을 초록색 환경으로 만드는 게 좋다는 증거인 셈이다.

 

 

리처드 와이즈먼 <59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