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애완견이 정신 건강에 좋을까?

부산갈매기88 2009. 11. 28. 09:39

메릴랜드 대학의 에리카 프리드만 연구팀은 개를 기르는 것과 심혈관계 기능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심장마비가 일어난 환자들의 회복률을 조사한 프리드만은 개를 기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2개월 뒤에 생존할 확률이 약 아홉 배나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놀라운 결과에 자극을 받은 과학자들은 개를 기르면 얻을 수 있는 다른 잇점을 조사해보았는데, 개를 기르는 사람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 잘 견디고, 삶에 대해 훨씬 느긋한 태도를 가지며, 자존감도 높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더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개를 기르는 사람에게 개나 배우자가 옆에 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심한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서 혈압과 심장 박동수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배우자보다는 개가 옆에 있을 때 심박박동수와 혈압이 더 낮았고, 수를 셀 때에도 실수가 적었다. 이것은 건강을 위해서는 남편이나 아내보다 개가 훨씬 낫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라 할 수 있다.

 

뉴욕 주립대학의 캐런 앨런은 다음과 같은 연구를 했다. 앨런은 극심한 긴장 상태에서 살아가는 주식 중개인들을 모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에게는 개를 한 마리씩 주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모든 실험 참여자의 혈압을 지속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개와 함께 지낸 주식 중개인들이 대조군에 비해 훨씬 편안하게 지낸 것으로 나왔다. 실제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약보다 애완견이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것은 개와 함께 지내거나 혼자서 지내는 결정이 완전히 무작위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두 집단 사이에 근본적인 성격 차이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콧대 높은 이들 전문가 집단이 실험 후에도 함께 지내던 개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껴 아무도 개를 돌려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개를 기르는 게 왜 건강에 좋은지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었다. 매일 개와 함께 산책을 함으로써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좋아진다는 견해도 있고, 개른 조용히 주인의 내밀한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에게도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 무조건적인 친구’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보면 개는 비록 털로 덮여 있고 코가 축축하긴 하지만, 헌신적인 치료사나 다름없다. 그 밖에 간호사가 환자의 손을 잡아주면 환자의 심장박동수가 크게 낮아진다는 증거를 내세우면서 단지 개를 쓰다듬거나 만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연구자들은 사교적 이점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은 공원에 가서 잠깐 동안 지켜보면, 낯선 사람끼리도 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연구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과 건강을 크게 증진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들을 서로 가깝게 해주는 개는 주인의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와이즈먼 <59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