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자녀에게 어떻게 칭찬할 것인가?

부산갈매기88 2009. 12. 10. 08:59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다룬 거의 모든 지침서는 칭찬의 효과를 강조한다. 일부 자기 계발 전문가들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늘 칭찬을 함으로써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험을 잘 보았으면 똑똑하다고 칭찬해주고, 그림을 잘 그렸으면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것 같다고 칭찬해주고, 골을 넣거나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하면 운동 능력을 칭찬해 주라고 한다. 이 조언에 따르면 아주 작은 성공이라고도 칭찬해주고, 부정적인 평가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주장은 아주 그럴 듯하게 들린다. 늘 잘한다고 칭찬을 해서 아이가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에 관한 이 이상적인 견해에는 작은 문제가 한 가지 있다. 어린이에게 똑똑하고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1990년대 후반에 콜롬비아 대학의 클로디아 뮬러와 캐럴 드웩은 칭찬의 심리학에 관한 대규모 실험 연구를 했다. 그 실험에는 인종적, 사회경제학 배경이 다양한 10~14세의 어린이 4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우선 어린이들에게 일련의 모양들을 보고 순전히 논리적으로 그 다음에 올 모양을 알아내는 지능검사를 받게 했다. 어린이들이 문제를 다 풀고 나면 연구자들이 답안지를 회수해 점수를 매겼지만, 어린이들에게는 거짓결과를 알려주었다. 모든 어린이가 좋은 점수를 얻었으며, 80%의 문제를 정확히 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집단에게는 어려운 문제를 그렇게 많이 풀다니 머리가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침묵으로 대했다. 칭찬이 긍정적인 효과를 선전하는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능력을 칭찬하는데 몇 초만 투자하면 극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 극적인 효과는 그들이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 단계의 실험에서 어린이들에게 두 가지 과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했다. 하는 아주 어렵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풀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설사 실패하더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훨씬 쉬워서 풀기는 쉽지만 배우는 것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리가 좋다는 말을 들은 어린이 중 약 65%는 쉬운 과제를 선택한 반면, 칭찬을 받지 않은 어린이 중에는 45%만 쉬운 과제를 선택했다. 머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린이는 힘든 상황을 피하고 쉬운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것은 칭찬의 효과를 강조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그러나 더 나쁜 소식이 또 있다.

 

다음 단계의 실험에서 어린이들에게서 다시 문제를 냈다. 이번에는 문제가 훨씬 어려워 대부분 성적이 좋지 못했다. 나중에 어린이들에게 문제 푸는 것을 얼마나 즐겼으며, 집에 가서 계속 문제를 풀어보겠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집단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었던 어린이들은 다른 어린이들보다 어려운 무제 푸는 것을 덜 즐거워했으며, 집에 가서 혼자 풀려는 의욕도 더 적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실험 단계에서는 칭찬의 효과를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나쁜 결과가 나왔다. 어려운 문제들을 풀게 한 뒤에 연구자듣은 어린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문제를 풀어보자고 했다. 마지막에 낸 문제들은 맨 처음에 어린이들이 풀었던 것과 수준이 비슷했다. 실험을 시작했을 때에는 두 집단의 어린이들이 비슷한 점수를 얻었지만, 마지막 결과는 아주 달랐다. 그 결과는 자기계발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머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린이들이 훨씬 낮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왜 칭찬이 상식과는 반대로 이렇게 부정적인 효과를 낸 것일까?

뮬러와 드웩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말한다.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은 어린이는 기분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어려움에도 도전하길 꺼리게 된다. 실패했을 때 머리가 좋다는 평판에 금이 갈까 봐 염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으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공부를 잘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하기 쉽고, 그 결과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다음 번에 낮은 점수를 얻으면 완전히 의욕을 잃고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낮은 점수는 들었던 칭찬과는 달리 자신의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쁜 점수가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뮬러와 드웩은 실험 도중에 어려운 시험을 치른 후 모든 어린이에게 자신의 시험 점수를 다른 어린이들 앞에서 발표하게 해보았다. 그러나 이전에 칭찬을 들었던 어린이 중 약 40%는 자신의 점수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칭찬을 듣지 않은 어린이는 10%만 거짓말을 했다.

 

그렇다면 칭찬은 모두 나쁜 것인까?

지금까지 실험에 참여한 세 어린이 집단 중 두 집단에서 얻은 결과만 말했을 뿐이다. 세 번째 집단은 “잘했어요. 80점을 받았어요."라는 말을 들은 뒤에 칭찬을 한마디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머리가 좋다고 칭찬을 한 게 아니라 노력에 대한 칭찬을 했다. ”그렇게 좋은 점수를 얻다니 참 노력을 많이 한 것 같구나.“하는 식으로 칭찬을 한 것이다. 이 어린들은 나머지 두 집단과는 아주 다른 행동을 보였다. 어려운 과제와 쉬운 과제 중에서 쉬운 과제를 선택한 어린이는 겨우 10%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도 다른 집단에 비해 훨씬 더 즐겼으며, 나중에 혼자서 더 풀어보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실험에서 쉬운 문제를 냈을 때, 세 번째 집단의 어린이들은 첫 번째 실험 때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풀었다.

 

이 결과는 노력에 대한 칭찬과 능력에 대한 칭찬의 효과가 아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뮬러와 드웩에 따르면 노력을 칭찬받은 어린이는 결과에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라는 격려를 받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낮은 점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더 배울 수 있는 가능성에 도전하려고 하며, 쉬운 과제보다는 어려운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어린이는 장래의 시험에서도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며, 따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설사 실패를 겪는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능력이 모자라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지 않는다.

 

어린이에게 머리가 좋다거나 특출한 재능이 있다거나 하는 칭찬을 하는 것은 어린이의 심리적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런 칭찬은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게 만들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게 하며, 난관에 부딪히면 급방 의욕을 상실하게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력에 대한 칭찬은 어린이를 분발시켜 더 열심히 노력하게 하고,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게 만든다.

 

 

리처드 와이즈먼 <5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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