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파토나지 않는 결혼 생활?

부산갈매기88 2009. 12. 3. 12:42

무리 중에 기분이 나빠 보이는 얼굴이 섞여 있으면 유난히 시선이 간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만 해도 부정적인 사건이나 경험이 긍정적인 사건 및 경험보다 훨씬 두드러져 보이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분이 나쁠 때에는 이별이나 해고 같은 부정적인 사건이 쉽게 떠오르지만, 기분이 좋을 때에는 첫 키스나 멋진 휴일 같은 게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단 한 번의 거짓말이나 부정적인 행위가 그 사람의 평판에 금이 가게 하며, 오랫동안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온 노력을 일거에 허물어뜨리고 만다.

 

데일 카네기의 저서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친구나 배우자에게 하는 말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아주 작은 비판조차 관계에 아주 해로운 효과를 미치므로, 가까운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말라고 권한다.

 

미국의 유머 작가 헬렌 롤런드는 “여자의 아부는 남자의 머리를 부풀어오르게 하지만, 비난은 곧장 심장으로 가 다시는 그 여자에 대한 사랑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을 크게 쪼그라들게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존 고트만은 부부가 계속 결혼 관계를 유지할지 헤어질지 예측하게 해주는 주요 요소들을 탐구하느라 30년 이상을 보냈다. 그의 연구 중 많은 것은 부부가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분석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트먼은 긍정적인 말(동의, 이해, 용서를 포함)과 부정적인 말(적대감, 비판, 경멸 등)의 역할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말들이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조심스럽게 기록한 뒤, 결혼 관계의 성공여부를 추적하여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의 비율로 결혼 관계의 지속 여부를 예측할 수 있었다. 결혼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긍정적인 말의 수’와 ‘부정적인 말의 수’의 비율이 최소한 5:1이어야 한다. 즉 한 번 비판적인 말을 했으면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 긍정적인 말을 다섯 번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트먼은 부정적인 말의 위력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적대감과 비난이 왜 그렇게 파괴적인 위력을 나타내는지도 검토했다. 분석 결과, 한 사람이 긍정적인 말을 하면 상대방도 긍정적인 말로 응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정적인 말에 대한 반응은 예측하기가 쉬웠는데, 사소한 비판도 종종 봇물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곤 했다. 결혼 관계는 서로를 북돋워주고 동의해주는 말을 통해 잘 유지되며, 아주 짧은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했으면 훨씬 많은 사랑과 관심으로 그것을 무마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부부가 대화를 나눌 때 각자가 사용하는 말을 추적하고 잘못된 것을 바꾸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연구자들은 말을 사용해 결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빠르면서도 효과 있는 방법들을 발견했다.

 

심리학자 샌드라 머레이와 존 홈스는 사람들을 면담하면서 자기 배우자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물어보았다. 그런 뒤 실험 참여자들을 1년간 추적 조사하면서 어떤 부부가 결혼 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어떤 부부가 헤어지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다음에는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과 헤어진 사람들이 면담 때 사용한 말을 종류별로 검토해보았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하지만(but)'이라는 한 단어였다. 자기 배우자의 결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한 사람들은 비판적인 말이라도 완화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은 게으르지만, 그것 때문에 많이 웃기도 해요.”.

“아내는 요리 솜씨가 형편없지만, 그것 때문에 외식을 자주 하지요.”,

 “그는 내성적이지만, 대신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요.”,

“그녀는 가끔 생각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것은 아주 어린 시절에 힘든 일을 겪어서 그래요.”

 

바로 이 같은 간단한 한마디가 상대방이 지닌 결점의 부정적 측면을 완화해주고,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리처드 와이즈먼 <59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