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에 한 현자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도 그가 몇 살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얀 수염을 가진 그 현자에게 사람들은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현자는 늘 미소만 지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가 무슨 조언 따위를 해 줄 수 있겠소.”
어느 날 한 젊은이가 그를 찾아가 충고를 해 달라고 했다. 현자는 늘 그러하듯이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젊은이는 물러서지 않고 간청했다. 하는 수 없는 듯 현자는 나무판 두 개, 나사와 못 한 웅큼, 망치, 펜치, 드라이버 등을 들고 나타났다.
현자는 먼저 망치를 들고 나무에 못을 박기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단단한 나무라 아무리 힘을 주어 두드려도 못을 들어가지 않고 휘어져버렸다. 또 다시 다른 못으로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몇 개의 못으로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휘어져 튕겨져 나올 뿐이었다.
결국 현자는 펜치로 못을 고정시킨 후 좀더 큰 망치로 힘있게 두드렸다. 그러자 못이 구부러지면서 간신히 나무토막 속으로 들어가는 듯 했으나 애쓴 보람도 없이 결국에는 그 못도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현자는 나사, 드라이버, 쇠망치를 가져다가 나사를 나무토막 안으로 가볍게 두드린 넣은 후 드라이버 나사를 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다지 힘을 주지 않았다. 나사는 아주 깔끔하게 나무속에 들어가 박히었다.
현자는 두 나무판을 가리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좋은 약이 반드시 입에 쓴 것이 아니며, 충고가 반드시 귀에 거슬리는 것은 아니오. 사람들은 보통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고는 귀에 거슬린다고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 바보와 같은 생각이오. ‘눈에는 눈, 이에는 이’하는 식으로 대응해서 뭐 좋을 게 있겠소? 말하는 사람도 듣든 사람도 화가 나고 결국에는 악감정이 생겨서 친구 사이가 원수 사이로 변해버리지 않소? 내가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면서 단 한 가지 확실히 꺠달은 것은 절대 직접 대놓고 충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부득이하게 남들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면 나사처럼 완곡하고 유연하게 내 의견을 제시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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