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당신은 부하 직원을 어디까지 신뢰하고 있나?

부산갈매기88 2010. 4. 9. 07:51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는 부하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러더였다. 잘 아는 것처럼 최대 고비는 원소와 중원을 놓고 다툰 관도의 싸움이었다. 하북의 최고 유력 가문인 원소를 이기고 나서 조조의 큰 그릇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건이 있었다.

 

조조가 원소의 사령부에 도달했을 대 급하게 쫓겨 가느라 중요한 문서들이 그대로 널려 있었다. 그 중에는 원소와 조조 진영의 인사들이 밀통한 비밀 편지 뭉치도 있었다. 사실 보통의 수장이라면 그 내용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을까. 그 중에는 자신이 심복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었을 테니 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조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원소가 망했으니 천하의 사람이 모두 내 사람인데 옛일을 따져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원소가 강성했을 때는 나도 속으로 두려웠는데 보통 사람이야 오죽했겠느냐. 모두 불살라 버려라!”

 

조조가 이 문서를 없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조가 본래 관대한 인간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연루된 자들을 다 벌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서를 그냥 둔다면 일단 항복하려고 마음먹은 장수들과 다른 장수들이 반목할 것이고 조조의 마음에는 향후 이들에 대한 의심이 계속 남았을 것이다.

 

조조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했다. 가장 나쁜 선택은 화근을 남긴 채 문서를 몰래 보는 것이다. 그러면 부하들의 약점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조직이 무너진다. 상하의 명령 관계로 이루어진 주종 관계에서 주군이 자신을 불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누가 주군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하겠는가. 결국 상호불신에 따른 조직의 약화만 있을 뿐이다. 조조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항복을 하려고 한 자들을 모두 밝혀 벌을 주든지, 아니면 모두 없던 일로 하든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조조는 그 상황에서 벌을 줄 수 있었을까?

그 많은 사람에게 벌을 준다면 조조의 세력이 무너질 수 있다. 당시 조조에게는 세력을 떼어 내는 것보다는 모으는 것이 중요한 시기였다. 이때 조조가 쓴 방법은 갈등의 씨앗을 일거에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밀통 문서를 모두 불사르는 일이었다. 조조의 현명한 결정 하나로 수많은 틈이 바로 없어졌다. 또 변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부하들의 마음이었다. 두려움에 떨었던 부하들은 조조에게 다시 한 번 감복했다. 조조가 잃은 것은 비밀문서 조각이었고 얻은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

 

회사 간부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실수가 많은 직원은 물론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신뢰’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곤 한다. 엄밀히 말하면 ‘신뢰’는 믿을 수 있는 대상을 믿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 신뢰한다.’는 말은 적어도 그 사람으로 인해 자신이 상처 입고 손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마저 수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두터운 신뢰를 쌓으려면 그 사람이 실패를 한 후의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 그룹을 일군 정주영 회장은 열여섯 살에 가출해 막노동판을 떠돌다가 서울의 한 쌀가게에 취직해 몸을 바쳐 일했다. 그 후 스물일곱 살에 자동차 정비 공장을 차렸지만 한 달 만에 화재가 나고 말았다. 빚을 얻어 어렵게 차린 공장이 잿더미가 되자 빚만 잔뜩 남은 알거지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준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쌀가게 종업원 시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특히 쌀가게 주인은 빌려 주었던 돈 3,000환을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3,500환을 더 빌려 주었다. 그들은 정주영의 성실한 모습 하나만을 보고 돈을 빌려준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 믿음이고 신뢰이다.

 

신뢰는 굳게 믿고 의지하는 것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을 굳게 믿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받아들이며 의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뢰는 참을 수 없는 것을 참고, 황무지 속에서도 길을 보는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다. 불리한 환경 속에서 가능성을 보는 믿음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

 

한 회사의 경영자가 잦은 실수를 하는 직원과 큰 실패를 하고 낙담하는 관리자 어깨에 손을 얹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나는 자네를 믿네.”라고 말한다면 아무리 불성실한 사람이라 해도 큰 부담감을 느껴 그 신뢰에 보답하지 않을까.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자네를 신뢰하네.”라고 말하려면 끝까지 그 사람을 믿고 신뢰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신뢰는 본래 능력을 ‘신뢰할 수 있다. 없다.’가 아니라 ‘신뢰할까, 말까.’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리더를 따른다. 하지만 리더가 거꾸로 “당신들이 먼저 신뢰를 받을만한 자격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 리더는 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재준 <절대 긍정으로 산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