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아버님, 얼른 토하이소!

부산갈매기88 2010. 5. 25. 07:42

부산에 살고 있는 어느 가난한 청년이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여전히 몇 년째 취업이 안 되어 백수라 시골에 계신 홀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고 하여 친구 집을 전전하며 걸식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이 돌아 왔다.

 

그는 문득 무릅을 탁 치면서 머리를 짜냈다. 그는 ‘顯考學生府君 神位’라고 지방을 써가지고 정중히 그것을 가슴에 품고 외출을 했다. 자갈치 시장, 청과물 도매점, 떡집, 술 도매상, 건어물전 등을 차례로 돌아다니면서 지방을 꺼내놓고 ‘아버님, 제 형편이 알다시피 이렇게 되어 이곳으로 모셨습니다. 많이 드십시오.’ 하고는 또 다른 곳으로 갈 때에는 지방을 가슴에 품고, 좋은 것이 있으면 가슴에 꺼내서 드시게 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부산 시내를 돌아다니자 지치기도 하고 아버님 제사를 지낼 수 없다는 신세 한탄에 너무 처량하여 태종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겠노’하는 자괴감도 들어 바다에 뛰어내릴 만한 절벽에 앉아 인생을 되돌아보니 하염없이 많은 눈물이 흘렀다.

 

그때 저 멀리 수평선에서 고깃배 한 척이 해안으로 오고 있었다. 평소 아버님이 생선을 엄청 좋아했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품에서 지방을 꺼냈다. ‘아버님, 평소에 너무 좋아하시던 생선을 가득 실은 배가 들어오고 있네예. 많이 잡수시소. 이제 조금 있으면 소자도 아버님 곁으로 갈낍니더.’하고 엎드려 두 번 절했다.

 

그런데 고깃배인줄 알았던 배가 가까이 온 것을 보니 그것은 고깃배가 아니라 부산시민의 오물을 바다에 투기하는 똥배였다. 그는 화들짝 놀라 지방을 거꾸로 세우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 죄송합니더. 생선이 아니고 똥물이네예. 이 불효자를 용서하이소. 얼른 토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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