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학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부산갈매기88 2009. 4. 9. 08:36

제약과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렵사리 신텍스라는 외국계 제약회사의 한국 지사장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신텍스가 스위스 로슈에 매각되면서 한국신텍스가 한국로슈에 흡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100여 명의 직원들을 정리 해고하는 악역을 떠맡게 되었다. 이때 자신은 실업자가 되면서까지 직원들에게 재취업 자리를 알선해 주는 등 깔끔하게 구조 조정문제를 매듭지었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실직이 그에게는 기회였다. 신텍스 직우너들의 재취업을 위해 고용한 헤드헌터가 그를 눈여겨봤던 것이다. 모 헤드헌팅 업체에서 BMW 면접을 제안했다. 1995년 그는 독일 뮌헨으로 날아갔다. BMW본사의 면접 시험장에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또 다른 후보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미국의 유명한 대학 출신 박사와 MBA를 취득한 인재들이었다. 그는 고졸 출신이라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난 들러리야’라며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독일까지 건너와서 허무하게 돌아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방송통신대학을 다니고 있고, 앞으로 석사 학위도 받을 계획입니다.”

 

그는 학력열세를 만회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며칠 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가 최종합격된 것이다. 그는 나중에 BMW 관계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당신은 전에 몸담았던 제약 회사에서 상당한 실적을 올렸는데, 무슨 공부가 더 필요하죠? 당신이 왜 그렇게 공부를 더 하겠다고 주장했는지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력은 그저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그는 면접을 보러 갔을 때, ‘한국의 수입차 시장 현황’이라는 80여 쪽 짜리 두툼한 보고서를 준비해 갔다. 이 보고서를 검토한 본사 중역들이 그를 BMW코리아 상무이사로 영입한 것이다. 그가 합격된 것은 최종 학력이 아니라 전에 몸담았던 회사의 실적과 보고서 덕분이었다. 2000년 가을 그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한국에서 BMW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이다.

 

이재준 <절대긍정으로 산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