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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대 기술 강국이 21세기에도 경제수준 높아"

부산갈매기88 2010. 8. 4. 09:54

하버드大 경영대학원 연구팀
강철제조 등 20개 기술 적용 독일·노르웨이 등 고득점국
오늘날에도 상위 대거 포진

500년 전 대양(大洋)을 횡단할 수 있는 선박을 보유했거나 서적이 대중화됐었던 나라와 그렇지 않았던 나라. 이 두 부류의 나라들은 50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디에고 코민(Comin) 교수 연구팀이 '전미(全美) 경제저널' 최신호에 "500년 전의 기술 발달 정도가 21세기 각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 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1500년대(16세기)에 보다 많은 기술을 사용했던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높은 소득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6세기는 스페인포르투갈이 신대륙 항해에 앞다퉈 나서고 종교개혁이라는 대변혁이 시작된 때다. 연구팀은 500년 전 기술을 국가별로 비교하기 위해 변수가 될 만한 20개의 기술을 추려냈다. 소총·기병·1500t급 이상의 군함 같은 군(軍) 관련 기술, 대서양 혹은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는 배·나침반·바퀴 같은 운송 수단 및 책·종이·강철 제조 기술 등이 포함됐다. 기술이 사용됐으면 1점, 사용되지 않았으면 0점을 매겼다. 연구팀은 200개가 넘는 자료들을 참고해 총 113개국의 국가별 '기술 점수' 평균을 냈다. 모든 기술을 사용하면 평균 1점, 하나도 사용하지 않으면 0점을 매기는 식이다.

유럽서 건너간 사람들이 1776년에서야 독립국을 형성한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지금 존재하는 기술들의 평균 개발 속도를 역으로 적용, '가상의 1500년대 기술'을 만들어내 연구에 포함시켰다. 호주남아공처럼 식민지 시대 다른 대륙 사람들이 대거 이동해 정착한 경우엔 현재 거주자들의 '고향'도 변수에 넣었다.

이렇게 얻어진 기술 점수를 2002년의 1인당 GDP에 대입했더니 점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 수준 역시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500년 전 기술 점수가 0.2점으로 아주 낮았던 짐바브웨·콩고·케냐 등의 1인당 GDP는 하위 20%에 머문 반면,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던 독일·스페인·노르웨이 등은 상위 20%에 포함됐다.

조선시대였던 500년 전 비교적 높은 0.8점의 기술점수를 얻은 한국은 2002년 1인당 GDP가 조사국 중 20위 안에 포함돼 연구팀의 결론을 거스르지 않았다. 연구팀은 "20개 기술을 모두 사용한 국가의 21세기 1인당 GDP는 기술이 하나도 없었던 나라에 비해 26배 높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밝혔다.

기술의 발달 정도가 500년 넘도록 영향력을 갖는 까닭은 한 가지 기술을 갖고 있으면 다른 기술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장용(美匠用)시멘트 기술이 널리 보급돼 로마가 도로와 수로(水路)의 도시로 뻗어나갔고, 중세 유럽 도시에 하나씩 있던 시계탑 제작 기술이 산업혁명을 이끈 기계 기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코민 박사는 "역사를 살펴보면 혁신은 갑자기 달성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술 사이의 융합과 보완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2010. 8. 0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