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유혹을 뿌리친 여인

부산갈매기88 2009. 4. 18. 09:14

솔로몬 왕이 성전 건축 계획을 세우고 여러 나라 왕과 제후들에게 사신을 보내 건축술이 뛰어난 인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지방에 빼어난 건축술을 지닌 장인이 있었는데, 그 지방 영주가 추천했지만 그는 아무리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해도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영주가 직접 그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으니, 그는 아름다운 아내를 혼자 남겨두고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영주는 솔로몬 왕의 간곡한 부탁이니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자인은 영주의 간청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는 “당신의 아내로서 변함없이 정조를 지키고 있겠어요.”하고 말했다.

 

이튿날 길을 떠날 때, 아내는 남편에게 유리상자를 하나 건네 주었다. 아내는 그 상자를 곁에 두라고 했다. 그 상자는 삼가루 사이에 불씨가 있는 석탄 덩어리를 넣어 두었는데, 삼가루가 불이 붙지 않는한 자신의 몸이 정결할 것이라고 했다.

 

남편은 목에 걸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하루는 솔로몬 왕이 공사현장을 둘러보다가 그 장인의 목에 걸린 유리상자를 보게 되었는데, 장인은 자초지종을 왕에게 말했다.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한 왕은 은밀히 미모의 청년 둘을 불러 장인의 고향에 가서 그의 부인을 유혹해 보라고 했다.

 

왕의 명령을 받은 두 청년은 즉시 길을 떠나 장인의 고향에 와서 장인의 부인에게 하룻밤을 묵기를 청하니 그 부인은 맛있는 식사와 차를 대접했다. 또한 침실로 안내하여 편히 쉴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그들은 자는 척 하다가 부인의 방을 열어 보았지만, 침실문은 꼭 잠겨져 있었다.

 

한편 청년들을 먼저 보낸 솔로몬 왕은 날마다 장인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목에 매달린 상자를 관찰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조바심을 견디다 못한 왕은 서둘러 평민 복장을 하고 직접 장인의 집에 찾아갔다. 듣던 대로 아내를 아름답고 정숙해 보였다. 왕에게 맛있는 성찬을 내어 왔다. 그녀는 각기 다른 색깔로 칠해진 계란들을 식탁 위에 올려 놓으면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드시옵소서.”

 

자신을 대왕이라 불러서 왕은 깜짝 놀랐다. 자신을 어떻게 대왕인지 알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손님의 눈빛은 제왕의 눈빛을 번득이고 있다고 답했다. 왕은 부인의 영특함에 놀라 말을 제대로 잊지 못했다.

 

“대왕님, 이 계란을 하나씩 드시면서 그 맛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솔로몬 왕은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색깔대로 하나씩 껍질을 깨워 맛을 보았다.

 

“껍질 색은 달라도 맛은 매한가지구려.”

 

“여자도 이 계란과 마찬가지입니다. 얼굴이 밉고 고운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그 속은 다 똑같습니다. 대왕이 저같이 천한 것 때문에 친히 먼길을 오셨는데, 아무래도 헛걸음을 하신 듯합니다.”

 

“.........”

 

“현자로 명성이 높으신 왕이시니 이 세상의 온갖 욕망이 덧없고 욕됨을 잘 아실 테지요.”

 

왕은 부인에게 사과를 드리고 자신의 누이가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값진 선물도 주었다. 또한 왕은 돌아와 그 남편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

 

<솔로몬의 지혜 훔치기>에서

 

 

*올바른 자는 자신의 욕망을 조종하지만, 올바르지 않는 자는 욕망에 조종당한다. <탈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