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는 먹고 싶지만 목숨이 아깝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복어는 그 맛이 일품이지만 맹독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복어는 독은 난소, 간, 장에 들어 있다. 그 주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은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해 신호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신경에서 근육으로 명령이 전달되지 않아 근육이 마비된다. 이 독의 중독증상으로는 입술과 혀가 저리고, 손발이나 손가락, 발가락이 마비되며, 심하면 호흡곤란에 빠져 죽는 경우도 있다.
테트로도톡신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1,000배에 이른다. 테트로도톡신에 의한 사람의 치사량은 약 0.01mg이다 자주복의 경우 난소 하나로 12명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단, 복어의 독성 강도와 양은 복어의 종류나 부위, 계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복어를 먹었다고 해서 반드시 중독된다고는 할 수 없다. 때문에 처음에는 복어를 먹어도 멀쩡했던 사람이 다시 먹었을 때 중독되는 사고가 예로부터 빈번히 발생했다.
그런데, 복어는 어째서 자신의 독에 중독되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복어의 나트륨 통로가 다른 동물과 달라서 테트로도톡신이 결합하기 힘들다. 복어의 신경구조상, 테트로도톡신으로 인해 나트륨 통로가 차단되는 일은 없다.
오랫동안 복어의 독은 복어의 몸 자체 내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양식 복어에는 독이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테트로도톡신은 복어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구결과, 테트로도톡신을 생성하는 것은 복어의 몸속에 있는 녹농균이라고 하는 세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녹농균은 주로 해조류나 플랑크톤에 붙어사는데, 이를 게나 편형동물이 먹으면 이들 몸에 녹농균이 기생하게 된다. 먹어의 먹인인 게나 편형동물을 다시 복어가 잡아먹으면 복어의 난소와 간에 테트로도톡신이 쌓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먹이 사슬을 통해서 복어가 고농도의 녹균을 갖게 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테트로도톡신은 암컷 복어가 수컷을 유인할 때 페로몬으로 사용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이 들어 있는 먹이를 없는 먹이보다 더 좋아하며, 또 암컷 복어의 난소에 들어 있는 테트로도톡신은 산란 날짜가 다가오면 그 양이 더욱 늘어난다. 복어 독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수단인 동시에 페로몬의 역할도 하여 종족 보존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동남아시아에서는 테트로도톡신과 함께 마비성 조개독인 삭시톡신을 가진 복어가 발견되었다. 삭시톡신 역시 테트로도톡신과 마찬가지로 나트륨 통로가 결합해 운동신경을 마비시키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보
다나까 마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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