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맛집

조개 알고나 먹읍시다

부산갈매기88 2009. 4. 28. 07:22

조개로 인한 식중독 증상은 매우 심각하다. 굴이나 모시조개를 먹고 심한 복통과 설사를 경험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개는 어째서 이런 독을 갖게 된 걸까?

사실 복어와 마찬가지로 조개 역시 스스로 독을 만들지는 못한다. 조개 중 주로 모시조개나 굴, 가리비 같은 이매패는 바다 속 식물인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다. 플랑크톤 중에는 패독의 원인이 되는 플랑크톤이 있다.

 

바로 이 패독 플랑크톤을 먹으면 조개 몸속에 독소가 쌓이게 된다. 하지만, 조개는 자기 몸속에 아무리 독이 쌓여도 죽지 않으므로 이런 독이 있는 조개를 우연히 사람이 먹게 되면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개독은 크게 마비성 패독과 설사성 패독으로 나눌 수 있다. 마비성 패독은 복어 독과 마찬가지로 운동신경을 마비시킨다. 입과 혀, 안면이 마비되고, 나아가 마비 증상이 손발에까지 퍼져 심하면 운동장애, 언어장애가 나타난다.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설사성 패독은 이를 그대로 심한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조개가 마비성 패독을 갖게 될지, 설사성 패독을 갖게 될지는 그 조개가 먹는 플랑크톤의 종류에 따라 정해진다. 마비성 패독은 해조류의 일종인 알렉산드리움속의 와편모조류 플랑크톤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 플랑크톤은 고니오톡신이나 삭시톡신과 같은 수용성 신경 독을 만든다.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과 마찬가지로 이 독은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기 때문에 나트륨 이온이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신포가 끊기고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지 않아, 신경회로의 신호가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으므로 앞에서 말한 장애가 일어난다.

 

설사성 패독은 쌍편모조류에 속하는 플랑크톤이 만든 오카다산과 디노피시스톡신으로 인해 나타난다. 이 독들은 지용성으로 소화기관에 해를 입히고 설사, 구토, 구역질, 복통과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설사성 패독은 중증이라도 3일 정도면 회복되지만, 마비성 패독의 경우는 증상이 심각하면 12시간 이내에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패독의 원인 생물인 플랑크톤이 언제나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기관에서도 정기적으로 발생 상황을 엄격하게 검사하고 있다. 따라서 독화(毒化)된 조개가 시중에 판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 간석지에서 조개를 캐거나 자신이 잡은 조개를 먹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또한 조개류뿐만 아니라 우렁쉥이, 거북손, 따개비 등도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고 있기 때문에 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나까 마찌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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