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위대한 결단: 파이컴 이억기 부회장

부산갈매기88 2009. 5. 18. 06:47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업체인 파이컴의 이억기(1955~) 부회장은 해발 700m인 평창에서 태어나 어렵게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가난 때문에 2년을 쉬고 고등학교를 입학하니 중학교 1년 후배가 선배가 돼 있었다.

 

1976년, 군복무를 마친 그는 서울로 올라와 꼬박 3년 동안 청계천 인근에 있는 주유소에서 일했다. 그 무렵 한 선배가 사업을 권했다. 종업원보다는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는 그의 열망을 알고 있던 선배가 권한 사업은 텔레비전이나 VCR에 들어가는 와이어하네스(커넥터에 전선을 연결한 부품) 사업이었다.

 

그는 경기도 성남 백현동 잣나무 언덕 위에 소 기르던 외양간을 얻어 동네 아주머니 세 명을 고용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불과 25세 때였다. 처음엔 견적서도 쓸 줄 몰랐고 도면 읽을 줄도 몰랐다. 하지만 기계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유별난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억척같이 일해서 회사를 키워나갔다.

 

회사가 반도체 검사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변신한 것은 1991년이다. 해마다 임금이 치솟아서 채산을 맞추기 힘든 노동집약적 산업으로는 안 되겠다 싶고, 반도체가 뜰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프로브 카드(Probe card)’였다.

 

프로브 카드는 반도체 회로에 불량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하는 웨이퍼 검사 장치다. 반도체에 필이 꽂힌 이 부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일본을 드나들며 국산 제품이 거의 제로였던 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는 프로브 카드 시제품을 들고 삼성전자로 달려가서 ‘오케이(OK)’사인을 받고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되는 사업이다 싶으니까 경쟁이 치열해졌다. 믿었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자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 그는 결단을 내렸다. ‘멤스(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초소형 미세공정 시스템)’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검사장치 멤스 카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멤스는 기존 제품에 비해 10배 가까이 성능이 좋고, 정밀도가 100% 이상 향상된 제품이었다. 엄청난 자금 투자 때문에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사람도, 설비도 없었지만 결정과 함께 그는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내부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대세였으나 이 부회장은“고집적화·고속화·대용량화가 반도체의 시장 트렌드다. 검사 장비도 변한다.”고 고집했다.

 

파이컴은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투자받은 400억이 넘는 자금을 몽땅 쏟아 부었다. ‘저러다 파이컴이 죽는다’는 소리가 많이 들렸고 이 부회장은 잠을 자면서도 고민해야 했다. 2001년에 적자가 100억원이 넘었다.

 

신제품 개발이 더뎌지면서 회사 주가가 공모가의 10%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그는 뚝심으로 버텼다. 그의 사업과 미래를 내다보는 눈은 탁월하고 정확했다. 3년 간의 진통 끝에 파이컴은 ‘MEMS PROBE UNIT’의 세계최초개발에 성공했다. 파이컴의 ‘멤스 프로브 카드’는 하이닉스반도체·LG필립스LCD 등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회사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되고 연간 매출이 800억 원로 올라섰다. ‘앞선 기술개발과 특허만이 살 길’ 이라고 이 부회장은 말한다.

 

“가장 확실한 블루오션은 특허밖에 없기 때문이죠. 우리가 갖고 있는 특허 중 아직 샘플도 만들어보지 못한 것도 부지기수지만, 바로 그런 게 우리의 재산이고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파이컴이 보유한 특허 100여건 중 60여건은 이 부회장이 개발한 것이다. 그는 구순(九旬)이 넘은 아버지에게 ‘회장’ 명함을 파드려서 자신을 부회장이라고 한다.

 

 

<중소기업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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