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인공수정 20년… 한 남성이 129명까지 낳아

부산갈매기88 2011. 6. 21. 07:15

가족의 개념 달라졌다 - 혼자 아이 낳는 여성 늘어, 동성애 커플과 가족 되기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 우울증 걸릴 확률 1.5배"

미국인 토드 화이트허스트(41)는 3년 전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버지니아란 이름의 14세 소녀라고 밝힌 이 메일에는 '제가 당신의 딸인 것 같은데 확인하고 싶어 메일을 보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토드는 그 길로 버지니아를 찾아가 친자 확인 검사를 통해 그녀가 자신의 핏줄임을 확인했다. 이후 꾸준히 추적을 계속해 자신에게서 생명이 비롯된 8명의 아이들을 더 찾아냈다.

◆정자 기증, 새로운 아빠·자녀 관계

정자 기증을 통한 인공 수정이 본격화된 지 20년이 지났다. 미 시사지 슬레이트는 시술이 합법화된 이후 매년 3만~5만명의 아이들이 인공 수정을 통해 수태됐으며, 한 사람의 정자에서 여러 명이 태어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최대 100만명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것이다.

19일 뉴욕포스트에 소개된 토드도 약 40~60명의 생물학적 아버지로 추정된다. 토드는 스탠퍼드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초 용돈을 벌기 위해 3년간 매주 50달러를 받고 연구소에 정자를 기증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좋은 대학을 다니고 신체 건강한 토드는 우수 정자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자은행측은 우수 정자일수록 여러 명의 여성에게 기증했다. 한 남성이 제공한 정자에서 129명이 탄생했다는 기록도 있다.

토드가 새로 찾아낸 '자식'들은 요즘 새로 발견한 '아빠'와 이메일 주고받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버지의 날(Father's Day)엔 카드도 보냈다. 토드에게 먼저 연락을 했던 버지니아는 대학도 토드의 모교인 스탠퍼드 진학을 계획하고 있으며 매일같이 토드와 진로 상담을 하고 있다. 토드는 "내가 과연 아버지냐 아니냐를 떠나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인공 수정, 가족의 개념 바꾸다

인공 수정 기술은 수많은 불임 부부에게 희망을 줬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혼자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했다. 이는 최근 늘고 있는
미국 가정 형태의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그리핀(3)이란 남자 아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리핀의 어머니 캐롤(48)은 대학 시절 친구인 조지 러셀(49)의 정자를 기증받아 그리핀을 낳았다.

동성애자인 러셀은 캐롤과 여전히 친구일 뿐이지만 매주 4일씩 캐롤의 집에서 자며 그리핀을 돌본다. 러셀에겐 동성의 애인 데이비드가 있다. 3명의 어른들과 그리핀은 매주 일요일 '패밀리 디너'를 함께한다. 그리핀은 캐롤을 "엄마", 러셀을 "조지 삼촌"이라 부르고 데이비드는 그냥 이름을 부른다. 3명의 어른 중 누구도 공식적으로 '결혼'을 한 적이 없지만 분명히 '가족'이라고 NYT는 전했다.

인공 수정으로 인한 부작용도 없지는 않다. 지난해 미 가족연구소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48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일반 아이들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았다. 자신이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것을 알았을 때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위험도 높았다.

 

 

박승혁 기자 patric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