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범죄자는 타고난다" 범죄학자들 40년만의 고백

부산갈매기88 2011. 6. 22. 09:15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억제하는 유전자 가진 사람이 보다 공격적… 범죄성향 높아
"환경에 따라 발현 안될수도"

사이코패스 같은 범죄자는 타고나는 것일까.

그동안 범죄학자들 사이에서 유전자와 범죄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것은 금기였다. 과거 우생학처럼 자칫 인종차별주의를 정당화시키는 논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9일 "인간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밝혀지면서 일부 범죄학자들이 조심스럽게 어떻게 유전자가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을 높이고 그러한 특성이 유전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듀크대의 행동과학자인 테리 모핏은 "지난 30~40년간 대부분의 범죄학자는 유전학의 '유'자도 꺼내지 못했다"며 "오늘날 범죄·폭력에 관한 가장 주목할 만한 이론들은 사회학적인 요소와 (유전자를 포함한) 생물학적인 요소를 함께 아우르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 유전자 억제 범죄성향 높여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100여건의 연구가 유전자와 범죄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발간된 한 논문은 입양아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친부모가 범죄자였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나중에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전자와 범죄의 연관성은 일부 유전자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더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가 천성적으로 충동적인 성향을 억누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자제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972년 뉴질랜드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1000명의 아기를 장기추적한 연구는 세 살 때 아기들의 자제력을 평가한 뒤, 자제력이 약했던 하위 20%의 아이들 중 43%가 나중에 범죄를 저질렀고 반대로 자제력이 강한 상위 20%의 아이들 중엔 범죄를 저지른 비율이 1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유전자만 갖고 범죄자 판별 불가

하지만 과학자들은 유전자만 갖고 누가 범죄자가 될지를 알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충동적인 성향을 억누르는 자제력이 약하다든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성향의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범죄 성향이 발현될 수도, 억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범죄 성향의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또 어떤 친구와 사귀었는지 등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혼도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으로 꼽힌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스티븐 핑커 교수는 "결혼은 남성의 에너지를 다른 남성과 겨루는 것이 아닌 가정에 쏟아붓도록 해 범죄를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립대의 케빈 비버 범죄학 부교수는 "유전학은 사람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의 절반 정도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곤 기자 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