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

로버트 발라드: 바다 밑에 새로운 우주가 있다

부산갈매기88 2009. 5. 21. 09:13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현대과학은 두뇌 연구를 통해서 인간의 마음과 그 활동 영역을 속속 밝혀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백억 광년 너머의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도 속속 밝혀 나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간이 잘 모르고 있는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바다 밑이다.

 

미국 해양탐사연구소(IFE) 소장 로버트 발라드(Robert Ballard : 1942~)는 인간이 수천 미터 밑의 바다 속도 모르면서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웃기는 코미디라고 주장한다.

 

그는 1985년 9월, 침몰한지 70여년 된 타이타닉 호를 발견한 것을 비롯해서 독일전투선인 비스마르크 등 수많은 난파선들을 발견하는 개가를 올린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해양 탐사 전문가다. 그는 어린 시절 줄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를 읽고 바다 밑 세계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에서 해양 지질학과 지구 물리학을 전공하고, 1967년 해군의 일원으로 해저지도 제작을 비롯한 해저 탐사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점점 소설 ‘해저 2만리’의 주인공인 ‘네모 선장’을 닮아갔다.

 

발라드는 1973~1974년 잠수함으로 대서양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해저산맥인 대서양중앙해령을 탐험하면서 신비로운 영감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바다 밑에는 여태껏 인간이 알지 못한 새로운 세계, 새로운 우주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그의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그는 1977년 심해유인잠수정 앨빈(Alvin)호를 타고 심해를 탐사하다가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잠수정은 1시간 30분이 지난 후, 수심 2,700미터의 바닥에 도착했는데 그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경치는 이 세상에서는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별세계의 것이었다.

 

바다 밑바닥에는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공장 굴뚝같은 심해열수공(Black Smoker)이 있었고, 그 주위에는 세균, 벌레, 새우 등 수천, 수만 종의 온갖 생물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빛이라고는 전혀 없는 심해에는 생물이 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그곳에는 열대우림을 방불케 하는 무수한 생물이 살고 있었다.

 

발라드는 그것들이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생물체들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심해열수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350℃(수압이 높은 심해에서는 끓는점이 100℃가 아니다)나 됐고 이 뜨거운 물은 기체 같은 금속성 황화물 및 산화물과 반응해서 많은 생명체를 거느리게 된 것이었다.

 

이 발견으로 과학자들은 광합성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생태계가 바닷속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햇빛이 없고, 수압이 높으며, 황화수소와 같은 독성물질로 가득 찬 심해열수공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태양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지구생명체의 존재를 의미했고 생물학의 역사가 다시 씌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심해열수공의 발견은 지질학은 물론 생물학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연구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 후 과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에서 300개 이상의 심해열수공을 발견했고 심해열수공 주변에는 거의 90%가 알려지지 않은 생물들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됐다. 발라드는 이 발견으로 생물학사상 혁명적인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네모 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을 재미로 여기며 바다 밑 탐사에 여념이 없다.

 

과학자들은 지금도 지구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심해열수공을 탐사하고 있다.

 

 

<중소기업뉴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