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

나무 위의 여자: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부산갈매기88 2009. 6. 1. 16:08

1997년 12월 10일, 캘리포니아 주 북부의 레드우드 원시림.

 

스물세 살의 여자가 높이 61미터나 되는 어마어마한 아메리카 삼나무 위로 올라갔다. 벌목 위기에 처한 삼나무 ‘루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56미터 지점의 나뭇가지에 가로 180㎝ 세로 240㎝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선언했다.

 

“전기톱으로부터 원시의 삼나무 숲을 구하기 전에는 나는 절대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외침소리는 작았고, 고독했고, 누구도 듣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들이 정기적으로 날라다준 물품으로 연명하면서 자그마치 2년하고도 18일이 지난 738일 동안 그 나무 위에서 버티며 벌목회사를 상대로 투쟁했다. 그녀의 이름은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Julia Butterfly Hill : 1974~)이었고 나무 위에 오르기 전에는 아무 특색도 없는 평범한 처녀였다. 줄리아는 목사인 아버지가 트레일러를 끌고 전국을 순회하며 목회하던 탓에 어려서부터 숲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나비 한 마리가 오래도록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나비’를 자신의 이름으로 선택할 정도로 자연을 사랑했다. 줄리아가 나무 위를 점령하고 버티기 시작하자 ‘퍼시픽 벌목회사’는 무척 당황했다. 벌목회사는 그녀를 나무 밑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노골적인 시도를 벌였다. 나무 밑에 경호원을 보내 필수품의 공급을 차단하기도 했고, 외설적인 욕설을 퍼부어댔고, 그녀가 자지 못하도록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댔으며, 그녀의 둥지를 거의 날려버릴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는 거대한 벌목용 헬기를 띄워서 공포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줄리아는 거의 종교에 가까운 신념으로 기도와 명상을 통해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나갔다. 차츰 줄리아의 손과 발에는 마치 ‘루나’의 옹이처럼 굳은살이 박혔다.

 

그녀는 수많은 벌레들, 폭풍우와 외로움과 고독과 싸워야 했다. 겨울철에는 동상에 걸렸다 풀렸다를 반복했다. 손가락과 발가락에는 갈색과 초록색의 물이 들었다. 갈색 물은 나무껍질 때문이었고, 초록색 물은 이끼 때문이었다. 줄리아는 이처럼 고통을 감내하면서 점점 ‘루나’와 한 몸이 되어갔다. 그러나 누구도 줄리아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숲의 존재 이유와 그 숭엄한 역할을 깨닫게 하기 위해 언론매체에 하루에 20∼30통의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나무 위의 생활 미국기록인 43일을 넘기자 언론이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고, 어떻게 씻고, 어떻게 보여 지며, 무슨 종류의 요리를 하며, 무슨 배경을 가졌는가에만 흥미를 보이는 수준이었다. 줄리아는 계속해서 추위와 공포 그리고 세상의 무관심과 싸워야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날, 그녀는 ‘과연 내가 루나를 지켜야 하는가’하고 오랜 시간동안 회의에 잠기기도 생각했지만, 결국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좀더 시간이 흐르자 그녀와 동료들에게 조금씩 든든한 지원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각종 언론이 줄리아의 이야기를 다뤘고, 많은 환경단체와 가수들, 그리고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루나의 주위로 몰려들었고, 그녀를 지지했으며, 루나를 살리기 위해 많은 활동들을 벌였다.

 

그리고 마침내 738일이 되는 날, ‘루나’를 영구히 보존 한다는 공식적 서류가 작성되고 나서야 그녀는 나무에서 내려왔다. 줄리아는 자신의 삶을 걸고 천 년 된 삼나무 ‘루나’를 지켜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루나’는 그 부근의 숲도 파괴로부터 보호됐다.

 

<중소기업뉴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