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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100일, 금단의 땅에 가보니 "가축 사체 먹고 살아남은 돼지들, 사람들 나타나자…"

부산갈매기88 2011. 8. 5. 09:11

금단(禁斷)의 땅’으로 변해버린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20km 이내 지역에서 벌어진 가축들의 대(大)참상이 생생하게 공개됐다.

3월 12일 이후 버려진 가축들은 대부분 굶어 죽어 구더기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일부 탈출한 가축들은 사람이 사라진 들판을 무리지어 서성이고 있었다.

일본의 등산가 노구치 켄(野口健·38)은 지난 6월 20일 민주당 다카무라 쓰토무(高邑勉) 중의원과 원전 인근 산리쿠(三陸) 지역을 다녀온 뒤 촬영한 사진과 기록을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블로그에 따르면, 방호복을 입고, 경찰의 검문을 지나 원전 20km 경계선을 통과한 노구치씨 일행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돼지 축사였다.

노구치씨는 “차에서 내리는 순간 냄새가 밀려왔다. 축사에서 수십m 떨어진 곳에도 냄새는 진동했다. 축사 문을 열려고 했지만, 그간 아무도 열지 않았는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을 때, 강렬한 썩은 냄새로 한동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발을 내딛자 ‘뿌직뿌직’하는 소리가 났다. 발밑을 보니 바닥은 구더기로 가득했다”고 적었다.

사육장 안은 돼지의 사체 더미로 가득했다. 노구치씨는 “얼굴은 구더기로 가득하고 갈비뼈가 드러난 돼지의 사체들이었다”고 표현했다.

일부 살아있는 돼지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먼저 죽은 돼지의 사체를 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다.

축사안에 살아 있는 돼지 /노구치 켄씨의 블로그 캡처

노구치씨는 “똥과 오줌으로 썩어 질퍽해진 구더기 범벅의 시체를 먹고 있었다. 축사에서 뛰쳐나와 위액을 쏟아냈다. 썩은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살아남은 돼지들의 쓸쓸한 눈빛이 도움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 사육장 문이 열린 것도 아니고, 도살 처분되는 것도 아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살아서 지옥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행은 이어 외양간으로 향했다. 소들 역시 굶어 죽었다. 머리가 쇠기둥에 고정된 채 뼈와 가죽만 남은 사체로 변해 있었다.

굶어 죽은 젖소 /노구치 켄씨의 블로그 캡처

일행이 외양간에서 나와 차로 돌아가는 동안 살아남은 소와 돼지들이 축사에서 빠져나왔다. 돼지들은 꼬리를 흔들며 따라왔고, 소들은 노구치씨 일행을 둘러싸고 먹이를 달라는 듯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이들 가축을 기다리는 것은 도살(殺)처분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지난 5월 12일 그렇게 결정했다.

노구치씨는 “다른 지역의 축사를 돌아보고 돌아가는 길에 방호복을 입은 수십명의 사람이 돼지를 포위하고는 준비해온 울타리로 밀어 넣었다. 명령에 따라 즉각적으로 도살이 시작된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돼지를 둘러싸는 것을 도와줬지만, 속으로는 ‘도망쳐’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썼다.

3월 11일 이전까지 이 지역에는 소 약 3500마리, 돼지 약 3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조선일보/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