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

위대한 결단: 목숨을 내여 놓은 사람

부산갈매기88 2009. 2. 26. 09:46

신화나 전설 속에서는 친구나 연인을 위해서 대신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간혹 등장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남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하기 힘든 선택이다. 단 한 번뿐인 목숨인 까닭이다. 그런데 도대체 전혀 낯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막시밀리안 콜베(Maximilian Maria Kolbe:1894∼1941)신부였다. 폴란드 출신의 사제였던 그는 1941년 2월, 나치 경찰에 체포되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체포 이유는 그가 1922년부터 발행한 종교 잡지의 발행부수가 100만부에 이르기 때문에 폴란드 국민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해 7월말, 그가 수용되어 있던 수용소 14동에서 포로 하나가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나치 친위대가 출동해서 도망친 포로를 찾았지만 행방을 찾지 못했다.

 

14동에 수용된 모든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탈출자가 24시간 안에 잡히지 않을 경우, 그 사람이 소속된 14동의 수용자 중 다른 열 사람을 처형한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마침내 수용소장 프리츠가 14동 포로들을 전부 집합시켰다.

 

“너희는 포로의 탈출을 방관했다. 그러니 규칙대로 너희들 중 열 명을 뽑아 처형한다.”

 

그는 대열에서 10명을 지목했다. 그러자 사람이 수용소장의 군화발밑에 엎드려 울면서 애원했다.

“소장님, 제겐 아내도 있고 자식도 여럿 있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그러자 경비병들이 달려와 그를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대열 뒤쪽의 한 포로가 경비병들을 헤집고 나와 말했다.

“이 사람을 대신 내가 죽겠습니다.”콜베 신부였다.

 

“너는 누구지? 저 자의 친척이라도 되냐?” 프리치 소장이 그에게 물었다.

“16670번, 막시밀리안 콜베입니다. 가톨릭 신부입니다. 결혼하지 않았기에 아이도 없습니다. 부디 저 사람과 바꿔주십시오.”

 

인간백정이라고 불리던 프리치는 콜베 신부에게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그렇게 해서 사형수 리스트에 울고 있는 가장 대신 콜베 신부의 번호와 이름이 올라갔다. 그들에게 내려진 형은 금방 처형당하는 죽음도 아닌 아사형(餓死刑)이란 끔직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사 감방에 들어간 콜베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절규와 비탄이 흐르는 그 곳에서 기도와 노래로 다른 포로들을 위안했다. 그는 9명의 수감자들이 생을 마칠 때까지 기도하고 노래하다가 나치가 놓아주는 독약 주사를 맞고 세상을 떠났다. 그때 그의 나이 47세였다.

 

콜베 신부 대신 살아남게 된 프란시스젝 가조브니첵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저는 놀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서 있었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일이었어요. 죽기 일보 직전이던 제가 살게 됐고 누군가 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죠.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죠. 나는 정말 꿈인 듯 멍했어요. 이 이야기는 금세 수용소 전체에 퍼졌어요, 아우슈비츠 역사상 그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후 그는 53년을 더 살고 95살에 죽었다. 1982년 10월 1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콜베 신부를 아우슈비츠 희생자 가운데 최초로 성인으로 시성(諡聖)했다.

 

<중소기업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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