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충북 보은 구병산(876m) 산행

부산갈매기88 2012. 10. 15. 14:36

*산행일시: 2012. 10. 13(토) 약간 흐림

*산행자: 부산 백산산악회 회원 40명과 함께

 

*산행코스: 적암 주차장-안내판-숨은골-철사다리-구병산-853봉-정수암지-팔각정-적암 주차장(원점회귀: 5시간, 점심휴식 30분)

 

*산행 tip:

적암리 주차장에서 산악회 버스를 주차한 후 위성기지국 안테나 뒤편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걸은 후 구병산 1.8km이라는 푯말이 나오면 거기서 산행 들머리를 잡아서 계곡을 1시간 반 남짓 오른다. 그런데 그 계곡이 예사롭지가 않다는 점이다. 구병산, 아홉 병풍이 풍기듯 암릉이 펼쳐지며 단풍이 발갛게 물들어 가는 시간을 황홀해 하며 853봉을 오를 때는 외줄타기도 몇 번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암릉을 돌아서 절터계곡으로 내려오는 산행길. 그 바위와 단풍이 만들어내는 파노라마에 가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위성 기지국 뒤편의 들머리에서 3분 여를 가면 나무 다리가 나오고 침목길이 이어지는 것도 잠시 줄곧 계곡산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침목에 잠시 기분만 좋다가 이내 계곡의 도랑을 따라 걸어올라간다. 때로는 지난 태풍에 나뒹구는 나무 아래를 머리숙여 지나가야 하고, 덩쿨나무들이 터널을 이루어 축복받는 순간도 있어 기분도 상쾌하다.

 

그것도 잠시 철 사다리가 나오기까지 30여 분 정도 계곡의 너덜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갑자기 철사다리가 나타나 '어이쿠!'하는 느낌이 든다. 험난한 인생길이 있고, 때로는 오솔길 인생길도 있고, 숨가프게 달려가야 하는 인생길도 있는 법. 이 산행 코스는 초입 포장도로를 따라올 때는 인생길에서 누군가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아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부모 형제의 도움으로 초딩과 중딩을 거쳐오듯이. 서서히 계곡을 접어들면서 내 의지와 내 맘 뜻대로 인생이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철사다리까지 후미에 처진 나는 나와 함께 하는 두 모녀 중 노랑머리의 대학생인 딸이 내쉬는 거친 숨소리에 그녀가 이제 이 코스에 적응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초입 계곡에 20여 분을 지났을까 한 사람의 낙오자가 생겼다. 훤칠한 키의 미모를 가진 회원 한 명이 뒤로 밀리는가 싶더니, 더 이상 전진을 미루고 오르기를 포기했다. 그녀는 일행과 같이 왔다고 했는데, 친구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혼자 슬그머니 뒤로 밀렸나 보다.

 

철사다리를 오르고 후미에서 걷고 있던 일행의 두 친구 중 한 명이 속이 미슥거려워 도저히 못가겠다고 백기를 든다. 이제 꼭대기에 다 와가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 있겠냐고 일행은 친구에게 오르자고 권유를 한다. 그래서 잠깐 쉬어 보기도 한다. 짧은 휴식이지만 몸이 추스려지나 보다. 이제 20여 분을 오르는 길은 갈짓자 코스다. 길은 미끄럽고 코는 땅에 닿을 것 같다. 일행의 친구는 배낭이 무거워 못가겠다고 또 주저 앉는다. 후미대장인 즐거운 산행님이 막걸리를 한 순배 돌려서 에너지를 보충시키고 혜영님의 친구가 사과를 하나 꺼내서 쪼개어 먹으니 조금 기운이 차려지나 보다.

 

구병산 바로 아래의 안부에 도착해서 구병산에 올라 인증샷도 남겨 본다. 사방 팔방이 내 발 아래에 머무른다. 5분 여의 조망시간이지만 인생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인생이 그러하듯 긴 고통, 찰나의 희열, 이제 마음의 평정이 찾아 온다. 이 산 꼭대기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버리고 갈 것인가?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자연동산에서 좀더 겸손해져 본다.

 

아뿔사! 이제 점심을 넘겼다고 몸에서 사인이 온다. 산비탈 여기저기에 회원들이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펼친다. 먹는 것 앞에서는 진지할 수밖에 없다. 먹는 순간도 잠시, 누군가가 가자는 말이 없어도 주섬주섬 배낭을 짊어지고 일어서서 출발을 한다. 병풍바위 안부 갈림길에서 853봉을 가지 못하는 회원들은 바로 내려가고, 대부분의 회원들은 853봉을 지나 신선대 안부 갈림길까지 함께 갔다. 853봉 주위의 풍경이 이 코스에서 최고로 압권인 것 같다.

 

아무래도 볼거리는 큰 바위가 있고, 그 바위나 옆에 소나무나 다른 나무들이 어우러져야 기품이 나는 것 같다. 그런 것을 보면 키 큰 나무 한 그루 멀대처럼 서 있는 것 보다는 절벽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분재처럼 어우러져 있는 것이 그 우아한 기품이 있다. 인생도 자기 혼자 잘난척 하며 살지만, 주연은 조연이 있어야 그 값어치가 빛나지 않던가 말이다. 기암절벽을 조망하면서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40명이 함께 산행을 했지만 모두 느끼는 감정과 기분은 다를 것이다.

 

이제 신선대 안부에서 하산길은 골이 깊어서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계곡과도 같았다. 미끄럽고 자갈길이 많아서 애를 먹었다. 올라갈 때는 내가 후미에서 헤맸지만, 하산 시에는 앞에서 빨리 내려왔다. 어차피 함께 하는 인생길도 있고, 때로는 혼자 유유자적하면서 걷는 길도 있는 법이니까. 하산길에서 만나는 감나무 위의 감이 가을을 더 붉게 만들고 있다. 주차장에 와서 20여 분을 기다려서야 뒤쪽에서 오는 일행이 다 내려왔다. 저녁식사로 얼큰하게 동태탕을 한 그릇 하니 모든 피로가 그 속에 다 녹아지는 것 같다.

 

낯선 사람들이 오늘 하루를 함께 했다. 모두가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과 정성이 있었기에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부산 백산산악회는 다른 산악회에 비해서 정감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았다. 나는 세번을 함께 해 왔다. 늘 뒤쪽에서 다른 회원들의 뒤꼭지만 보고 따라가지만 그래도 함께 하도록 기다려주니 참 좋은 것 같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