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담양 추월산 산행<추월산 주차장-보리암-상봉-추월산(731m)-갈림길-월계리>

부산갈매기88 2012. 11. 12. 16:20

*산행일시: 2012. 11. 10(토) 흐림 

*산행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36명과 함께

*교통편: 관광버스로 부산출발

 

*산행코스: 추월산 주차장-보리암-상봉-추월산(731m)-갈림길-월계리(산행시간 4시간, 점심 휴식 30분 포함)

 

*산행 tip:

  호남의 5대 명산인 추월산(731m)을 산행하기 위하여 부산에서 36명의 회원 여러분이 동참을 했다. 한 주일 앞서 11월 3일 지리산 성삼재와 뱀사골에서 임걸령을 거쳐 피아골로 산행을 했지만, 한 걸음 빨리 달려간 단풍이 못내 아쉬워 이번에는 남도의 명산 추월산으로 향했다.

 

  봄 꽃소식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오르지만, 온 산을 물들이는 단풍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여인의 색동 치마폭을 휘감듯 내려온다. 가을하면 연상되는 것이 단풍과 억새다. 이 가을에 만산홍엽에 마음이 불타오르는가? 그게 보고파 가슴 시린 적이 있는가? 마음으로 애절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리고 억새나 갈대가 하얗게 나부끼는 자태에 마음이 아련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대는 이미 중년의 깊은 골짜기에 들어 와 있는 것이다. 이십대가 단풍을 애절하게 보고파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의 중년은 그 나이에 걸맞는 계절의 중년에 눈높이가 맞춰져 가는 것이다. 인생의 나그네길이 어느덧 산중턱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추월산은 우리의 인생을 생각나게 해주는 산행인 것 같다. 갖가지 전설이 그득한 추월산. 그 산을 오르는 길은 남해고속도로와 순천완주고속도로를 거쳐 가야 하는데, 진주에서 40여 km 지점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20여 분이 지체되었다. 고속도로를 지나 시골길을 달리니 이파리가 다 떨어진 감나무 위에서 감들이 볼그스레이 수줍은 자태를 드러내고, 가로수도 갈색의 메타세콰이어(수삼나무/측백나무과)로 열병식을 한다. 담양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니 11시 50분이다. 주차장 부근의 붉게 물든 색동옷에 맘이 흥분된다.

 

  일행들은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부산을 떤다. 이제 일행들은 낮 12시가 되어서야 주차장을 출발했다. 산행 들머리에서 보는 단풍은 우리 일행의 맘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보리암으로 오르는 동굴까지 길은 대체로 완만하였다. 그러나 전국에서 모여든 산행 인파로 길이 비좁았다. 산행 길은 온통 울긋불긋한 등산복으로 화려했다. 단풍에 기분이 고조되고, 산행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에 정신을 빼앗기니 가을은 우리들의 맘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때로는 내려오는 인파에게 길을 비켜주기 위해 잠시 기다리기도 했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갈색 낙엽의 팔랑거림에 옷깃을 여미며 가을의 애수에 젖어 보기도 했다.

 

    25분 여를 올라 보리암 아래의 동굴을 둘러 보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보리암으로 오르는데 서서히 나무 계단이 시작되었다. 계단 중간의 조망대에서 담양호를 내려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한다. 일행들은 조망대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며 파안대소를 해 본다. 낯선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보며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웃는 모습이 정겹다. 닫혀진 마음의 빗장이 열려지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매번 등산하면서 느낀 점은 일행의 3분의 1정도가 낯익은 얼굴이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처음 오는 분들이 많기에 다소 서먹서먹한 점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천성이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기로 맘을 먹었다면 한번쯤은 그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 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자연에 온통 맘이 집중되어 있지만, 그 열려진 틈 사이로 타인의 삶의 무게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인생의 정답은 교과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없고, 모두 다 답은 다르기에 한번쯤 자신의 인생 좌표에 빗대어 선을 그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보리암. 부처와 관련해서 많이 나오는 암자. 절벽 위에 고즈넉하게 제비집처럼 달려 있는 절. 주차장에서 입구는 두 사람이 교행하기에는 다소 힘들었다. 그 좁다고 생각하는 절에 마당이 있었다. 우리들은 그 대웅전 마당에서 탁 트인 담양호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구름이 걷혀진 틈 사이로 햇살이 비춰서 호수는 십자가를 그리며 나타난다. 그리고 건너편의 강천산이 다가온다. 내 주위의 분들이 지난 주 강천산을 다녀와서 좋았다고 하더니 바로 저곳이라니 가보지 않는 것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그러나 행복은 없는 것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손 안에 있는 것으로 즐거워하고 행복해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내려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보리암을 돌아 상봉으로 향하는 길은 나무 계단이 만만찮았다. 앞 사람의 발 뒤꿈치가 내 코를 칠 것 같은 가파른 계단을 난간을 잡고 오른다. 보리암 산 정상에 서서 한 컷을 한다고 다른 시도에서 온 일행들과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모두 인증 샷을 남긴다고 부산하다. 이제 능선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배고픔으로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음을 느끼게 한다.

 

  한 능선에 자리를 잡아서 먹거리를 펼친다. 자리를 깔고 앉는다. 계란부침을 하느라 잠을 설쳤다는 윤슬님이 건네는 맥주 한 잔의 짜릿함이 온 전신에 전해져 온다. 또 흔적님 젓갈은 감치는 맛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고갈비를 산에서 먹는 맛이란 조금 색달랐다. 비가 올까 며칠 전부터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스럽게 부산에서의 먹구름도 이곳에서는 화창한 날씨로 변해 있어 참 좋은 시간인 것 같다.

 

    점심을 먹기가 무섭게 주섬주섬 소리 없이 찬통을 챙기기 시작한다. 억새가 노래하는 능선을 지나 추월산 정상에 오르니, 정말 인증 샷 한 장을 찍는다고 어느 때보다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얼추 오늘 추월산을 찾아 온 산행인들이 1,000여 명이 넘는 것 같다. 관광버스 10여 대에 승용차만 하더라도 주차장에 그득하고, 산 어디를 가나 산꾼으로 발 디딜 틈이 없으니 말이다.

 

  추월산을 조금 돌아 나와 월계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선다. 여자 회원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회원들은 월계리 하산 길을 택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수리봉과 복리암 마을 쪽으로 간 사람도 제법 있었다. 나는 일주일 전의 지리산 뱀사골의 기억을 떠올리며 월계리 코스로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늦어져 일행들에게 폐를 끼쳤는데, 오늘도 그렇게 된다면 면목이 서지 않아서 월계리 코스를 택했다.

 

    생각보다 하산 길은 가파랐지만, 산 중턱 아래에서는 갈색 낙엽길을 걸을 수 있어서 좋았고, 나 혼자만의 여유 있는 걸음걸이를 걸어서 기분이 상쾌했다. 모두 썰물처럼 한 번에 다 내려간 다음, 정적이 간간히 흐르면서 산을 올라오는 다른 산행인과 마추쳤다. 냇물은 졸졸 소리를 내고 덩굴나무들은 터널을 만들어 주어 한 여름이었으면 운치가 더 있었을 거라고 헤아려 본다. 마을 가까이의 냇가에서 두 모녀 중 어머니가 세수를 하고 있다. 이번 산행에서는 그렇게 지치지 않은 모습이다.

 

  월계리 마을을 지나 주차장으로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10여 분 걸어 와 버스에 배낭을 내려 놓고 담양호를 걷기로 했다. 이번 산행의 덤인 코스로 나무다리를 건너 건너편으로 가서 호반을 거닐어 본다. 오늘 걸은 산 능선의 실루엣이 펼쳐지고, 주차장 인근의 집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가 시골의 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나에게 찾아 온 자유의 시간, 그리고 평안함, 분주한 시간에서 일탈하여 느껴보는 한 웅큼의 행복이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호반 길을 따라 아이 딸린 부부는 유모차를 끌며 오고 있었고, 중년의 부부는 뭔가 우수에 젖은 마음으로 산책을 한다. 이 가을, 어느 낯선 곳에서 평화를 찾아 본다. 무엇을 위해서 아등바등 하며 인생길을 달려 왔던가? 오늘의 인생 쉼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온다.

 

  돌아오는 호반의 길옆에서 장미가 빨갛게 철도 모르게 드문드문 피어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있을까? 피어야 할 때가 있고 져야 할 때가 있는데, 왜 그 장미들은 빨갛게 피어 있을까? 그 모습은 늙지 않으려고 인생을 구가하며 몸부림치는 우리 모습들을 보는 것만 같다.

 

  달려오는 차량에 아랑곳 하지 않고 메타세콰이어길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맛본다. 그리고 갈대가 허옇게 저녁시간의 머릿결을 휘날릴 때 우리 인생의 머리에도 허연 서리가 내리고 있음을 느낀다. 이 가을은 그렇게 해서 우리의 곁을 떠나가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그 허리 꺽어지는 가을 바람소리를 들으며 차에 오른다. 달려 할 길이 있는 인생이기에 마음을 열어 준 일행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행복의 순간은 누군가가 나에게 그냥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 내 미소가 포개어질 때, 그리고 마음의 주파수가 공감할 때에 증폭되어 나타난다.

 

  이번 산행에서 애절한 나무들의 사랑하는 모습, 그 연리목을 보았다. 사랑은 꼭 입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함께 부대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임을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연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

 

*산행지도

 

*산행사진 

 

 

 

 

 

 

 

 

 

 

 

 

 

 

 

 

 

 

 

 

 

 

 

 

 

 

 

 

 

 

 

 

 

 

 

 

 

 

 

 

 

 

 

 

*아래 세 사진은 애뜻한 연리목입니다. 즐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