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해남 두륜산(703m)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2. 11. 26. 17:04

*산행일시: 2012. 11. 24(토) 흐림

*산행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32명과 함께

 

*산행코스: 오소재(11:48)-오심재(12:23)-헬기장(12:41)-노승봉(682m)(13:06)-두련산(가련봉 703m)(13:25)-만일재(13:50/휴식 30분))-두륜봉(627m)(14:45)-진불암(403m)(15:20)-표충사/대흥사(15:57)-피안교(16:14)-대흥사 주차장(16:22)(산행시간 4시간 30분, 점심 30분 및 휴식 20분 포함)

 

*산행 tip:

두륜산 산행공지를 2주일간에 걸쳐 했지만, 참석 댓글이 생각보다 저조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러다가 인원수 부족으로 못가는 것은 아닌지 다소 걱정이 앞섰다. 나에게는 늘 토요일은 만사를 제쳐두고 산행하는 날로 잡아 두었기에. 다행히 하루 전까지 해서 30명이라는 인원이 거의 채워지는 듯 했다.

 

늘 출발은 운해대장님의 꼼꼼한 출석 챙기기로 시작되는데, 당일 교대역 한양 아파트 앞에서 대흥사 절에 가는 아줌마 7명을 태웠다. 그런데 정작 우리 일행 둘을 놓쳐 그들이 택시를 타고 오는 시간 6~7분 동안 세연정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해남까지의 길은 4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시간이라 다소 체력과 인내를 요했다. 여행이 그러하듯 차장에 비치는 풍경의 변화가 있으면 좋으련만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어 다소 밋밋했다. 드디어 해남 오소재의 약수터에 11시 44분에 도착했다. 일행은 스틱을 준비하고 옷가지와 배낭을 챙기며 이런저런 채비로 분주했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털보산악회가 우리와 거의 동시에 도착을 하는 바람에 우리팀이 상견례를 할 시간도 없고 몸을 풀 여유조차도 없었다.

 

다행히 오심재까지 35분여 오르막길은 대체로 완만하여 워밍업하기에 아주 좋았다. 우리 산행팀이 털보산악회에 비해 1~2분 앞서 출발했건만 저쪽에서 온 산행팀이 우리 팀을 앞지른다고 뒤엉켜 다소 혼란스러웠다. 멀리서 왔기에 갈 길을 생각하여 걸음을 재촉해야 했기에 마음의 조급함이 엿보였다.

 

오심재에에서 도착하니 썰렁한 공간이 나타나며 세찬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래도 오소재에서 오심재까지는 아주 여유를 부리며 ‘이쯤이야!’하고 휘파람을 불고 올라왔는데, 조금 세찬 바람에 모두들 온몸을 추스린다고 야단법석이다. 오심재에서 암봉의 노승봉(682m)을 올려다보니 숨이 떨꺽 멈춰서는 것 같았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버티고 서서 ‘올라 올려면 와 봐라’고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그 위용에 압도되었다.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일행은 오심재에서 삼삼오오 짝을 맞춰 올라갔는지 보이지 않고 털보산악회에 휩쓸려 올라가고 있었다. 오심재에서 노승봉 중간의 헬기장까지는 경사가 심해서 17~18분여를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갔다.

 

갑자기 펑퍼짐한 공간이 나타났는데 헬기장이었다. 일행중 먼저 온 사람 중 누군가가 나눠주는 사과 2~3쪽을 얻어먹고 기운을 차려본다. 아마 오늘 산세로 보아서는 단체 사진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틈만 나면 한 컷을 해댄다. 이제 그 헬기장에서 노승봉 암봉 아래를 왼쪽으로 휘감아 오르려는데 털보산악회가 뒤엉켜 70여 명이 통천문(?)을 통과하려니 병목현상이 벌어졌다. 불과 4~5미터의 밧줄을 타고 그 암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대기시간이 10분여 걸리는 것 같았다. 북서풍이 매몰차게 휘몰아치는 가운데 꾼들은 모자를 눌러쓰고 몸을 추슬러본다. 그 통천문(?)은 노승봉으로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다.

 

그 암문을 지나면 바로 노승봉(능허대 682m)이 나타나고, 사방팔방이 눈 아래 펼쳐진다. 너른 해남 평야와 완도가 눈 아래로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고계봉 바로 위의 케이블카 승강장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 일행은 그 노승봉 위에서 둘씩 셋씩 선남선녀가 되어 인증 샷을 날린다.

 

그런데 노승봉에서 두륜산(가련봉 703m)까지 가는 길은 암봉을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한 줄로 서서 앞서가는 일행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조금 졸여야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암벽에 발판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밧줄을 잘 잡고, 발판을 잘 디디면 그렇게 걱정할 것까지는 없었다. 위기가 있어야 잘 뭉치고 함께 하는 법. 우리 일행은 양떼처럼 옹기종기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암봉을 오르고 또 내려갔다. 사방의 시야가 잘 펼쳐져 있어서 좋았으나 호사다마라 세찬 바람에 제대로 머리를 쳐들기가 만만찮았다.

 

나무가 없고 으악새만 슬피우는 만일재에 회장님과 몇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양지바른 곳을 잡아서 세 무더기로 14명이 먹거리를 펼쳤다. 생탁 한 잔에 초고추장에 김을 싼 과메기룰 곁들이니 신선의 식사가 이보다 나을손가! 32명의 일행 중에서 후미에 남은 14명의 님들을 분석해 보니, 이 회원들은 백산 산행시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는 그래도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그러하기에 더욱 친근하고 교감하기도 나은 것 같다. 구병산과 추월산에 모녀가 함께 다니던 회원도 이제는 홀로 서기를 했는지 따님과 함께 오지 않고 혼자 산행에 참석했다.

 

산행시마다 느낀 점은 우리 백산팀의 운해대장님을 비롯한 운영진이 정말 끈끈한 우정으로 후미진까지 배려를 잘 하고 있음에 감동을 받는다. 통천문(?)으로 오를 때 해월정님은 경기도 털보 산악회원까지 손을 잡아 당겨주는 배려심을 엄청 발휘했다. 그래서 함께 점심식사를 한 사람은 두세 차례 이상 백산에 온 사람이었음을 알았다. 그렇지 못하고 먼저 하산한 사람은 1시간 전에 내려와서 버스에서 기다렸노라고 했다. 그 일행들은 처음 온 사람이거나 오랜만에 온 회원들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회장님은 무릎상태가 좋지 못해서 홀로 북암쪽으로 하산하고 나머지 일행은 두륜봉을 올랐다. 이번 산행의 압권은 두륜봉의 구름다리였다. 꽈베기를 꼬아놓은 듯한 구름다리. 사람이 만들었다면 그런 작품이 나올손가? 하나님이 만든 자연동산의 한 부분에 가슴이 찡 해 온다. 두륜봉에 올라서니 지나온 노승봉과 두륜산(가련산 703m)가 아스라이 올려다 보였다. 그리고 땅끝 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이 초가지붕 머리 모양처럼 가지런히 이어져 있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능선을 따라 쭉 걸어 내려가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인간 욕망의 전차는 어디까지 달려갈까?

우린 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서 미련이 남는다. 고교시절 프루스트의 ‘가지 않는 길’에서 배웠 듯이 우리는 그 길을 동경하며 사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산꾼들이 그처럼 가보지 않은 산을 향해서 ‘꼭 가보리라’ 하는 것은 그런 심리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런지.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산 또한 똑같은 산이 없다.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그 존재가치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힌 산일수록 어쩌면 더 큰 마력이 있어서 더 미어터지는 것 같다.

 

두륜봉에서 진불암까지의 30여 분은 너덜길의 급경사였다. 진불암에 가까이 오자 동백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진불암에서의 고목나무는 200살은 족히 되어 보였다. 진불암에서 10여분 숨고르기를 했다. 진불암에서 대흥사까지의 오솔길은 완만하고 낙엽도 깔려 있어 가을의 운치가 있었다. 이어서 대흥사 위의 표충사 주위에는 지기 싫어하는 단풍이 우릴 반겼다. 국토 땅끝 마을에서 아직 단풍은 가을의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단풍의 매무새에 흠뻑 젖어 본다. 이 대자연의 향연 앞에 늘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누구랄 것도 없이 너도 나도 한 마음이 된다. 마음이 그 단풍에 다 빼앗겼다.

 

대흥사의 일주문 옆을 지나고 피안교를 건너니 1박 2일의 촬영장이고 숙소였던 유선여관이 왼쪽에 나타났다. 일행은 동백숲이 오른쪽 길옆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는데,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 정신 나간 개나리가 피어있었다. 어지러운 세상에 그네들도 혼이 빠졌나. 아님 백산님들에게 보여주려고 오늘만 피어 있는 걸까?

 

먼저 온 일행은 1시간 먼저 와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저녁식사 준비는 여자 회원님들이 조금 고생을 했다. 식사는 버스 두 대 사이에서 시락국과 밥으로 간단히 했다. 그런데 식사 도중에 바람을 막아주던 다른 관광버스 한 대가 가버리는 바람에 황당스럽게 벌벌 떨며 시락국을 한 술 떴다. 그래도 마음 맞는 이들과의 동행이 즐거운 하루였다. 간단한 식사 덕택에 부산에는 4시간만에 도착했다. 백산과 함께 하는 하루는 늘 즐겁고 기대가 된다. 그러하기에 무턱대고 따라 나서본다. 이번 산행도 마음의 주파수가 맞는 일행과 함께 하고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되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한 주일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백산의 운영진과 일행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