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달음산(588m)-천마산(418m)-함박산(457m)-아홉산(361m)-일광산(385m)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2. 12. 3. 16:33

*산행일시: 2012. 12.1(토), 흐림

*산행코스: 좌천역(09:55)-광산마을(10:17)-월음재(10:58)-산불초소(11:18)-달음산(588m)(11:34)-384봉(12:36)-천마산(418m)(13:00)-함박산(457m)(13:25)-체육공원(13:44)-아홉산(361m)(14:31)-바람재(15:45)-일광산(385m)(15:46)-교리성당(14:35)

*산행거리: 약 17km

*산행시간: 6시간 40분(점심 25분+휴식 25분 포함)

 

*교통: 부전역에서 09:05분 무궁화 열차/ 좌천역 09:49분 도착

 

*산행 tip: 이 코스는 다소 낮은 산이라 깔보기 쉬우나 다섯 개의 산을 반시계 방향의 타원형으로 한 바퀴 도는 데는 다소 체력적인 안배가 필요하다. 그러나 체력이 부족해지면 사잇길로 빠지는 코스가 있기에 나름대로 코스를 택하면 된다. 이 산행에서 운치가 있는 것은 달음산과 일광산에서 바라보는 일광과 기장의 파란 바다는 가슴을 탁 틔게 해 준다.

 

전체적인 산행 개요는 달음산 주봉을 거쳐 천마산, 함박산, 그리고 체육공원까지의 산행길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푹신푹신한 낙엽길이라 콧노래를 부를만 하다. 체육공원 부근부터는 임도를 따라 아홉산 아래까지 간 후 아홉산 정상을 올라 바람재를 거쳐 일광산을 오르면 6시간 40여 분의 대략적인 산행은 거의 끝이 난다.

 

당일 아침 08시 35분경 부전역에 도착을 하여 기차표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피네님이 내 앞에서 먼저 표를 사고 돌아본다. 산행시 몇 번 본지라 반갑다. 얼굴이 참 편안한 느낌을 준다. 조금 있으니 영원한부산님, 부용님, 형제님, 햇살님, 산하님, 갈바람님, 미주님, 마지막으로 태영님이 나타났다. 부전역에서 나타나지 않은 서희님 때문에 피네님은 목을 빼서 이리저리 찾아본다. 영원한부산님은 백산 홈피에 들어가 인원을 체크하고, 피네님은 폰을 뒤적거려 본다. 그러나 이름은 본명으로 저장되어 있어 닉네임밖에 모르니 수중의 99마리의 양보다 1마리의 잃은 양에 더 신경을 곤두세워 열차에 앉아서도 피네님 마음은 플랫폼으로 향해 있다.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은 서희님은 그 마음을 알련지......

 

오랜만에 열차로 여행을 해 보는 맛도 괜찮았다. 도심은 빌딩숲을 이루고 있지만 기찻길 옆은 아직 정비가 덜 된 탓으로 20~30년 전이나 그렇게 변함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동래역에서 윤슬님과 두메님이 타고, 해운대역에서 정은님이 올랐다. 부전역에서 좌천역까지 45분여의 짧은 거리였지만 여수에 젖게 하는 기차여행이었다.

 

촤천역에서 즐거운산행님의 인솔 하에 역 앞에서 통성명을 했다. 좌천역에서 좌천초등학교을 지나 광산마을까지 20여 분간 포장도로를 따라 갔다. 늦가을이라 도로 옆의 밭에는 배추가 심어져 있고, 산 아래에는 억새가 허옇게 나부끼고 있었다. 정은님과 윤슬님은 등산 안내판을 배경을 한 컷을 했다. 이제 산행 들머리는 마을 조금 위에서 시작된다.

 

들머리를 조금 지나 올라가서 몸이 달아올라 일행은 옷 채비를 다시 한다. 나무다리를 지나니 측백나무들이 시원스레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올라 있다. 월음산 바로 위의 월음재 능선까지 40여 분은 조금 벅찬 경사가 이어져 땀깨나 흘려야 했다. 그런데 우리 일행 뒤에 따라오는 아줌마 두 사람이 있었다. 내가 일행의 맨 후미를 따라가고 있는데, 이 두 명의 아줌마 중에 한 명이 들머리에 10여 분 정도 올라가고 있을 때 “정상은 다 되어 갑니꺼?” 하고 물었다. 아니, 이제 막 걷기 시작했는데, 벌써 정상 이바구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이야기했더니 기가 죽은 표정이다. 그 가파른 경삿길을 따라 오느라 그 아줌마는 힘에 부치는지 몇 발자국을 뗄 때마다 쉬었다. 월음재 능선까지 그 일행 중 아줌마 한 명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얼른 우리 일행에 합류를 했다. 1년에 한두 번 연례행사로 산행을 하는 사람 옆에 있다가 물귀신이 될지 몰라서.

 

월음재 능선에 올라서니 우리 일행들이 한 숨을 돌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산불초소까지 완만한 코스를 올라 잠시 쉬면서 일행 중 누군가 감을 꺼냈다. 내려다보는 일광 바다가 시원스럽게 다가왔다. 달음산 정상 아래의 바위 절벽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났다. 두세 차례 달음산에 왔었는데, 한 번은 원효사에서 다른 한 번은 옥정사 쪽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정상 아래의 철계단을 보지 못했는데, 지은 지가 9년이 넘었다는데 오늘에야 올라가는 것이었다. 정상 부근에서 초딩, 중딩, 고딩, 어른 할 것 없이 30~40여 명이 뒤엉켜 자갈치 시장을 방불케 했다. 그 작년 여름에 왔을 때에는 이 정상에서 <아이스하드>를 팔고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장사치는 안 보였다. 우리 일행은 많은 사람들을 제쳐놓고 얼른 한 컷을 했다.

 

인증 샷을 하고 돌아서 보니 일행들은 이미 천마산을 향해 가고 태영님과 윤슬님이 뒤쳐져 걷고 있었다. 내리막길이라 힘이 덜 들었지만 갈잎이 깔린 길들이라 미끄러웠다.

 

천마산 가기 전의 384봉 아래에서 영원한부산님이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지라 허기가 져서 초콜릿을 먹으며 잠시 쉬고 있노라고 했다. 합류해서 배낭을 내려놓으니 윤슬님이 호박떡을 한 조각 내어놓았다. 시장이 반찬인데다 정말 그 떡이 맛이 있어서 게눈 감추듯 후다닥 해치웠다. 384봉에 도착하니 일행들은 점심식사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정은님은 소주 파트너가 없다고 아쉬워하니 즐거운산행님이 한 잔을 대작했다. 산 정상이라 바람은 조금 세차게 불어도 우리의 정감을 이기지는 못했다. 한두 잔의 알콜이라도 들어가니 정은님은 아홉산까지 내내 기분이 좋아서 화명동의 해곤님과 죽이 잘 맞아 우리 일행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었다. 천마산에서 체육공원 가기까지 내리막길이었다. 체육공원에서부터 아홉산 아래까지는 임도를 따라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산행 중에서 다함께 얘기를 할 수 있어서 가장 즐거운 산행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이번 코스는 얕으막한 산이지만 정상을 오른 뒤 다시 산허리 아래로 내려와서 또다시 정상을 올라가야 하기에 많은 체력을 요했다. 임도를 따라 가다가 361m의 아홉산을 오를 때에는 젖 먹던 힘까지 다 소진할 정도였다. 정은님도 지쳐서 뒤로 쳐질 때 해곤님의 번개(?)의 힘으로 천천히 올랐다. 그 힘들고 피곤한 여정 속에서도 맘껏 웃고 떠들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바람재를 지나 10여 분의 오르막길을 정은님, 해곤님과 함께 올라 일광산에 도착했을 때 우리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기장 앞바다가 우리를 안아 주었다. 앞서 내려간 사람들은 못 보았을 수도 있지만, 기장 바닷가에 무지개가 하늘의 구름과 닿아 있었다. 피네님, 갈바람님, 윤슬님이 그 무지개를 보고 감탄을 했다. 백두사까지 내려오기까지 그 무지개는 서서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게다가 갈바람님이 싸락눈 떨어지는 것까지 보라고 두 팔을 저으니 어찌 기분이 고조되지 않을손가!

 

산행은 일광산을 내려와 백두사 옆을 지나 기장의 교리 성당에서 끝이 났을 때 빗방울은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다. 영원한부산님과 친구분, 두메님, 그리고 나를 제외한 다른 13명은 뒤풀이를 위해 함께 가고,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안평에서 4호선을 갈아타고 부산으로 왔다.

 

무엇보다 이번 산행에서 소주잔이 한 순배 돌면 기분이 업 되어 분위기를 풍선만큼 부풀리는 정은님, 거기에 장구 치듯 잘 맞추어 주는 해곤님, 늘 사랑으로 일행을 보살펴 준 피네님, 건빵으로 군대 향수를 불러일으킨 태영님, 산행 내내 교장 선생님처럼 과묵하게 함께 한 영원한부산님, 부부애를 과시한 부용님과 형제님, 자상하고 배려심 많고 잘 챙겨주는 윤슬님,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듬직하여 맏형과 같은 느낌의 갈바람님, 해병대 훈련조교와 같은 즐거운산행님, 얘기를 별로 해보지 않은 햇살님, 산하님, 미주님, 두메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잎이 말라버리고 떨어져버린 산 속에서 인간 냄새를 풍기며 함께 한 일행이 있기에 그 받은 은헤와 정감으로 한 주일을 또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들은 겨울나기를 위해 모두 옷을 벗어버리지만 우린 칭칭 동여맨다. 때론 혹독한 세상살이에 움켜쥐려고만 하다 보니 쾌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저 나무들처럼 떨쳐버릴 것은 떨쳐버려서 세상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 것임을 느끼고 온 하루였다. 또 산에서는 남 앞에 내세울 것 없기에 우리의 맘이 더욱 자연을 닮아가며 순수해지기에 우리 자신들이 진솔해져 가는 것은 아닐까?

 

번개산행이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인간 세상사에는 윤활유(?)가 조금 쳐져야 활기차고 재미가 나는 것임을 느끼게 하는 하루였다. 주말의 다른 약속으로 뒤풀이에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늘 아쉬움이 있어야 발전이 있기에 이번 주말 산행을 기대해 본다.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