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백두산(354m)-장척산(531m)-까치산(342m)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2. 12. 11. 11:40

*백두산(354m)-장척산(531m)-까치산(342m) 산행기

 

*산행일시: 2012. 12. 8(토). 흐림

*누구랑: 부산백산산악회 회원 12명(운해, 피네, 태영, 한사랑, 와석, 시골사람과 짝지, 민첩거북이와 토끼, 형제와 부용, 부산갈매기)

 

*산행코스:김해대동초등(09:32)-체육시설(10:04)-백두산(354m: 10:30)-475봉(12:12)-481봉(12:40)-장척산(531m:13:59)-임도(14:23)-까치산(342m: 16:14)-시례마을 입구(17:10)

*산행시간: 7시간 40분(점심 20분 및 휴식 40분 포함/ 후미 기준)

 

*산행 tip: 이번 번개산행은 부산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순백의 설경 산행에 자그마치 7시간 40분이라는 번개 산행치고는 아주 여유로움(?)이 넘치는 올망졸망 36개의 봉우리(?)(지도상에 나오는 봉우리만 대략 20여 개)를 오르내리는 지구력을 요하는 산행이었다. 부산 사람들은 진눈깨비에도 벌벌 기는데, 눈길을 걸었으니 사지가 어찌 아등바등 하지 않았으랴.

 

남군자산 산행이 갑자기 하루 전 그것도 오후에 취소되는 바람에 나름대로의 기대와 고대가 허무하게 눈사태 나듯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뀡 대신 닭이라, 시간은 잡을 수 없으나 건강은 확실하게 책임져 주는 백산 산악회의 번개 산행이기에 참가하기로 맘을 먹었다. 전날 저녁 버스 시간을 체크해 보니 구포역을 지나는 125번 버스가 대동초교까지 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 버스는 30분에 한 대 배차되기에 시간을 잘 맞춰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09:00시까지 와야 될 거라고 번개공지에 댓글을 달았더니 일행은 칼 같이 9시 정각까지 12명 전원이 도착했다. 구포역에서 09:12분 125번 버스를 타고 10분쯤 가서 대동초교 앞에서 내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한사랑님이 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일행은 운동장 동쪽 향나무 아래에서 운해대장님이 ‘몸 풀기를 하고 있으라’ 하여 열심히 워밍업을 했다.

 

한사랑님이 얼마 안 있어 동참하여 09:32분 학교를 출발했다. 초등학교의 등산로에서 시작하자마자 하얀 눈을 살포시 밟으니 기분이 아주 색달랐다. 부산에서 느끼지 못한 기분이 이번 겨울 처음으로 느껴졌다. 코스는 체육시설까지는 대체로 완만하였다. 민첩거북이님과 토끼님이 후미에 힘겹게 올라갔다. 사연인즉 거북이님은 지난 밤에 당직이라 아침을 먹지 못했고, 토끼님은 아예 아침을 먹지 않고 왔었다. 어쩌면 아주 가벼운 산행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들머리에서 30여 분 채 못가서 체육시설과 정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배트민턴 코트에는 하얗게 눈이 소복하게 깔려 있었다. 부산 사람 아니라 할까 봐 부용님은 동심으로 돌아가 눈을 손에 쥐고 우리 일행을 향해 눈가루를 날렸다. 그리고 시골사람님은 눈을 뭉쳐보기도 했다. 눈이 덮인 한뼘 되는 운동장에서 일행은 시간을 멈춰 세우며 한 컷을 했다. 그 순백의 아름다움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자 누가 있겠는가. 어릴 때의 동심으로 되돌아갔던 것이다.

 

 10분쯤 측백나무가 듬성등성 서 있는 경사를 따라 올라 능선의 쉼터에 도착하니 먼저 온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백두산(354m)을 올라야 하는데 비탈면에 눈이 하얗게 덮여 있어서 만만하지가 않았다. 백두산에 오른 일행은 낙동강과 화명동 시가지, 화명대교, 구포, 그리고 대저평야를 내려다보며 흘러간 세월의 향수에 젖었다. 백두산 표지석을 배경으로 산불감시원에게 순간을 붙들어 매어 달라고 하여 한 컷을 남겼다.

 

백두산은 정면 남쪽에서 올라가야 시간이 단축되는데, 눈이 온데다 지도상에도 북쪽에서 올라가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어 북쪽에서 올라 다시 내려와야 하기에 5~6분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 이제 475봉까지는 줄곧 올랐다 내려가는 올망졸망한 봉우리를 시소 타듯이 오르내리는 코스인데, 중간쯤 갔을 때 앞서 간 다른 누군가가 눈사람을 무덤 뒤에 세워놓았다. 그 순간을 놓칠세라 동심이 작동하여 태영님, 피네님이 눈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언제나 자연은 이처럼 사람을 순수하고 모든 것을 비우게 하는 것 같은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이제 475봉에서 481봉으로 가려면 150여 미터를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경사면을 따라 눈이 엄청 덮여 있다는 것이다. 앞서 내려간 일행이 20여 미터를 내려가다 벌렁 나자빠졌다. 한바탕 웃음소리가 싸늘한 골짜기를 달궜다. 그러길 바로 후미에서 또 민첩거북이님이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행여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해서 안부까지 내려와 이제는 481봉을 향하여 20여 분을 올라간다. 중턱 정도 올라가는데 간밤에 누었는지 멧돼지의 배설물이 있었고, 발자국도 있었다. 산행 때마다 후미는 내가 맡아 놓고 했는데, 오늘은 토끼님과 거북이님, 와석님이 후미를 맡아주니 부담이 조금 덜 되었다.

 

 481봉에 도착하니 먼저 온 일행 8명이 식사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식사 자리를 펼쳐 놓은 그 위에 후미의 우리 네 명은 먹거리를 꺼냈다. 공기는 차가워 코끝은 싸늘했지만, 앉자마자 건네주는 집에서 가져온 형제님의 매실주가 뱃속을 짜르르 타고 내려갔다. 이어서 태영님이 건네주는 따뜻한 시락국에 온몸이 더워지고 피네님이 주는 식후의 커피 한 잔의 정감에 에너지가 충전되어 신선의 식사시간이 되었다.

 

백산의 점심시간은 자리를 깔고 앉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식사 후 일어설 때는 가자는 말이 필요 없다. 커피나 아님 과일을 다 먹었다 싶으면 소리 소문 없이 배낭에 집어넣고 일어서버리는 것이다. 암튼 배낭을 챙긴 일행은 이제 장척산(531m)을 향하여 가는데, 골짜기를 15여 분 내려갔다가 다시 20여 분을 올라 봉우리 한 개를 넘어서 장척산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려갈 때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올라갈 때는 배를 채운 탓에 씩씩거릴 수밖에 없는데 후미의 거북이님과 와석님은 조금 힘겨운 걸음걸이다. 거북이님의 짝지인 토끼님은 점심을 먹고 난 후 힘이 솟구치는지 앞서 걷는데, 거북이님의 눈치가 보이는지 뒤를 내려다본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의 배려와 관심이 아닐까.

 

장척산에 도착하니 앞서 간 일행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척산>이라고 쓰인 정상 표지판 아래에 <윤슬>이라는 이름이 적어 있기에 일행은 우리 백산 회원의 윤슬님이 아닌가라고 이런저런 이바구를 했다(아직 윤슬님에게서 정확한 멘트는 없으니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체크해 보기로는 토요웰빙 산악회의 산행대장 닉네임이 윤슬이었는데....). 그 장척산 정상에서 웃음꽃을 만발하게 피우며 452봉을 거쳐 임도까지 20여 분을 내려갔다.

 

 임도에 먼저 도착한 일행은 후미의 거북이님에게 앞으로 가야 할 코스에 대해서 임도로 갈 것인지, 아님 계획한 바대로 까치산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물었다. 일행은 거북이님에게 코스 선택을 일임했다. 거북이님은 예정 코스로 가자고 했다. 자신은 다소 몸이 안 따라 주지만 일행 전체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맘도 엿보였다. 임도를 지나 10여 분쯤 가서 갑자기 3~4미터의 암벽이 나타났는데 눈이 덮여 있어서 조금 힘이 들었다. 그런 탓인지 후미에서 오는 거북이님과 와석님이 오기를 능성이에 올라 일행은 조금 기다려야 했다.

 

이제는 올망졸망 보이는 십여 개의 봉우리를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까치산 가기 전에 암벽이 나타나 다소 힘이 들었다. 283봉 암능 위에서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남겼다. 드디어 까치산(342m)까지 왔다. 먼저 온 일행이 후미조를 위해서 사진을 찍어주고, 또 휭 하니 사라져버렸다. 거의 다 왔나 싶었지만 서너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 했다. 까마귀는 떼거리를 몰려다니며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우리에게 까악까악 해댄다.

 

마지막 281봉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너덜길이라 미끄럽고 힘이 들었다. 공동묘지를 지나 시례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먼저 온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하여 후미 기준으로 7시간 40여 분에 이르는 대장정은 끝이 났다. 눈을 밟고 설경 속에 산행하는 것은 좋았으나 눈에 젬병인 부산 사람들에게는 힘겹고 지친 하루였다. 그 피로를 풀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구포시장으로 달려가 장터국밥에 소주, 맥주, 막걸리로 피로연이 열렸다. 지나온 산봉우리를 얘기하며 웃음꽃이 피었다. 태영님이 한 방 쏘았고, 덕분에 공짜로 먹는 저녁식사는 인생 8만끼 중에서 가장 소중한 식사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번개산행. 운해대장님이야 노심초사했겠지만 그 배려와 사랑이 우리 백산인의 우정을 더욱 살찌게 하는 것 같다. 누군가의 헌신이 있었기에 더 멋지고 활기차고 희망이 샘솟는 것이 아닐까? 백산에 오면 세월은 잡아 주지 못하지만 건강 하나만은 확실하게 잡아준다. 우리 후미조의 민첩거북이님이 더욱 민첩해지는 그날까지 백산의 산행은 계속될 것이다. 함께 한 열한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산행지도: 국제신문 참조(산행은 화살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함)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