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가덕도 연대봉 산행기(성북-강금봉-응봉산-매봉-어음포-연대봉-대항고개-천성

부산갈매기88 2013. 1. 22. 15:50

*산행일시: 2013. 1. 19(토), 갬

*함께 한 사람: 부산 백산산악회 17명(토끼, 거북이, 태영, 산들바람, 한사랑, 서희, 현진, 종현, 햇띵구, 해월정, 갈바람, 혜영, 여니아. 와석, 핑크, 파키라, 부산갈매기)

 

*산행코스: 가덕성북동(10:10)-동선새바지 산불초소(10:35)-강금봉-응봉산 전망대(11:30/휴식 10분)-응봉산(11:48)-누릉령-332봉(12:33/점심 30분)-매봉(13:10)-어음포 산불초소(13:29)-연대봉(13:57/휴식 20분)-대항고개(14:52)-천성 버스정류장(15:30)

*산행시간: 쉬엄쉬엄 5시간 20분(점심 30분, 휴식 40분 포함)

 

*산행 tip: 번개산행에 놀랍게도 17명이 참석했다. 부산역 맞은편 홍콩반점 앞 8시 반경에 갈바람님을 만나고, 현진님, 서희님, 토끼님, 거북이님, 산들바람님, 여니아님, 혜영님 등 12명이 편의점 안에서 만났다. 편의점 안은 우리 일행으로 북적거렸다. 520번 버스 오는 시간을 고려하여 정류소에서 줄을 서서 타니, 우리 일행들이 버스를 전세 낸 듯이 대부분의 좌석을 차지했다.

 

낙동초교 앞에서 핑크님이 버스에 오르고, 신평역에서 햇띵구님과 종현님이 승차를 했다. 가덕도 성북마을에 도착하니 한사랑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와석님이 선창버스정류장에 내렸는데,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와석님이 오기를 기다리며 일행들은 파평 윤씨 묘지와 동선마을 표지석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행복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와석님이 도착했다. 10여 분 되는 거리를 뛰어서 온 것이었다.

 

일행들은 솔섬 옆의 갈대밭 옆을 가로질러 동선새바지의 산행 들머리로 향했다. 솔섬의 연안 해역은 혹독한 추위로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갈대밭에서 새들은 불청객들의 방문에 화들짝 놀라 여기저기 숨는다고 야단법석이고, 일행들은 그 멋진 장면을 놓칠세라 웃음꽃을 휘날리며 어깨를 마주해본다. 논 사이의 포장도로를 따라 들머리에서 산불감시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출입대장에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을 하라고 했다. 잠시 그곳에서 한숨을 돌리고 10여 분 정도 경사면을 올랐다. 200여 미터 안 되는 강금봉 능선이지만 해면에서부터 걸어 올라가기에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다. 들머리 시작하자마자 사면이 가파른 탓에 일행의 숨이 조금 헐떡거려지며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능선 바로 아래의 전망바위에서 잠시 멈춰 북쪽의 눌차도를 배경으로 한 컷씩을 한다. 3~4분 더 올라가 능선에 올라서서 땀을 훔쳐본다. 몸이 더운지 배낭을 뒤적거리며 몸 채비를 다시 하는 일행도 있다. 이제 국수봉이 아래로 보이고 모래톱인 진우도, 신자도, 장자도가 보인다. 그리고 저멀리 명지 신거주 단지의 아파트가 보인다.

폐초소를 지나면서 이제는 약간 얕으막한 능선을 쭉 따라가면 되기에 한결 수월하다. 지난해 몸이 좋지 않았을 때 대여섯 번의 산행을 한 기억이 있기에 이 코스는 훤 하게 잘 안다. 이 코스는 무엇보다 겨울 산행의 별미로 산책로도 좋고, 게다가 가족과 함께 걸어도 부담이 덜 되는 산행길이다. 중간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지는 길이 있기에 자신의 역량만큼 걷다가 해안도로를 걷고 싶다면 산에서 내려서면 되고, 또 산길을 걷고 싶다면 다시 올라서면 된다.

 

산은 높지 않기에 일행들도 여유가 넘쳤다. 다른 산행 때 같으면 내가 늘 후미에서 지정거리며 걸었는데, 내가 선두에 서서 앞길을 헤쳐가다 보니 그 진행에 신경이 다소 집중되어졌다. 내 뒤에는 한사랑님과 토끼님이 따라온다. 봄날처럼 포근한 날씨 속에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옥빛으로 물들어 있는데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함께 걸어보니 정말 기분이 상쾌했다.

 

응봉산 가기 전 전망바위 위에 올라섰다. 가덕도 종주 코스 중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전망바위이다. 동쪽 바로 발 아래에는 부전기도원이 있고, 그 앞 해안에는 두 개의 자루 그물이 나비모양으로 설치되어 있다. 일행 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저게 무어냐?”고. 부산에 살면서 그런 그물은 못 보았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그물이 쳐진 곳에서 1백여 미터 앞에는 김 양식장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낙동강 명지 김은 국내에서도 알아 준다. 그 낙동강 하구역은 영양염류가 풍부하여 김 발육이 좋아서 김 맛도 좋다. 그곳에서는 완연하게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서쪽으로 눌차대교와 신항의 모습도 보이고, 남쪽으로는 연대봉 아래 봉화대처럼 생긴 암벽이 실루엣으로 나타난다.

 

그 전망 바위 중 남쪽에 위치한 넓은 공간에 일행들이 다 올라섰다. 맑은 공기, 파아란 하늘, 사방팔방이 훤히 보이는 곳에서 내려다보는 자연 풍광에 겨울 속의 신선이 따로 없었다. 그냥 함께 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날아갈 듯 한 것이다. 햇띵구님의 바위 위를 비상하는 폼은 백만 불 짜리였고, 산들바람님과 여니아님의 전망 바위에 선 모습은 한 마리의 학이 내려앉은 모습이었다. 세상의 근심과 걱정은 다 날아가고 17명은 20여 미터의 암벽 위에서 한 덩어리가 되었다. 어느 방향을 잡아 사진을 찍든 감동을 주는 곳. 그러하기에 일행은 더 머무르고 싶어 했다.

 

그 전망바위를 내려오면 바로 동굴로 들어가 아래로 내려오게 된다. 머리를 수그려야 하는데 조금 치켜들다가는 머리를 쳐박게 된다. 동굴을 다 내려 왔다 싶었는데 방심하다가 그만 머리를 받쳤다. “어이쿠!” 머리가 우리하게 아파온다. 내 뒤를 따르던 여니아님이 동굴을 빠져나와 일어선다. 그동안 몸이 안 좋아 고생을 하던 여니아님도 오늘은 걷기가 한결 나은 편인가 보다. 억만 금보다는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파 본 사람은 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건강. 건강할 때 건강은 지켜야 하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살다가 아파 자리에 누울 때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다.

 

동굴을 빠져나와 2~3분 지나 올라서면 응봉산(314m) 표지판이 나타난다. 일행은 거기서 한 컷을 한다고 취재 경쟁이 치열하다. 토끼님은 나무에 올라가 한 컷을 했고, 젊은 세대인 햇띵구님은 10여 미터의 암벽 위로 올라서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비상하는 모습을 취했다. 그 일행들의 웃음소리를 뒤로 남긴 채 내리막길을 15분 여 내려가 도착한 곳은 누릉령이다. 겨울이라 산불감시가 엄격하여 산불초소의 감시원들이 지켜서 있다. 먼저 수고한다고 인사를 건네니 그네들도 화답을 한다. 올해는 산불감시원이 작년의 배 정도인 것 같다. 보다 철저하게 지키자는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하여 일자리를 널린 것인지는....

 

이제 매봉으로 가기 위해 332봉으로 올라가려는데, 이번 산행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누릉령에서 완만하게 시작했건만 여자 회원님들 중에서 ‘헉!’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기사 점심시간도 다 되어 가니 배기 고플만도 하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 오르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 것 같아서 매봉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계획을 잡았다. 산 중턱쯤에 얼음에 군데군데 허연 속살을 드러내며 햇빛에 반사되었다. 뒤에 오르는 후미조의 발걸음이 다소 무겁게 보인다. 햇띵구님은 먼저 가서 라면을 끓이겠다고 앞서 갔다. 매봉(332m)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거기에는 산불 감시원이 대기 중이라고 일러주었다. 이제 332봉에 올라서니 바로 앞서 간 햇띵구님이 물을 끓이고 있었다.

 

일행들이 각자 가지고 온 손바닥 보다 조금 큰 식탁보를 길게 펼쳤다. 먹거리를 꺼낼 때의 기분,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런지. 햇띵구님이 가지고 온 생탁 1병, 한사랑님이 가져온 1년 반 숙성된 오디주, 혜영님이 밤늦게 일을 마치고 와서 밤 10시부터 2시간 고아서 만든 돼지비계묵, 그리고 일행들이 각자 다르게 가져온 반찬은 정말 맛이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솔직하고 진솔한 순간의 연출. 마음이 편한 사람끼리의 점심. 땀을 흘리고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함께 한 동지들이 마음 편하게 입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여줄 수 있는 시간. 마음이 불편하면 안 되겠지만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끼리는 흉이 아니라 사랑과 배려의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다른 사람을 생각하여 커피까지 챙겨온 여자 회원님들. 이제 커피를 마셨다는 것은 점심의 끝을 의미하는 것.

 

거기서 6~7분을 걸어서 올라간 곳은 매봉(359m)이다.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있어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감시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멀리 남서쪽으로 가덕 휴게소가 보이고, 서쪽으로 옹주봉(339m)이 우뚝 서 있고, 우리 일행이 출발한 성북마을이 북서 방향으로 보였다. 그리고 솔섬도 발 아래 멀리 나타났다. 또 우리가 동선새바지에서 강금봉, 응봉산을 거쳐 온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쉬엄쉬엄 한 걸음씩 떼였건만 참 멀리도 온 것 같다. 전망이 좋다 보니 일행은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가 않는 모습이다. 그래도 나는 천성에서의 버스 시간을 고려하여 내가 앞서 내려 간다.

 

10여 분 하산하여 도착한 곳은 어음포 산불초소인데, 거기서는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다. 화장실을 갔다 올 사람은 갔다 오고, 몸도 풀어 보기도 하고, 휴양림 간이 의자에 누워 볼 수 있다. 잠시 에너지를 충전해 본다. 연대봉까지는 1km 채 못 남았건만, 경사길을 올라가려니 여자회원들 중에서 또 ‘억’ 소리가 들린다. 대체로 완만하게 올라가다가 산중턱의 전망대가 있는 곳 바로 아래에는 계단이 나타난다. 혼자 죽자사자 오르는 것보다는 함께 얘기를 하고 웃으며 올라가니 조금 수월하게 올랐다. 전망대에서 일행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하고 독사진을 찍기도 했다.

 

연대봉의 봉화대가 나타나니 고생이 끝난 느낌이라 모두 환희의 함성을 지른다. 언제나 그러하듯 연대봉(459m) 표지석을 배경으로 일행들은 인증 샷을 찍는다고 야단법석이다. 남쪽의 국수봉이 보이고, 바로 발 아래 대항새바지 마을이 보인다. 그리고 이제 서쪽으로 보다 선명하게 가덕 휴게소가 보이고, 아스라이 거가대교를 볼 수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분위기 좋은 곳을 잡아서 포즈를 잡아 본다. 이번 산행이 쉬엄쉬엄하게 걸을 수 있는 만큼 모두 여유로움이 있는 것 같다. 버스시간에 맞춰 천성까지 도착하면 되기에.

 

일행은 연대봉 표지석과 봉화대 앞에서 단체 인증 샷을 남겼다. 다행히 다른 팀이 있어서 부탁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행복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고, 슬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의 옆에 자리만 잡아도 얼굴이 펴지는 그런 산악회가 바로 백산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제나 정상은 오래 머무를 수 없는 법. 버스시간을 재촉하여 내가 선두에 서서 하산을 했다. 연대봉에서 대항고개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후미조의 일행은 아주 느긋하게 내려 왔다. 대항고개에서 천성 버스 정류장까지는 30여 분 걸렸는데, 도착을 하니 3시 30분이었다. 내가 도착시각을 3시 40분에 맞췄는데 그보다 조금 이른 편이다. 실제 버스가 오는 시각은 3시 50분이다. 여자회원들은 천성마을에서 굴을 한 보따리씩 샀단다. 저녁식탁이 푸짐할 것 같다. 가정을 생각하는 님들의 생각이 이쁘다.

 

예정시각보다 5분 여를 지나 버스를 도착을 했고, 버스는 일행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하단역에서 내려 시장 안에 있는 추어탕 집으로 가서 뒤풀이를 했다. 종현님은 약속이 있다고 먼저 갔다. 한가하던 추어탕집이 우리 일행의 방문에 갑자기 바빠졌다. 막걸리가 없어서 슈퍼에 사러가는 것 같았다. 산행에서 못다 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막걸리가 한 순배 돌고나니 얼굴도 발가스레 해지면서 분위기는 몇 십년 지기 못지 않았다. 자신을 보일 수 있는 자리, 그리고 내 흉한 모습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지기. 동고동락을 같이 한 우정은 이렇게 아름답게 끝나가고 있었다. 그 마지막 행복의 종결자는 태영님이었다.

 

이 자리에서의 마무리는 내가 해야지 하고 벼른 사람이 많았으니, 그 마음씨마저 이쁘고 아름답다. 그것은 호기가 아니라 진심어린 사랑의 배려이고, 마음이었기에 웬지 백산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것 같다. 태영님이 즐겁게 한 방을 쏘아 주었다. 늘 넉넉한 그 마음에 감사드린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