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팔공산(수태골 휴게소-암벽훈련장-비로봉-동봉-염불봉-갈림길-동화사)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3. 3. 28. 14:02

*산행일시: 2013. 3. 23(토), 갬

*산행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5명(백산남친, 바람숙, 수희, 노홍철, 혜영, 방랑자, 붉은노을, 송향, 즐거운산행, 성산, 피네, 은수, 태영, 운해, 여행, 성기태, 한사랑, 갈바람, 해곤, 성길, 상천, 산들바람, 청림,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 수태골 휴게소(10:22)-암벽훈련장(10:53)-철탑삼거리-비로봉(12:13 점심식사 30분)-동봉(13:15)-염불봉-병풍바위-동화사 능선 이정표/갈림길(14:28)-동화사(15:52)-주차장

*산행시간: 5시간 35분(점심 30분, 휴식 40분)

 

*산행 tip: 팔공산. 누구나 그 이름만 들어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산이다. “왜 팔공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을까?”하는 의문도 생긴다. 팔공산은 신라 말 견훤과 맞서 싸우던 고려 태조의 여덟 장수가 이 산에서 전사했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팔공산’ 하면 갓바위를 많이 떠올린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비로봉을 올라 동봉, 염불봉, 병풍바위를지나 동화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수태골 휴게소에서 비로봉까지는 폭이 넓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많은 돌계단을 오르게 된다. 그리고 비로봉에서 조망을 한 후 암릉을 따라 동봉, 병풍 바위를 지난 갈림길에서 동화사로 내려가면 산행은 끝이 난다. 팔공산 산행의 백미는 비로봉에서 병풍바위까지의 암릉지대이다. 기암괴석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서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리고 그 열기를 식히며 동화사까지 하산하는 길은 경사가 가파른 탓에 줄타기를 두 번 정도 해야 한다.

 

덕천동에서 버스로 2시간 가까이 달려 팔공산 수태골 휴게소에 10시 10분경 도착을 했다. 대원들은 산행 채비에 분주하다. 운해님의 구령에 맞춰 몸 풀기를 5분여 한다. 대원들은 둥그렇게 둘러서서 스트레칭을 해 본다. 휴게소 여기저기에는 승용차들이 즐비한데 그 틈 사이의 넓은 공간에서 몸을 푼다. 그리고 등산로 들머리에서 단체 인증샷을 한다.

 

산행 들머리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비포장도로로 이어진다. 수태골 휴게소에서 암벽훈련장까지 30여 분 걸리는데, 무엇보다 수태골은 암반으로 계곡이 이루어져 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냇물이 폭포를 이루면서 흘러내리고 있어 운치가 있기에 자연에 몰입하게 된다. 폭포가 하얀 치마를 흔들듯 쏟아져 내리는 광경을 보게 되면 저절로 눈이 그쪽으로 가게 된다. 무엇보다 계곡이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졸졸 흐르는 다른 냇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들머리에서 계곡을 처음에는 왼쪽에 두고 걷다가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면 오른쪽의 계곡을 따라 쭉 오른다. 시냇물 소리도 봄이 오는 소식과 함께 정겹게 들린다.

 

오늘은 대형 버스 만차이기에 산길을 따라 30여 명이 후다닥 지나가버리고, 후미에는 15명만 남게 되었다. 초봄이라 그런지 대원들은 날씨가 제법 쌀쌀할 거라고 생각해서 옷을 많이 껴입고 왔다. 하지만 대원들 중에는 산행을 하게 되어 몸이 서서히 달구어지게 됨에 따라 껴입었던 옷을 하나 둘씩 벗거나 바꿔 입는다고 후미로 밀려지게 되었다.

 

들머리에서 30분 정도 올라가니 20여 미터 이상 되어 보이는 넓직한 바위가 왼쪽에 나타났다. 암벽 훈련장이다. 다른 산악회원 너댓 명이 와서 암벽을 오르기 위해서 채비를 하고 있다. 암벽이 너무나 커서 올려다보니 그 위용에 압도된다.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이라면 욕심을 내서라도 꼭 오르고 싶은 그런 암벽이었다. 거기서 10여분을 오르니 가파른 돌계단이 시작되고, 건너편의 바위도 다른 산에서 본 암벽과는 기품이 달랐다. 이곳의 바위들은 어느 정도의 크기로 세로로 갈라져 있었지만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어 보였다. 돌계단을 오르니 왼쪽으로 가파른 절벽 위에 냇물이 쏜살같이 흐른다. 계단이 가파라져 오니 서서히 숨이 헐떡거려져 온다.

 

잠시 후 뒤돌아보니 회장님이 여성 게스트 두 사람과 함께 올라온다. 게스트 두 사람은 아주 힘이 든 모습이다. 오랜만에 산에 왔더니 숨이 차다고 쉬어가자고 손사래를 친다. 게스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평소 산행을 조금씩 해서 나은 편이고, 다른 한 사람은 가끔 산행을 한 탓으로 가슴에 부담이 많이 간다고 했다. 그래서 회장님은 게스트 두 사람과 함께 100여 미터를 가면 조금 쉬었다가 가곤 했다. 아니 게스트 두 사람이 못 가겠다고 주저앉아버리니 어쩔 수 없이 쉬엄쉬엄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멋진 바위 앞에서 회장님과 한 명이 사진을 한 컷 했다.

 

회장님과 게스트 두 사람을 먼저 보냈다. 아니 후미에서 붉은노을님, 태영님, 은수님, 성산님, 송향님, 비주님 등 우리 일행 10명이 힘겹게 돌계단을 오르고 있었기에 함께 자연스레이 합류를 하게 되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워본다. 누군가 가져온 엿이 있었는데, 녹아서 잘 떨어지지 않는 엿을 뗀다고 두사람이 생고생을 했다. 입 안에서 달콤하게 녹는 엿같이 우리 일행들의 이바구도 달콤했다. 그냥 마음 맞는 사람끼리의 시간도 그처럼 달콤한 것이다. 어쩌면 부모, 형제자매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을 보니 사실 그들보다도 더 친근할 수밖에 없다. 부모나 자매라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1주일에 한 번 만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는 같은 취미와 목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을 대하니 오히려 자신의 가족보다도 더 친해진다. 그래서 시시콜콜한 이바구까지도 가볍게 하게 된다. 백산인들은 먼저 산에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되고, 땀을 흘리며 동행하는 일행에게 마음을 열게 되니 산행이 즐거워지고 서로를 많이 의지하게 된다. 그게 다른 산악회와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비로봉 정상이 가까워지니 방송국 송신탑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앞서 간 일행들이 정상의 송신탑 아래 넓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후미조인 우리들에게 비로봉 정상을 갔다 오라고 한다. 거리는 불과 200여 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후미조들은 비로봉에 올라 다른 산악회원들의 인증샷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름다운 정상을 송신탑이 능선을 다 차지하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비로봉 정상석은 안 보인다. 큰 바위 중간쯤에 누군가가 사인펜으로 비로봉이라고 써 놓은 것이 보였다. 그게 비로봉 정상석이라고 생각하고 죄다 그 앞에서 한두 명씩 돌아가면 인증샷을 찍었다. 비로봉(1,193m)이 송신탑 때문에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비로봉에서 인증샷을 끝낸 일행들은 얼른 선두조가 식사하는 자리로 내려와 바로 옆에 자리를 펼쳤다. 붉은노을님에게서 얻은 간이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갈바람님이 양재기에 가득 담은 토종 요굴트(?)를 건네주었다. 빈 속에 허연 요굴트를 쭉 들이켰더니 속이 짜르르 해 온다. 그리고 옆에 앉은 은수님은 집에서 가져온 복분자를 한 잔씩 돌리고, 태영님 또한 복분자를 한 병 사 가지고 왔다. 이런 저런 것들이 조금씩이라도 짬봉이 되다보니 속이 조금씩 부대끼었다. 그래도 따뜻하고 맑은 공기에 마음 맞는 사람끼리의 멋진 식사와 대화가 오가니 마냥 즐겁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채우며 인간적이고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이 순간인 것 같다. 산에 오노라면 니꺼 내꺼 따지고 않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30분 정도의 식사 시간을 끝내고, 8분여 만에 도착한 곳이 석조약사여래입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요란스럽다. 바위에 암각화를 새긴 6미터 높이의 불상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모두 그 크기에 눌리어 올려다보면서 사진을 한 컷씩 한다고 지정거려 본다. 이제 동봉(미타봉 1167m)으로 오르기 위해서 나무계단을 힘겹게 오른다. 동봉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암릉인데다 장소가 협소한 가운데 많은 산악인들이 합쳐져서 아주 소란스럽다. 게다가 동봉(미타봉)이라고 쓰여져 있는 정상석 때문에 인증샷을 하려고 아우성이다. 우리 일행들도 거기서 삼삼오오 열심히 한 컷씩 했다.

 

동봉에서부터는 하산길은 암릉이라 신경이 다소 쓰여졌다. 나무계단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긴 하나 경사가 가파른 탓에 마음에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일행들은 조망하기 좋은 장소나 조금 너른 장소가 나타나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한다. 길은 응달이라 얼음이 얼어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길은 길이 녹아서 질퍽하여 여간 힘드는 게 아니다. 다행히 가파른 절벽의 산 허리를 돌아 갈 때는 쇠로 손잡이를 만들어 두어서 그것을 붙들고 가면 되었다. 대체로 능선은 암릉에 길이 협소해서 많은 조심을 해야 했다.

 

병풍바위를 지나 동화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에서 운해님이 선두조와 교신을 해 보니, 그 선두조들은 비로봉을 거치지 않고 동봉에 올랐다가 바로 중간에서 빠져 동화사에 도착해 있단다. 우리 일행들은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또 갈림길 이정표를 배경으로 한 컷을 하며 웃음을 날려 본다. 산행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행들의 우정도 더욱 진득해져 가는 것 같다. 모두 열린 마음이기에 다들 편한 표정들이다. 한두 번 본 얼굴들이 아니기에 부담감 없이 농담도 잘 주고받는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그대로 봐 준다. 그 어떤 가식이나 형식적이지 않고 일행에게 진지하게 다가가는 모습들이 보기에도 좋다. 대부분 처음 산행에 참가하게 되면 서먹서먹하고 상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에 뭔가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남의 심기를 건드리기 뭣해서 할 말도 못하는데, 우리 백산인들은 산행에 많이 참가한 덕분에 분위기가 어색하다든지 하는 것은 없다. 게다가 그 분위기를 잘 조성해 주는 태영님, 노홍철님, 해곤님, 붉은 노을님 등이 정말 회원들에게 세심하게 배려를 해 준다. 그러하기에 산행 전여정을 보면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즐겁고 마음을 맞추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가족 이상의 애정으로 뭉쳐진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동화사 방향으로의 하산길이다. 하산을 하자마자 깍아지른 협곡이 나타났고, 협곡 사이는 바위로 에워싸여 있어서 외줄타기를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열대여섯 명이 한 번에 몰리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노홍철님이 외줄을 타고 내려가 여자 회원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코치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줄타기를 한다. 백산인이라면 어디에서나 겁먹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 같다.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지만, 모두 줄을 타고 내려간다. 위에서는 붉은노을님이 줄을 잡으라고 코치하고, 아래에는 노홍철님이 스틱을 먼저 아래로 던져 놓고 줄을 잡은 후 발은 어느 쪽에 놓으라고 얘기를 하니 다소 편하게 내려 온 것 같다.

 

조금 내려가니 암릉 위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나면서 팔공산의 능선 윤곽이 드러나는 장소에서 일행들은 마음껏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붉은 노을님이 송향님과 비주님을 가이드하여 조금 늦게 내려와 합류를 하면서 일행의 즐거운 시간이 배가 되었다. 거기서 조금 내려가 쉬운 외줄타기 코스가 있었는데,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외줄타기였다. 그러나 695봉을 조금 올라가야 했기에 후미에서 오는 송향님과 비주님이 힘이 들었나 보았다. 우리 일행은 동화사 위 갈림길에서 과일을 먹으며 잠시 후미조가 오기를 기다렸다. 송향님은 이런 체력 가지고 백두산 가겠냐고 한 마디 했다. 앞으로 자주 산행에 참가하라고 한 마디 건넸다. 백두산 가려고 하는 백산인들은 앞으로 3개월 정도 빠짐없이 산행에 참석해서 기본 체력을 다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동화사 안내소에 도착하니 운해님, 피네님, 갈바람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동화사 입구의 주차장으로 가야 하는데, 일행들은 동화사에 한 번 들러서 가자고 야단이다. 태영님, 은수님, 성산님 등 많은 일행들이 동화사에 들렀다. 간단히 절 마당만 가서 둘러보고 일행이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갔다. 동화사로 잠깐 갔다오는 사이 붉은 노을님은 냇가에서 머리를 감았단다. 산행에서 자주 보지만 몸 관리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는 것 같다. 자신에 대해서 철저하기에 후미에서 일행들을 챙겨주는 것도 보다 철저하다.

 

동화사 주차장에서 조금 내려가니 버스는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예약한 식당의 2층으로 올라가 비빔밥과 육계장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45명의 대식구가 방안을 가득 채우니 장관이다. 막걸리와 소주가 여기 저기 날라 다닌다. 일행들의 얼굴이 진달래꽃 모양 발갛다. 운영진에서는 빨리 승차하라고 야단이건만 할 얘기가 많은지 일어서지 못하는 일행들이 몇몇 있다. 암릉의 경치가 정말 멋졌기에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팔공산이었다.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팔공산. 그 소원을 풀고 왔다. 그리고 날마다 백산님들과 우정이 돈독해져 가는 것을 느낀다. 그 끈끈한 정. 아마도 그 정 때문에 백산님들이 못 잊어 오는 것이 아닌가. 그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남에게 배려해주고 아껴 주는 그 마음씨 때문에 백산을 더 찾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제 봄을 맞이하여 백산님들도 진달래꽃처럼 붉게 물들어 가리라 본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은 백산을 그리워하며 1주일짜리 행복 건강보험에 든다. 1주일짜리 행복건강보험치고는 상당한 엔돌핀을 올려주기에 재미가 쏠쏠 한 것 같다.

 

*산행지도: 국제신문 참조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