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수청리-용골산-토곡산-함포마을(2013. 4. 13)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3. 4. 18. 15:05

*번개산행 일시: 2013. 4. 13(토). 맑음

 

*참석인원: 부산백산산악회원14명(붉은노을님, 송향님, 비주님, 성산님, 은수님, 한사랑, 시골사람님, 봄산, 유유산속님, 햇살님, 산하님, 청림님, 대장님(작년 함양 오봉산에 한 번 왔다고 함), 부산갈매기)

 

*산행코스: 양산 수청리(09:30)-용골산(591m)(11:00)-토곡산(855m)(13:02)-함포 마을

*교통편: 무궁화호 부전역(08:25)/ 구포역(08:40)/화명역(08:45)

           원동초등학교 앞 138번 버스(09:10)로 수청리로 이동

 

*산행 tip: 이번 번개산행은 부전역에서 원동까지 부산근교 열차를 타고 접근하여 토곡산 종주산행을 하기로 정했다. 토곡산 종주산행을 한다는 것은 토곡산으로 접근하는 수청리에서부터 용골산, 그리고 토곡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만만찮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산꾼들은 토곡산을 토하고 곡하며 오르는 산이라 일컫는다. 게다가 토곡산을 양산 산악인들은 천성산, 천태산과 함께 3대 악산이라고 부른다.

 

부산 경남 산악인들은 험준한 산세를 지닌 이 토곡산을 늘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또한 토곡산 정상을 향해서 다양한 코스로 접근해 보고 싶어 한다. 그런 매력적인 산세와 풍광을 지닌 토곡산을 14명의 회원들과 함께 오르기로 했다.

 

토곡산을 남쪽 수청리에서 서북능선의 종주를 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기에 조금 이른 시각인 08:10경 부전역에서 5명의 회원(성산님, 송향님, 비주님, 붉은노을님, 대장님)을 만나 08:25에 출발하는 무궁화 열차를 탔다. 열차를 타니 성산님이 새벽에 삶은 따끈따끈한 계란을 두 개씩이나 회원들에게 건네주었다. 삶은 계란을 까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열차는 사상을 지나 구포역에 도착하니 은수님, 청림님이 열차에 올랐다. 그런데 해월정님은 열차를 타지를 못했다. 플랫폼에 도착해서 서는 순간 열차문은 무정하게 닫혀버렸단다. 10~20초가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각인시켜 주었다. 함께 하지 못하니 마음이 짠 했다.

 

화명역에서는 3명(한사랑님, 봄산님, 유유산속님) 정도 예상했는데, 4명(햇살님, 산하님, 시골사람님, 청림님)이나 번개같이 나타났다. 원동역에 9시 1분에 도착하여 2~3분 거리에 있는 원동초교 앞으로 일행과 함께 달려갔다. 물금행 138번 버스가 오르면 6분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버스 정류장 화단을 배경을 단체사진 한 컷을 했다. 도로변에는 연산홍이 불타고 있었고, 화단에는 노란꽃들이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9시 10분에 버스에 올라 15분여를 달려 수청리 버스 정류소에 내렸다. 초입은 맞은편 등산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일행들은 산행할 채비를 갖춘다고 분주하다.

 

산행을 하기 전 들머리에 있는 무덤 옆에 서서 닉 네임을 주고받았다. 날씨가 제법 따뜻하지만 조금 싸늘한 바람이 봄을 시샘한다. 들머리에서부터 산행은 가파른 비탈길로 시작된다. 게다가 이곳에서 오르는 산행은 해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들머리가 강의 하상보다 조금 높기에. 그래서 용골산(591m)까지는 제법 힘겹게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철탑이 나왔다. 거기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다시 비탈길을 오른다.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낙동강이 발 아래에 전개되기 시작한다. 등산로는 온통 바위투성이들이다. 잇단 전망대에서 화개들판과 낙동강을 내려다본다. 강 건너편의 남북으로 뻗어있는 김해의 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작은 오봉산과 오봉산들이 눈앞에 전개된다. 그 낙동강을 굽어보며 일행들은 한 컷을 한다. 산행하기에는 그지없이 좋은 날씨인 것 같다. 진달래는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꽃들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화무십일홍이요, 인생 칩십이 잠깐이라 했는데, 진달래는 지고 있는 중이라도 파릇파릇한 새순들이 나무 위에서 파란 리본처럼 달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웅크렸던 겨울이 기지개를 켜며 우리를 반기고 있다. 그 속에서 생명이 움트고 있음을 느낀다. 일상에서 찌든 삶이 파르스름한 새싹에 생기를 얻는다. 봄이 우리 몸 안에 퍼진다.

 

초입에서 1시간 정도 오르니 10여 미터의 직각의 암벽이 나타난다. 처다만 봐도 현기증이 난다. 앞서 6명이 오르고, 이제 송향님 차례가 되어 암벽의 외줄을 타고 오른다. 3미터 정도 올라가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되돌아내려 온다. 그래서 송향님과 비주님은 암벽 오른쪽의 우회로를 따라 오른다. 청림님이 내 앞에서 암벽을 타고 오른다. 내 차례가 되어 암벽을 오르는데 중간쯤 올라가니 완전히 직벽이고 발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외줄에만 의지하여 두 팔을 당기니 외줄에 힘이 실리어 ‘뚝 뚝’하는 소리가 들린다. 로프가 비바람과 햇살에 바래어 제법 오래된 듯 했다. 두려움이 조금 엄습해온다. 겨우 절벽 위에 올라서니 세상이 다 내 것인 것 같았다. 이어서 은수님이 암벽 위로 다 올라왔는데, 스틱의 아래 부분이 빠져서 아래로 뚝 떨어졌다. 밑에 4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스틱은 암벽에 튕겨져 일행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순간 아찔했다. 아래에 있는 대원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이 내쉬었다. 이어서 한사랑님, 유유산속님이 오르고 맨 마지막으로 붉은노을님이 내 스틱을 포함해서 6개의 스틱을 양팔에 걸고 올라왔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붉은노을님의 마음씀씀이에 고개가 숙여진다. 늘 그러하듯 남을 배려하는 천성이 타고난 듯 하다. 

 

암벽 위로 올라서서 올려다보는 용골산 방향은 큰 암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담고 있고, 주위의 풍광도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나게 한다. 조금 나은 능선길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바위 틈 사이를 지난다. 쉬기 좋은 전망대가 나타나기에 잠시 쉬고 가잔다. 유유산속님이 가지고 온 과일을 일행에게 돌린다. 잠시라도 쉴 틈이 생기면 누군가가 과일을 꺼내서 돌린다. 거기서 50미터도 못 가서 용골산(591m) 정상이 다다랐다. 들머리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린 셈이다. 일행들은 삼삼오오 사진을 찍기도 하였는데, 마지막으로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 갈 길을 재촉한다.

 

이제는 내려가는 억센 비탈길이다. 그 비탈길을 지나서 안부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암릉을 타고 오른다. 암릉은 뽀족하고 좁아서 일행들이 오르기 위해서 밑에서 조금 대기를 하며 한숨을 돌린다. 암릉을 지나 능선을 파라 서서히 오르니 시야가 트인다. 동쪽 멀리 선암산 매봉 바위가 아스라이 보이고 토곡산 봉우리가 눈앞에 다가온다. 아직 토곡산을 올려다보니 중간에 암릉으로 가득한 능선이 앞길이 심상치 않음을 암시한다.

 

그 능선에서 조금 나아가니 폐헬기장이 나타난다. 거기서부터는 오르막길이라 일행들은 잠시 쉬어가잔다. 또 누군가 과일을 꺼내서 일행에게 돌린다. 숨고르기를 한다. 거기서부터 15분간의 경삿길은 토곡산이 토하고 곡한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그 가파른 길을 대장님(작년 함양 오봉산 산행 이후 오늘 산행 참가)은 묵직한 배낭을 메고, 뒷짐을 진 채로 성큼성큼 잘도 오른다. 내 뒤에서 산하님은 무거운 듯이 몸으로 잘 따라온다. 그리고 햇살님도 말없이 뒤따른다. 비가 오지 않은 탓으로 땅은 너무 메말라 있고, 낙엽마저도 날라가버린 땅이었기에 제법 미끄럽기까지 했다.

 

능선에 오르니 앞서간 대장님이 땀도 흘리지 않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뒤에서 오는 일행들은 말이 필요없이 배낭을 땅바닥에 내려놓는다. 몸이 시키는대로 그냥 주저앉는다. 유유산속님과 봄산님이 집에서 특별히 마련한 쑥떡을 한 개씩 돌린다. 직접 쑥을 캐서 방앗간에 가서 쑥떡을 만들어 온 무공해 제철 특별식이다. 그 분들의 정성이 입 안에서 녹아내리고, 마음은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모두들 한 개씩 먹어보고 맛있다고 한 마디씩 한다. 입 안에 봄의 향기가 전해지며 몸도 기운을 얻은 것 같다.

 

토곡산으로 오르기 위해서 석이바위 능선을 타고 올라야 한다. 그곳은 전체가 암릉으로 오르기가 예사롭지가 않다. 집채만한 바위가 가로막고 있는가 하면, 뾰족뾰족한 큰 바위들이 틀어 막혀 있어 미로를 형성하고 있었다. 수청리에서 용골산을 지나 원동초교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까지의 능선길은 거리는 4km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이런 암릉의 장애물로 인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 암릉길에서 일행들의 개인차로 인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래도 그 암릉에서 내려다보니 멀리 용골산이 아스라이 보이고, 남쪽으로 오봉산의 산자락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동쪽으로 선암산 산자락이 손에 잡힌다. 발 아래의 용골산에서 타고 내려간 산자락이 붉게 타는 진달래와 돋아나는 잎새들로 말미암아 가을 단풍처럼 발그스름한 색상으로 물들어져 있다. 그 아름다운 경치를 놓칠세라 햇살님, 산하님, 청림님이 한 팀을 이루어 한 컷을 한다. 또 은수님도 파란 봄 하늘을 배경으로 한 컷을 한다. 산은 산 나름대로 즐거워하고, 우린 우리 나름대로 자연 속에서 봄과 자연에 동화되어 간다. 산다는 것은 어딘가에 몰입한다는 것이 아닌가? 오늘 우리는 그 자연과 한 몸이 되어 보려고 한다. 아니 이미 자연이 주는 에너지에 충만해 있는 것이다.

 

이제 원동초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갈림길 이정표와 만났다. 거기서 토곡산 정상까지는 400미터밖에 남지 않았기에 콧노래를 부르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일행은 거기 조금 넓직한 공간에서 점심을 먹자고 하여 자리를 펼치려고 하는데, 앞서간 일행이 있어 토곡산 정상까지 가기로 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앞에 간 대장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산악회원들이 그 옆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들머리에서 시작하여 토곡산 정상까지 3시간 30분이 걸렸다. 정상석 앞에서 일행들은 개인사진 찍기에 바쁘다. 점심시간을 넘긴 시간이었지만 중간에 요기를 해서인지 시장끼를 느끼지 않는다.

 

토곡산 정상에서 100여 미터 내려가 점심을 먹었다. 장소가 조금 협소한 느낌이었지만 14명이 다닥다닥 붙어서 오손도손 먹자고 하여 한 자리에 둘러 앉았다. 오늘만큼은 좀 여유있게 충분한 점심시간을 갖자고 붉은노을님이 한 마디 한다. 은수님이 홈 메이드 오디주를 작은 컵에 한 잔 돌린 다음 “위하여!”를 전체가 외친다. 또 유유산속님이 집에서 담근 2년 반 숙성 매실주를 꺼내 한 잔씩 돌린다. 그리고 붉은노을님이 무겁게 짊어지고 온 토종 요굴트 3명을 꺼낸다. 번개산행의 깊은 맛은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어 한 가족처럼 머리와 엉덩이를 맞대고 붙어 앉아 이 반찬 저 반찬 주고받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옆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저 반찬이 먹고 싶다고 하면 옆에서 사람이 집어다 주는 정감어린 식사다. 일등 한정식집이라도 해도 이 정도의 맛을 가미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자연 넓은 뜰의 꽃이 눈을 즐겁게 하는 곳, 또 새들이 자연의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곳, 봄바람이 코를 간질이는 곳, 그곳에서 맘과 뜻이 맞는 벗과 함께 곁들이는 한 잔의 술은 보약 몇 첩을 먹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1시간의 점심시간.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한다. 청림님이 가자고 해서 보니 일행은 거의 다 내려가고 없다. 반주로 이것저것 혼합이 되다보니 약간의 취기가 오른다. 어쩌면 일행들의 인정에 취했는지도 모른다. 하산길은 정말 최악이다. 너덜지대에 암릉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어서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잡목만 많이 우거져 있어서 따끈한 햇살이 내리쬔다. 하산길은 바위 위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이 있는가 하면, 큰 바위 사이로 줄타기를 시도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다행히 시야가 트여 있어서 아래를 조망하며 걷는 재미도 괜찮다.

 

앞서 간 일행이 아무래도 길을 지나친 것 같다. 지도를 보면 숯 가마터와 폐가를 지나가는 계곡산행을 해서 함포마을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지장암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754봉, 703봉, 626봉까지 내려간다. 626봉을 넘어가는데 암벽이 나타났는데, 앞서 간 일행이 우회로도 있으니 돌아오라고 한다. 송향님과 비주님, 그리고 나는 우측의 우회로를 내려가니 붉은노을님이 암벽의 로프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일행은 저마다 암릉의 경치에 푹 빠져 있다.

 

이제 함포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 100미터 정도 남겨 놓고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쉬고 있었다. 그때 바로 뒤에서 성산님이 돌부리에 걸려 미끄러지며 “아~~!”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성산님 뒤에 서 있던 붉은노을님이 얼른 성산님의 등산화와 양말을 벗기고 상태를 보았다. 조금 부어올랐다. 아스피린을 한 알 먹였다. 그리고 압박붕대를 감았다. 일행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은 듯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함포마을과 지장암 갈림길까지 가던 햇살님과 산하님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되돌아 올라왔다.

 

일단 붉은노을님과 청림님이 부축을 해 본다. 성산님은 미안한 마음에 괜찮다고 손사래를 쳐보지만 사태는 점점 어려워 보였다. 이제 모든 일행은 성산님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사고지점에서 100미터 정도를 내려오니 함포마을/지장암 갈림길이다. 이정표를 보니 함포마을은 2.1km, 지장암은 1.6km다. 지장암이 조금 가깝긴 하지만, 능선을 타고 가야 하는데, 오르막길이다. 그래서 일단 함포마을의 하산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하산길은 토곡산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바로 60도 정도의 깍아지른 비탈길이 미끄럽고 험해서 정상인도 벌벌 기어야 상황인데, 붉은노을님과 청림님이 성산님을 데리고 내려온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 스틱으로 부축해보려고 하지만, 스틱이 약한 관계로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청림님과 노을님이 옆에서 굵고 튼튼한 나무를 주었다. 그 나무에 성산님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걸치려고 했으나 비탈길이라 만만찮아서 성산님은 나무를 오른손으로 부여잡고 내려온다.

 

성산님의 앞과 뒤로 일행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앞서가거나 뒤따라 올 뿐이었다. 길은 좁고 험하고 경사진 비탈길이라 도와주고 싶은 마음만 꿀떡같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그렇게 1시간가량 내려오면서 길이 조금 완만해진 곳에서 청림님이 성산님에게 업히라고 했지만 극구 사양을 했다.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만, 부상상태를 고려하여 업히면 좋으련만....

 

 

이제 우리의 힘으로 하산하는 것이 다소 힘이 들고 무리인 것 같아서 송향님이 119에 신고를 한다. 원동 119다. 119에 신고를 할 때 거의 다 내려 왔다고 하는 바람에 20여 분 후에 도착한 두 명의 119대원은 들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119대원 중 팀장이 성산님의 압박붕대를 풀고 자신들이 가지고 온 부목과 붕대로 발을 묶었다. 119 젊은 대원에게 성산님이 업혔다. 119팀장으로 보이는 50대 정도의 대원은 성산님을 업고 있는 대원에게 “천천히, 조심조심!” 이라고 말만 했지 교대로 업어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기야 잘못 업고 가다가는 몸에 무리가 갈지 모르니까. 보다 못한 청림님이 성산님을 들쳐 업었다. 앞서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여러 차례 성산님도 청림님에게 업히는 것을 사양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청림님은 힘이 넘치는지 들쳐 업자마자 쏜살같이 내달린다. 어디가 고래힘줄 같은 힘이 나오는지. 아니 혼자서 몰래 홍삼 몇 뿌리라도 먹었는지 괴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업기를 교대로 30분 정도 해서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났다. 임도를 따라 5분여 가니 들것을 가지고 나타난 119대원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성산님을 들것에 옮겨서 대원 4명이 네 모퉁이를 잡고, 우리 일행 붉은노을님, 청림님, 유유산속님이 좌우 중간에 서서 교대로 10여 분 정도 내려갔다. 함포마을에 도착하니 앰블란스와 119순찰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119팀 대원 이야기로는 오늘 주말이라 여기저기 신고가 많은 관계로 양산시내까지밖에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앰블란스에 성산님과 함께 붉은노을님과 은수님이 동승했다.

 

나머지 우리 일행은 함포마을 회관 앞에서 배내골의 태봉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기다리기에는 40분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원동역까지 걷기로 했다. 원동역에 도착하니 18:29분 부산행 열차가 9분 연착한단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니 힘이 빠졌다. 상황이 종료하고 나니 뭔가 갑자기 허탈해지는 느낌이었다. 12명의 회원들은 구포역에서 내려 약속이 있는 청림님과 대장님은 먼저 가고 나머지 일행은 <통영집>으로 가서 <장수국밥>집에서 배달되어온 돼지국밥을 먹으며 뒤풀이를 했다. 붉은 노을님과 은수님이 그곳으로 달려오고 있단다. 30분 후에 도착한 붉은노을님 이야기는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데리고 가도 병원은 책임 안 진다’는 각서를 쓰고서 성산님의 집 근처로 이송하기 위해 택시를 같이 타고 왔다고 했다.

 

이후 싱가포르 출장에서 새벽에 돌아온 노홍철님이 합석을 했고, 2차로 봄산님 부부가 한턱 쏜다고 해서 붉은노을님, 은수님, 봄산님, 유유산속님, 한사랑님, 노홍철님과 함께 2차를 갔다. 노홍철님이 구포시장 부근은 잘 안다고 안내를 해서 간 곳은 민속주점이었는데, 파전과 국수가 아주 맛있었다. 2차를 쏘아주신 봄산님 부부에게 감사드린다.

 

이렇게 하여 토곡산 번개산행은 끝이 났다. 우여곡절이 많은 하루였다. 용골산 아래의 암벽의 외줄타기는 힘들어 아직도 오른쪽 겨드랑이 부근이 아프다. 운동부족이다 보니 쉽사리 근육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다. 토곡산에서 하산시 일어난 사고로 많은 일행과 회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통해서 산행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우리 회원들이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대처하는 참모습을 보았다. 사노라면 고통도 있고 고뇌도 있지만, 자신과 함께 마음 터놓을 벗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동행하는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