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나 하나쯤이야

부산갈매기88 2009. 8. 13. 08:49

추장이 축제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추장은 축제를 열기 위해 사자들을 이웃 부족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는 사자들을 통해 부족민들에게 이렇게 전했습니다.

 

“잔치에 오는 모든 분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합니다. 다만 야자술만은 각자가 한 단지씩 들고 와야 합니다.”

 

그동안 축제를 기다려왔던 부족민이 있었습니다. 그는 축제에 참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야자 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야자 술 없이 축제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그때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야자 술 한 단지를 사면 되잖아요. 별로 비싸지도 않은데요 뭘.”

그가 화를 내며 대꾸했습니다.

“멍청한 소리하지 마.”

 

그는 덧붙여 말했습니다.

‘항아리에다 술 대신 물을 담아 가면 되겠구나. 축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큰 술독에 물이 한 단지 들어간다고 어떻게 되지 않겠지.’

 

드디어 축제날이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북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가장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추장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서는 사람은 저마다 가져온 야자 술을 진흙으로 구워 만든 커다란 항아리에다 부었습니다. 그도 단지에 든 물을 술항아리에 조심해서 붓고 추장에게 인사를 한 다음 춤추는 사람들 틈에 섞여들었습니다.

 

모두들 도착하자 추장은 음악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고 하인들에게 술잔을 채우라고 명했습니다. 추장이 축제 인사말을 하고 나자 하객들은 일제히 잔을 들었다가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다음 순간 사람들은 놀라서 일제히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들이 마신 것은 다름 아닌 맹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축제에 온 사람들 모두가 커다란 술항아리에 물 한 단지쯤 들어가도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김태광 <지혜의 소금밭>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나 하나쯤이냐 하며, 온갖 불벌과 탈법, 양심을 속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나 하나가 깨끗해야 세상이 맑아지겠지요. 오늘도 멋진 하루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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