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대운산 철쭉산행(대운산-시명산-명곡저수지)<2013. 5. 18>

부산갈매기88 2013. 5. 22. 12:20

◈번개 산행지: 대운산(742m)-시명산(675m)

▷산행일자: 2013. 5. 18(토). 개인 후 오후 흐림

▷참가자: 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13명(노홍철, 와석, 여우, 김지영, 즐거운 산행, 시골사람, 봄산, 유유산속, 솔향, 갈매기 외)

 

♤산행코스: 상대 3주차장(10:55)-대운교-318봉(11:30)-내원사 옆 능선-312봉(11:43)-391봉(12:05)-대운 2봉(669m)(12:57)-대운산(742m)(14:30)-시명산(675m)(15:55)-명곡저수지(16:30)

☞산행시간: 쉬엄쉬엄 6시간 35분(점심 40분, 기타 휴식 40분)

 

*교통편: 부전역 09:05 무궁화 열차

           남창역-대운산(상대마을)행 마을버스 10:26

 

♣산행 tip: 이제 철쭉이 져가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부산 근교에서 철쭉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곳. 그 철쭉으로 유명한 대운산을 찾아간다. 대략적인 대운산 산행은 상대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대운2봉, 대운산, 시명산을 올라 명곡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한다. 여러 산행코스 중에서 어느 코스를 택하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체력과 단체의 조화로움을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철쭉은 대운 2봉과 대운산 정상 사이에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알아야 소귀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다. 하나의 산을 알려면 사계절을 다녀야 그 산에 대해서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법. 이 산을 대여섯 번 정도 오르내렸으니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산행은 상대 3주차장을 산행 들머리로 잡아서 대운교를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왼쪽의 318봉을 올라 대운2봉과 대운산을 오르는 단거리 코스로 잡았다. 그러나 대운교를 지나 직진을 하게 되면 포장도로를 따라가는 길은 내원암으로 오르게 된다. 이번 주 석가탄신일이 끼여 있는 황금연유 기간이라 대부분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기에 번개산행 공지에 댓글을 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관계로 5~6명이 오붓하게 산행을 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산행 하루 전 저녁과 출발 당일 아침에 참석하겠다는 님들이 많아서 13명이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산행 들머리에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처음 온 솔향님이 뒤로 조금 뒤쳐지기 시작한다. 318봉 중턱에 오르니 앞서간 선두조가 후미를 기다리는 동안 노홍철님이 사탕을 한두 개씩 돌린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숨을 돌리자는 것이다. 이제 비탈은 더욱 가팔라 깔딱 고개 수준이다. 땀깨나 흘리며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너른 공간이 나타난다. 후미에 솔향님과 게스트가 뒤쳐져 걸어 올라온다. 앞서 간 일행은 318봉에 올라서서 조금 기다린다. 막간을 이용해서 즐거운 산행님이 토종 요굴트를 한 잔씩 돌린다. 후미의 솔향님은 후미에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걷겠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하지 말고 앞서 가라고 한다. 초입에서 겨우 30분 정도 밖에 안 되었으니 몸이 풀 가동되어 워밍업으로 약간의 동력원이 필요하나 보다. 318봉부터 내원암이 보이는 언덕배기까지는 수월찮게 갈 수 있다.

 

▶이제 318봉에서 조금 내려가면서 내원암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시간이 부족하기에. 내원암이 보이는 안부에서부터 312봉까지는 비탈길을 올라가야 한다. 뒤에서 선두 반보씩 가라는 신호가 온다. 조금 기다려 숨을 돌린다. 312봉을 내려서려는데 앞에 391봉의 깔딱 고개가 숨을 멎게 한다. 앞에 갑자기 큰 덩치가 버티고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그 깔딱 고개를 곧바로 오를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우회할 수도 있다. 즐거운 산행님, 와석님, 봄산님과 유유산속님은 우회로로 가기로 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깔딱 고개를 7~8분 정도 오른다.

 

그 깔딱 고개를 오르니 묘가 한 기 나타난다. 후미조를 위해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허리만큼 올라오는 바위 앞에서 노홍철님이 한 컷을 한다. 솔향님과 게스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백산에 가입 후 처음 온 솔향님은 꽤나 힘이 드나 보다. 함께 걷는 나의 게스트인 조진건님은 솔향님과 보조를 맞춘다. 조진건님는 등산을 많이 한 탓에 그런대로 잘 걷는 편이긴 한데. 이제 391봉을 살짝 넘으니 앞서 떠난 즐거운 산행님과 그 일행이 10여 미터 오른쪽에서 이쪽으로 오르고 있다. 즐거운 산행님이 순간 방향 착오를 일으켜 첫 번째 갈림길에서 이쪽으로 올라왔기에 알바를 했단다. 인생길을 알고 걷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일행은 대운 2봉 650미터를 남긴 안부의 쉼터에서 숨을 돌린다. 오늘도 유유산속님이 블루베리 팩을 가져와서 두 사람당 1팩을 돌린다. 이유는 번개산행에 인원이 몇 명 안될 거라고 적은 숫자를 준비했는데, 두 배가 왔기에.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번개 산행인 것이다. 다들 부담감이 없는 번개 산행이기에 그냥 마음을 비울 수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처음 온 회원과 게스트는 조금 부담감이 되나 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통과 즐거움의 부피만큼 회원 간의 거리는 좁혀지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목 축임을 위해 토종 요굴트를 한 잔씩 돌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미의 솔향님과 조진건님이 합류를 했다.

 

이제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하산을 하는 다른 산꾼들을 만난다. 서서히 경사는 급해져 가고 우리 일행의 발걸음도 다소 무거워진다. 안부에서 대운 2봉의 중턱까지는 한 걸음 정도로 떨어져 나무계단이 듬성듬성 있다가 중턱으로 오르니 경사가 급박하게 된다. 그래서 나무계단도 다닥다닥 촘촘하게 이어져 숨을 헐떡거리게 한다. 다행히 나무 이파리들이 햇빛을 가려줄 만큼 성큼 자라나 있다. 다른 남자 산꾼이 무거운 배를 가누지 못해 중턱에 서 있다. 선두조는 산 정상 아래까지 갔는가 보다. 백산에 가입하고 처음 온 여우님도 가뿐히 앞서가고, 게스트로 온 솔향님의 게스트도 가뿐히 오른다. 불과 1년 전 나와 일본인 친구와 함께 가덕도를 오를 때만 하더라도 여우님과 친구들은 2시간 산행도 체력에 부담을 가졌었는데 오늘은 가볍게 나는 듯 하다. 최근 다른 산악회에서 3개월 정도 산행을 하여 재산(?)도 4kg 빠지면서 체력도 보강되고 근력이 생겼다고 한다. 나와 함께 노홍철님, 봄산님, 유유산속님은 산 정상 아래의 바위 위에서 땀을 식혀 본다. 숲이 우거져 아래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산 정상 아래에서 숨을 몰아쉬며 3분여를 올라가니 대운 2봉이다. 먼저 온 선두조들이 땅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쉬고 있다. 하늘은 흐려 있어 남창 앞바다 멀리까지 보이지 않는다. 나무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서 좋기는 하나 자연에게는 많이 미안하다. 인간의 편리성에 의해 대자연은 자꾸만 망가져 가니 말이다. 일행에게 사진을 한 컷 하자고 외쳐대니 몸을 움직여 본다. 초입에서 2시간 정도 걸어 올라온 셈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물도 많이 마시게 되고, 피로감도 배로 빨리 오는 것 같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 컷을 해 보기도 하고, 단체 인증샷도 한다. 그리고 봄산님과 즐거운 산행님의 상의 티가 우연히 노란색의 같은 색상이라 한 컷을 한다. 노홍철님이 사진을 찍으면서 하얀 이빨을 드러내라고 외쳐댄다. 세상 사는 가운데 웃을 일이 많지 않은데 오늘 모두 실컷 웃어 본다. 이처럼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자연 속에 동화되어 긴장감이 풀어지고 마음이 평정심을 유지했기 때문이리라. 자연을 알려면 자연의 걸음에 맞추어 속도를 조절하여야 한다. 그래야 꽃들이 피고지고 잎들이 돋아나서 떨어지기까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값어치를 결정하는 데는 4C라는 것이 있다. 투명도(Clarity), 무게(Carat), 색상(Color), 모양과 결(Cut)을 4C라고 한다. 투명도는 다이아몬드의 맑음의 정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데, 사람에게 투명도라면 아마도 신뢰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대상이 산이라면 산세가 아닐까 말이다.

 

또 다이아몬드에서 무게(Carat)기 가벼울수록 가치는 떨어진다. 이처럼 사람에게 있어서 행동이 가벼운 사람은 남에게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산이라면 낮은 산보다 높고 웅장한 산이 더 값어치 있고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에서 아름답고 부드러운 색상(Color)이 비칠수록 그 값어치는 달라진다. 그렇듯 사람에게서도 기품과 인품이 있는 사람은 그 부드러움과 강함이 다르게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각 계절마다 산의 색상이 달라지게 됨에 따라 분위기 또한 다르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다이아몬드에서 모양과 결(Cut)이 가치를 좌우하듯이 사람에게 있어서는 살아 온 인생관, 인생 철학, 경험, 자제심과 제어력 등이 아주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산이라면 오랜 세월에 걸쳐서 깎인 계곡과 절벽, 암능 등이 산의 값어치를 올리는데 일조할 것이다.

 

▶대운 2봉에서 한바탕 웃고 나니 하나님이 만든 인간 배꼽시계는 야단이라 일행들이 아우성친다. 10분 정도 가면 좋은 식사할만한 장소가 나온다고 했는데, 5~6분 정도 가서 나무 의자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먹고 가자고 한다. 13명이나 앉아야 할 장소를 찾아 조금 더 가보니, 산등성이에 누군가 통나무를 깔아놓은 곳이 있었다. 즐거운 산행님이 여기로 하자고 한다. 그래서 장소도 적당하고 숲도 우거졌기에 그곳에 주저앉았다.

 

조그마한 식탁 자리를 펼친다. 잇대어 본다. 모자라면 신문지도 깔아 본다. 그냥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토종 요굴트가 한 순배 도니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어 간다. 오늘도 유유산속님은 매실주와 양배추를 가져왔다. 달짝지근한 게 입맛을 돋우어 준다. 무엇보다 오늘 특별 메뉴는 즐거운 산행님과 솔향님의 게스트 한 분이 가져온 회다. 산 정상에서 맛보는 회. 그것도 고추장에 찍어보는 회맛.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턱이 없겠지만, 입에 착 달라붙는다. 회도 두 팩이라 인원에 적절하게 맞는 것 같다. 회가 상할까봐 얼음에 싸서 가져왔는데, 적당히 숙성이 되어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그 정성과 고마움을 상추에 싸서 먹는다.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끼리의 오붓하고 고즈넉한 점심식사. 번개산행이라 조급하지 않은 좀 여유로움이 있는 시간이기에 한바탕 크게 웃어볼 수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식사 내내 어디서 냄새를 맡고 왔는지 그놈의 똥파리들 때문에 나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황태포로 부채 부치듯 해서 똥파리를 쫓아내야 했다. 보통 집파리 같으면 조금 봐줄려고 했는데, 이것은 점보 똥파리다. 도저히 그 녀석들이 찬통 주위에 알짱거리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다. 내가 황태포채로 똥파리를 휘둘러대니까 식사 내내 일행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소란스러웠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5분여 대운산 방향으로 나아가니 철쭉은 거의 지고 없고, 간간히 무더위를 견뎌낸 철쭉이 봄을 붙들고 매달려 있다. 빠알간 철쭉은 아니다. 조금 옅은 흰색에 가까운 철쭉이다. 올해로 철쭉제가 13회째여서 철쭉나무 키도 사람 키의 한 배 반은 된다. 일행들은 철쭉의 미소에 함께 어깨를 맞대어본다. 철쭉이 대신한 연초록의 이파리를 보는 것도 그냥 좋다. 일행중 절반은 식사를 한 후 대운산 정상으로 곧장 달려갔는지 안 보인다. 노홍철님과 솔향님, 게스트로 온 조진건님과 봄산님, 유유산속님, 와석님만 뒤쳐져 걷고 있다.

대운산 정상까지 대부분이 나무로 바닥을 깔아 놓아서 좋은 듯 하지만, 자연미가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쉽다. 정상까지 점심을 먹고 올라가니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대운산으로 오르기 전 조망바위에서 내원암 옆 능선의 등산로를 내려다본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길들이 보인다. 하얀 능선길이 눈에 들어온다. 저런 길을 길어 올라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길도 뒤돌아보면 굽이굽이 고통과 행복한 순간의 추억이 떠올라지듯 우리가 올라온 능선에서 머문 자리들이 보였다.

 

▶대운산 정상 100미터 아래의 헬기장 모퉁이를 돌아 나무 계단을 밟고 대운산 정상으로 오른다. 계단 양 옆으로 철쭉들이 마지막 봄의 향연을 노래하고 흐드러진 모습으로 웃고 서 있다. 그나마 정상 주위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철쭉의 자태에 위안을 삼는다. 내 누이 같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철쭉이 우리를 반긴다. 지금까지 3시간 남짓 고통스럽게 땀 흘리며 달려 온 시간이 그 철쭉 앞에 와르르 무너진다. 불만과 투정어린 아이가 엄마를 보는 순간 반가움에 모든 것이 녹아버리듯 우리도 그 자연 속에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그토록 먼 길을 달려 왔던가 하는 의문은 눈 녹듯이 다 녹아버렸다. 지금까지 우리를 기다려주는 철쭉에 감사할 뿐이었다.

 

앞서 간 일행들이 조금 피곤한지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아님 디카가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는지. 일행을 불러 세워 인증 샷을 눌러댄다. 모두 철쭉처럼 환한 미소로 한 컷씩 한다. 여전히 노홍철님의 애교있는 미소와 농담에 모두 한바탕 웃어본다. 또 정상에서 서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풍경을 조망해 본다. 정상석은 다른 산악회의 산꾼들과의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어디에서나 생존의 경쟁은 있는 법. 그러나 그 정상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는 하산이다.

 

▶하산은 시명산으로 가서 명곡저수지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냥 내려가는 길은 땅이 메말라 있어 조금 미끄럽다. 시명산 가기 전 중간의 전망바위가 있는 곳에 외로이 한 그루의 소나무가 서 있는 장소가 나타난다. 그곳을 지나는 산꾼들에게는 그 장소가 바로 포토 존이 되는 것이다. 그 소나무 뒤편으로 아스라이 서창 시가지가 보인다.

 

일행은 그 소나무를 배경으로 한 컷을 한다. 그리고 내 배낭에 있던  생탁 한 병을 꺼내서 봄산님이 생탁 모델이 되어서 사진을 한 컷 해본다.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웃고 생탁 한 잔으로 목을 축여본다. 주파수가 맞는 사람과의 만남은 이처럼 엔돌핀이 많이 돌기에 즐거운 것이다. 세상을 가진 자의 즐거움이 아니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인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자의 웃음이다. 건강하지 못해서 이 자리에 올 수 없다면 이런 즐거움은 없는 것이다.

 

즐거운 산행님을 포함한 선두조는 불광산 바로 아래의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직진해서 오르게 되면 불광산이다. 그러나 시명산은 그 불광산 산허리를 오른쪽으로 돌아서 올라가야 한다. 갈림길에서 마지막 남은 생탁 한 병을 꺼내 목 축임을 한다. 오늘 후미에서 계속 솔향님과 조진건님은 한 조가 되어 재미난 얘기를 하면서 걸어 온다.

 

시명산이 이정표에 100미터만 가면 된다고 되어 있었는데, 올라가니 그 산은 시명산은 아니었다. 아류였다. 거기서 다시 130미터를 가니 시명산이 나타났다. 함께 숨을 돌리며 인증샷을 남겨둔다. 이제는 명곡저수지로 하산을 하게 된다. 정말 가파른 급경사길이다.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편평한 곳에서 앞에 간 일행들이 축 늘어져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봄산님이 가지고 온 쑥떡을 두 개씩 돌린다. 허기도 지는 시간이라 꿀떡 같다. 입 안에 쑥의 향기가 퍼진다. 봄이 몸속에 녹아내린다. 봄을 보고 느끼고 몸속에 집어 넣으니 어찌 자연과 우리가 동화되지 않을 것인가!

 

조금 내려가 계곡을 가로질러 가려는데 노홍철님이 족탕을 하고 가자고 한다. 그래서 노홍철님, 와석님, 봄산님, 유유산속님, 솔향님, 조진건님이 양말을 벗고 찬 물에 족탕을 해 본다. 무엇보다 열이 나 있는 무릎을 찬물로 식혀야 한다고 노홍철님은 자주 주장한다. 6시간 넘게 달려왔으니 무릎관절은 엄청나게 열이 날 것이다. 자동차가 6시간을 달렸다면 타이어가 정말 뜨겁지 않겠는가? 그처럼 인간의 무릎관절도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열이 펄펄 나게 마련인 것이다. 사실 이런 사실을 잊은 채 산행을 하고 내려가면 뜨거운 물에 온 몸을 담근다.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말이다. 달궈진 무릎관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니...

 

▶노홍철님은 머리까지 감아 본다. 하기야 머리가 없으니 간단히 마르기에 수월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모습이 시러워 보인다. 10분 정도 족탕을 하고 출발을 하니 한결 다리도 가볍다. 명곡저수지에 와서 잠시 신발의 먼지를 털고, 저수지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소주, 맥주, 생탁에 파전, 돼지고기 두루치기, 국수, 청국장 보리밥으로 마무리를 한다. 유쾌한 시간이다.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다. 오늘의 피로를 다 씻어내고 충전하는 시간인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 처음 온 솔향님이 유머스럽게 생탁 병뚜껑으로 오리를 만들어 맥주잔 안에 올려주며 팬 서비스를 한다. 그것을 보고 즐거워하며 일행이 웃는다. 어디에나 즐거움을 더해 주는 사람이 있다. 노홍철님이 그 분위기에 흥을 돋우니 웃음소리가 큰 홀을 울린다. 뒤풀이 계산은 솔향님이 한 방에 처리해 주었다. 부산의 노포동 전철역까지 오는 버스는 바로 옆에서 탈 수 있기에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김우중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일갈했는데, 우리 백산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은 넓고 올라야 할 산은 많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다. 산은 다 똑같은 산이 아니다. 그 나름의 얼굴과 향기, 산세를 가지고 있기에 주말이 되면 그냥 그들을 만나러 가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백산님들의 정감어린 모습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늘 기대를 하면서 한 주일을 산다.

 

 

*산행지도: 산행코스는 다르니 산 봉우리만 참조.

 

*산행사진